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 주 새 100만 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거주 대다수 한인들도 우크라이나를 떠났는데요. 최근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한인을 통해 현지 소식 들어봅니다. 이어서, 세계은행이 동결된 아프가니스탄 재건신탁기금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해제하기로 했다는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오늘도 우크라이나 소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교전이 2주 차로 접어들면서 난민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한 주 만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피란민이 10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난민뿐만 아니라, 양측의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측에서도 인명 피해가 크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2일 매우 이례적으로 자국군 인명 피해를 공개했는데요. 지금까지 러시아 군인 약 500명이 사망하고 1천600명 가까이 부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면 우크라이나 측 병사들은 약 2천9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이런 주장을 인정합니까?
기자)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병사 적어도 5천9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혀, 러시아 측 발표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군의 인명 피해는 공개하지 않고, 다만 2천 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양측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확인이 가능한가요?
기자) 현재로서는 모두 객관적인 확인은 어렵고요. 앞서 유엔은 지난 1일까지 확인된 민간인 사망자는 약 230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식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많아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전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 제3의 도시 헤르손과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등 주요 전략 도시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전투기들이 하르키우 도심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해 경찰청과 대학 건물, 민간인 주거 건물 등이 파괴됐다고 밝혔습니다. 마리우폴에서도 러시아군의 폭격이 계속됐는데요. 마리우폴 시장은 3일, 러시아군이 주택과 아파트 등 민간 지역까지 무차별 폭격하고 있으며, 거리에 부상자를 데리러 갈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남부 도시 헤르손이 러시아군에 넘어갔다는 소식도 들리는군요?
기자) 네. 러시아 국방부는 2일, 헤르손을 점령하고 통제권을 장악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즉각 이를 부인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늦게 이고르 콜리카예프 헤르손 시장은 페이스북에, 러시아군이 시내에 있으며 시 청사에도 들어와 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의 점령을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주요 도시는 처음 장악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콜리카예프 시장은 여전히 시내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은 당국의 조처를 반드시 따라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콜리카예프 시장은 저녁 8시부터 새벽 6시까지 통행금지를 실시하며, 보행 시 두 명 이상 함께 이동하지 말고, 러시아 군인들을 도발하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진행자) 수도 크이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침공 2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러시아군은 수도 크이우를 향해 진군 속도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북쪽에서부터 60km 넘게 이어진 러시아 부대는 크이우에서 25km 떨어진 지점까지, 지난 며칠 동안 약 2km 진군하는 데 그쳤고요. 크이우 외곽 지역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매일 외부와 소통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이우 모처에서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제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에도 일찍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계획은 일주일 만에 실패했고, 러시아군은 먹을 것도, 장비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 병사들은 강한 군인들이 아니라 “이용당한 혼란스러운 어린이들’”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긴급 특별 총회도 소집됐었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기자) 유엔 총회는 2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총회는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회원국의 발언을 청취하고 이날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는데요. 14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반대나 기권을 표한 나라로는 어느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네.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러시아, 북한, 시리아,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등 5개국이었고요. 중국과 인도, 이란 등 35개국은 기권을 택했습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결의안 투표가 온전한 논의 끝에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권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는 달리 유엔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계속해서 이번에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한인 강현창 씨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던 한인 대다수도 급히 우크라이나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크라이나 현지 가스 업체 임원으로 재직하며 10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거주해온 강현창 씨는 현재 독일 뮌헨에 머물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택성 기자)
우크라이나 탈출 강현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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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씨 우크라이나 탈출 인터뷰
기자) 처음에 헝가리로 갔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이동하셨나요? 키예프(우크라이나명 크이우)에서 헝가리까지?
강현창) 키예프(크이우)에서 지난 24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첫 포격이 있었습니다. 키예프(크이우) 시내에요. 굉음에 깨서 일어나 보니까 전쟁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전면전이 개시됐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오전 7시, 8시까지만 해도 큰 동요는 없었습니다. 도시에. 왜냐하면, 선제 정밀타격이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피해가 없었고요. 10시에서 12시 사이에 키예프(크이우) 인근 군사 공항에 러시아 전투 헬기 20대 정도, 그리고 러시아 전투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집 창문 앞에서 전투기를 봤고 그 이후에 공포감이 와서 짐을 싸고 24일 5시경에 차량으로 키예프(크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인 리비브(우크라이나명 르비우)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차량 행렬이 엄청 많이 몰려있던 상황이어서 거의 20시간 넘게 해서 26일 아침에 서부 리비브(르비우)로 도착했습니다.
한국 대사관이 많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리비브(르비우)에 임시 사무소를 설치했습니다. 폴란드로 가는 임시 기차편이 생겼다고 해서 첫 시도를 했는데, 갑자기 난민도 많이 몰렸고, 또 기차편이 취소가 되는 바람에 출발을 못했습니다.
그 이후에 상황이 안 좋아졌고요. 리비브(르비우) 역에서 다시 숙소로 돌아온 이후에 상황을 보니까 기차역에 수천 명이 몰렸다는 기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차편은 막히고 육로로 가는 편밖에 없었는데, 우크라이나주재 한국 대사관이 유럽 인접국과 긴밀하게 협조하고 국경수비대와 협력해서 헝가리로 가보자는 제안을 해줘서 이동하게 됐습니다.
이동하고 내비게이션을 켰는데. 11시 반까지 헝가리 국경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11시 반에 국경이 문을 닫아서.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켜고 보니까 3~4일 걸려도 국경에 가지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차가 막혀서. 중간에 소위 말하는 ‘역주행’을 해서 길을 지나왔습니다. 이리저리 역주행을 하면서 가는 도중에 큰 사고도 여러 번 많이 날 뻔했고요. 어떻게 제시간에 도착해서 헝가리로 왔고요. 그리고 헝가리 대사관에서도 저희를 잘 맞아 줘서 부다페스트까지 차량으로 잘 이동했습니다.
기자) 헝가리에서 뮌헨으로 넘어가셨을 때 어떻게 가셨는지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강현창) 부다페스트에서 뮌헨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했어요. 그런데 독일 국경수비대라고 하죠. 국경수비대가 독일 국경을 넘을 때 기차 안으로 들어오더니, 여권 검사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왔냐고 물어서 “맞다”고 했더니 열차에서 내리게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잠깐 서류 준비할 게 있다고 그러면서 팔에 팔찌를 채우고 손에 지장 찍고 몇 가지 질문받고 왔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또 기차를 놓쳐서 한두 시간 정도 길에서 서 있었습니다.
기자) 헝가리에서 또 뮌헨으로 이동한 것은 어떤 것 때문이었나요?
강현창) 헝가리는 살면서 한두 번 출장 다닌 적은 있는데요. 지인도 없고, 기반이 없기 때문에. 저희가 또 아이가 있기 때문에 3~4일 정도 몸을 추스르는 시간으로 헝가리에 머물렀던 것이고요. 독일에는 아내의 여동생이 있어서 이리로 옮겨왔는데 여기서도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무비자로 있는 거기 때문에 90일 밖에 있을 수가 없고. 여러 가지 상황이 복잡한데 여기 잠시 머물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아직도 키예프(크이우)에 남아 있는 한인이 있나요?
강현창)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만도 몇 분 있고요. 다들 안전한 곳에 계신다고 합니다. 대사관 측에서 비상용 연락망 만들어서 단톡방이 있거든요. 실시간으로 다들 안전한지 안부 묻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다 잘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혹시 최근에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있나요?
강현창) 항상 주고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10년간 현지 회사에서 일했고 장인, 장모님, 친척들이 아직 남아 계세요.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특히 2~3일 전부터 민간인 포격이 이뤄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민간이 피해가 있었던 것이 정밀 타격 실수, 오폭으로 인한 사고였거든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조준 사격이) 민간 지역에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자) 아직 다음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은 거고요?
강현창) 전혀 계획을 세울 수가 없고요.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라.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크라이나 사정을 많이 알리고요. 구호품 같은 것, 많이 보내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산모들, 수술받아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 고생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오미크론 사태가 끝나지 않았는데, 전쟁통에 사람들이 마스크 쓰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아마 코로나 상황도 더 심각해졌을 텐데요. 어쨌듯 의료품이나 구급품 등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많이 줬으면 합니다.
지난 1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주민들이 빵을 배급받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계속해서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 관련 소식입니다. 세계은행이 동결된 ‘아프가니스탄 재건신탁기금(ARTF)’ 가운데 일부를 다시 해제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2일, 동결된 기금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을 풀기로 결정했습니다.
진행자) 동결된 기금은 어디에 쓰이는 겁니까?
기자) 네. 세계은행이 이와 관련해서 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이번 계획은 필수 기본 서비스 제공 지원, 취약한 아프간인들의 보호, 인적 자원과 중요한 경제 사회 서비스 보존 지원, 미래 인도적 원조 필요성 감경 등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해 12월에도 ARTF 동결 자금 가운데 2억8천만 달러를 유엔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UNICEF)에 배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ARTF가 동결된 이유가 있었죠?
기자) 네. 탈레반이 지난해 8월 전격적으로 기존 정부를 무너뜨리고 재집권하자 해당 기금이 동결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 기금 외에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던 외국의 원조도 모두 끊기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외국 원조가 정부 수입 가운데 70% 이상이었는데, 이런 원조가 모두 끊겼고요. 또 미국이 주도해서 아프간 중앙은행의 해외 자산 90억 달러를 동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탈레반 정부가 큰 곤경에 처하게 됐죠?
기자) 맞습니다. 원조가 끊기고 해외 자금이 동결되면서 경제가 붕괴 직전 상황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식량 부족 등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탈레반 정부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해지자 미국이 지난달 동결자금을 일부 해제해 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아프가니스탄 동결자금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중앙은행인 ‘다아프가니스탄은행’이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에 70억 달러의 자금을 예치하고 있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7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35억 달러는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기금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9.11 테러 희생자 유족을 위한 배상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탈레반이 자국민들의 해외 출국을 허용한다고 밝혀서 눈길을 끄는군요?
기자) 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최근 “합법적인 서류와 초대장을 가진 아프간 국민은 외국으로 여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난달 말에 나왔던 발표와 상반되는 발언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지난달 27일에는 아프간 국민의 해외 대피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장차 아프간을 떠나려는 가족은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 출국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무자히드 대변인이 며칠 만에 말을 뒤집은 셈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이전 발표는 합법적인 서류 없이 출국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는데요. 국제 사회의 원조를 필요로 하는 탈레반이 비판에 직면하자, 한 걸음 물러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이 기사는 'AP'와 'Reuters'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