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중, 미러 갈등 속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억지력을 강화하면서 대북 정보 유입과 같은 창의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25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이번 발사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저는 김정은이 현시점에서 앞서 나가려고 시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ICBM 발사조차 미국 언론에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으니까요. 특히 김정은은 미국과 한국에 양보하라는 압박을 가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협상 테이블로 갈 수 있도록 뭔가 제공하라는 것이죠. 김정은은 또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아직 한 달 남았다는 사실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한국 측과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기 바라는 것입니다. 더 강경한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말이죠. 우리는 한 주 전에 실패한 발사도 기억해야 합니다. 아마도 ICBM 발사에 실패했을 것입니다. 이것 또한 요인이 됐다고 봅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스콧 스나이더 국장)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합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것들이 잠재적으로 부수적인 것들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은이 시간표를 세웠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큰 의문은 아무 일도 없었던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8개월 동안입니다. 어떤 실험도 없었죠. 궁금한 대목입니다. 왜 그랬는지 파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계획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진행자) 북한은 최근 발사가 화성-17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화성-15형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북한 입장에서 미사일 프로그램 진전에 긍정적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시험발사의 주요 시사점입니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와 비교하면 말이죠.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1천 마일을 더 올라가 18분이나 더 공중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무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1만 5천km 정밀 타격 역량 확보라는 자체 목표를 향해 북한이 계속 사거리를 확장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진행자) 이번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고 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베넷 선임연구원) 화성-17형이든 다른 진전된 것이든 상관없이 이번 미사일은 2017년에 발사된 것보다 훨씬 더 큰 사거리 역량을 갖췄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2017년 발사 미사일이 500kg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는데요. 이는 북한이 8천 5백km 즉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의 사거리를 지닌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에 시험된 미사일은 훨씬 더 멀리 날아갑니다. 아마도 미국 대부분 지역에 그런 탄두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또 이번 미사일은 북한이 실전에 배치할 가장 큰 미사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무기 실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일까요?
베넷 선임연구원) 저는 북한이 미국을 시험하고 있고 또 미국을 길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억지력이 얼마나 진지한지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억지력은 적에게 ‘나쁜 행동을 하면 심각한 대가를 치른다’는 확신을 주는 게 전부입니다. 그렇게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은 많은 것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미국은 특별히 한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해도 미국의 별다른 대응이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봅니다. ‘말은 부드럽게 하되 몽둥이도 갖고 다녀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실 겁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행정부는 말은 크게 하고 매우 작은 막대기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도 그렇게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저는 베넷 선임연구원님의 북한의 전략과 관련한 말에 100% 동의합니다. 이것은 ‘냄비 속 개구리’ 전략과 같습니다. 북한이 점진적으로 온도를 높이면서 우리가 위기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가진 가장 큰 과제는 과거에 흔히 썼던 ‘대응 도구’ 즉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방식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낮은 수준의 도구, 이를테면 수사적인 도구 즉 ‘규탄 성명’ 방식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 도구만큼 유용한 것은 없습니다.
진행자) 김정은이 ICBM 시험발사를 통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의 양보를 원하는 건가요?
스나이더 국장) 김정은의 목표는 군사적 진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강력하고 센 나라 즉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것이죠. 그렇게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고 나서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 역량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겠죠.
진행자) 베넷 선임연구원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베넷 선임연구원)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은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핵 활동에 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죠.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끔찍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위협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이 이것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오래전에 알아낸 것 같고요. 이제 김정은은 신뢰할만한 역량이 있고 이 역량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보기 위해 시간을 두고 시험해 볼 겁니다. 어느 정도나 협박할 수 있을지도 말이죠. 그는 미국의 역내 지배를 원치 않습니다. 중국의 우위도 원치 않고 물론 한국의 지배력도 원하지 않습니다. 핵무기는 그런 지배력을 무너뜨리는 잠재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미국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개인과 기관에 제재를 부과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이 효과가 있을까요?
스나이더 국장) 그렇지 않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무력화된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목적으로 유엔 안보리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유엔 안보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대국들 사이에 지정학적 전략 측면에서 분열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말이죠. 이를테면 한쪽에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한쪽에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보는 것들이죠.
진행자) 베넷 선임연구원님도 회의적으로 보십니까?
베넷 선임연구원)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그런 조치들이 김정은을 얼마나 아프게 했나요? 김정은이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한 제재 부과에 얼마나 진지했느냐는 것입니다. 억지력은 김정은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줍니다. 하지만 우리는 큰 성명을 발표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심각한 비용 부과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방식에 얽매여 있습니다. 우리는 김정은이 외부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사용하지 않고 있죠. 그는 K-pop과 한국 문화를 젊은 세대의 도덕성을 해치는 악성 암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꽤 창의적이라면 이것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무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국장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