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고조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강력한 공격 수단들을 더 개발해 배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에 기여한 과학자와 기술자, 노동자 등 국방 부문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자리에서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 강력한 공격 수단들을 더 개발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온갖 제국주의자들의 위협 공갈을 억제할 수 있다”며 “국방건설 목표를 계속 점령해나갈 것이며 강력한 공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해 군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 당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핵심 과제로 극초음속 무기 도입, 군 정찰위성, 수중과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무인정찰기 개발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계획에 따라 공격무기 개발과 전력화의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연초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최근 신형 ICBM을 발사했고 군 정찰위성 발사도 예고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4년 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속도도 높이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부승찬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28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중 일부의 복구로 추정되는 불상 활동이 식별되었습니다. 이에 한-미 당국은 긴밀한 협조 하에 관련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의 폭파된 입구를 복구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가는 새 통로를 굴착하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개의 주 갱도가 있는데 이 중 3번 갱도는 한번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갱도입니다.
3번 갱도는 내부로 들어가면 두 갈래 갱도로 나뉘는 이중 구조로 입구부터 이중 갈래로 나뉘기 직전까지 약 100m가량이 폭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당국은 현재의 속도라면 한 달이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북한이 소형, 경량화된 핵탄두 실험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입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작년 1월에 당 8차 대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게 있고요. 무슨 얘기냐 하면 소형 경량화한 핵탄두를 개발하겠다, 이게 아마 북한 입장에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그리고 시험할 때도 위험이 최소화될 수 있는 그런 시험이 아닌가 그래서 아마 전술핵무기 시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도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향후 인공위성 발사를 빙자한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탄두 소형화 등을 위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추후 도발과 관련해 ICBM 성능 개량을 위한 추가 시험발사도 열려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ICBM에 필요한 후추진체 기술 개발이 여전히 북한의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후추진체는 상당한 기간 동안 관성과 자체 모터를 갖고 대기권 밖에서 움직이면서 대기권 밖에서 탄두를 하나씩 떨어뜨려줘요. 그러니까 탄두는 떨어져서 자기가 독립적으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것이고, 이 기술을 북한은 한 번도 시험을 안해 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가장 어려운 기술이거든요. 이 기술을 향후 증명하려면 북한은 ICBM을 발사해 봐야 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북한이 신형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강대강 구도’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부는 다음달 11일 김 위원장의 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과 13일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0주년,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 등을 계기로 체제 결속 등을 위해 추가 긴장 조성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통일부는 특히 북한이 지난 25일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신형 ICBM 발사 영상에 대해 “과거와 다르게 보다 극적인 방식으로 구성해 이번 발사의 성과와 함의를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클로즈업과 교차 컷 등 각종 편집 기술을 동원해 ICBM이 거대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등장하는 순간과 김정은 위원장이 현장에서 직접 발사를 지휘하는 모습 등을 화려하게 편집한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김정은 시기엔 이전에 자기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 특히 아버지 때 했던 피바다, 아리랑을 비롯해서 꽃파는 처녀 그런 식의 방식이 아닌 나름대로 북한에서도 장마당 세대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의 눈높이에 맞춘 선전술을 시작했다고 볼 여지도 있거든요.”
한편 미-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쏜 ICBM이 ‘화성-15형’일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한 정보당국에서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지난 2017년 발사한 ‘화성-15형’에 비해 이번 미사일의 비행 고도와 시간이 모두 늘었다는 지적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탄두 중량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화성-15형’의 탄두 중량을 줄여서 ‘화성-17형’과 유사한 궤적을 구현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서 나타난 태양 고도와 그림자 방향, 그림자 길이로 미뤄 촬영 시점은 북한이 ‘화성-17형’을 발사한 오후 2시 24분께가 아닌 오전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이에 대해 영상과 사진을 실제와 다르게 짜집기했더라도 실제 쏜 미사일이 ‘화성-17형’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순 없다며,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신형 ICBM임을 공식화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기념해 관계자들을 대거 불러 사진까지 찍은 점 등으로 미뤄 ‘화성-17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