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년 전 폭파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을 빠른 속도로 복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조기에 핵실험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인 3번 갱도의 특성 등으로 미뤄 전술핵 폭탄 실험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 2018년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복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 4개 주 갱도 가운데 3번 갱도의 폭파된 입구를 복구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가는 새 통로를 굴착하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3번 갱도 입구 주변에는 통나무와 토사가 쌓여 있는 게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3번 갱도는 4번 갱도와 함께 북한이 아직 핵실험에 활용한 적 없는 갱도입니다.
3번 갱도는 내부로 들어가면 두 갈래로 나뉘는 이중 구조로, 2018년 당시 입구부터 이중 갈래로 나뉘기 직전까지 100m가량이 폭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현재의 속도라면 한 두달이면 갱도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3번 갱도의 구조적인 특성이나 북한의 미사일 개발 단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전술핵폭탄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3번 갱도의 경우 지표면으로부터의 깊이로 미뤄볼 때 10~20kt의 소형 핵무기 실험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지도상에서 보면 기폭실의 위치가 나오잖아요. 저 끝의 점. 거기가 기폭실이잖아요. 거기가 등고선에서부터 지표면에서 깊이를 재보면 300~400m 나와요. 그러니까 깊이가 깊을수록 큰 위력의 핵실험을 할 수가 있어요. 3번 갱도는 소형 전술핵 용도이고.”
이 박사는 또 3번 갱도가 두 갈래로 갈리는 이중 구조로 돼 있는 것은 이 갱도에서 소형 핵폭탄 실험을 여러 차례 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를 위해 갱도가 추가로 여러 갈래로 확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박사는 4번 갱도의 경우 깊이가 700~800m로 추정된다며 여기에선 150kt 수준의 큰 위력의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이 이미 지난 2017년 9월 수소폭탄을 이용한 6차 핵실험에서 약 150kt의 핵 폭발 실험을 한 바 있어 재차 비슷한 수준의 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북한이 지난 6차례의 핵실험 수준을 뛰어넘는 대위력의 핵실험을 하려면 지금의 수평갱도가 아닌 수직갱도를 파야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수평갱도에선 대위력 실험이 힘들어요. 깊이가 제한이 있거든요. 수직갱도로 깊이를 1~2km 뚫고 들어가야 대형 수소폭탄 실험을 할 수 있거든. 그런데 수직갱도는 위에서 뚫는 것부터 볼 수 있고 북한 기술력상 아직까지 어렵단 말이에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할 수 있는 실험과 할 수 없어도 기만할 수 있는 실험 모두를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정 박사는 북한에게 가장 효과적인 핵실험은 미국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대형 핵실험이겠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실제 핵 폭발 없이 실험하는 ‘임계전 실험’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전술핵 폭탄 실험을 하고 북한이 이런 행동들을 부풀려서 대내외에 선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대규모 핵폭발 실험은 임계전 실험으로 자랑하고 열병식에서 큰 핵탄두 보여주고 풍계리에선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서 전술핵 실험이라고 하면서 몇번 소규모 핵실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했다, 이러면서 능력을 안전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김정은이라면 그러겠어요.”
이와 함께 북한은 그동안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이 미사일들에 실을 소형 핵탄두가 필요해졌기 때문에 관련 실험에 나서야 할 기술적 수요가 크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북한은 전술유도탄인 북한판 에이태킴스나 지대지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등에 대해 이미 검수사격 또는 검열사격을 실시했고 이 때문에 실전배치가 됐으리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현재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 수준을 1t 정도로 본다며 신형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려면 이를 훨씬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보유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엔 1t 중량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없다고 봤을 땐 북한이 전술핵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고 핵무기를 여러 발을 넣기 위해서 화성-17형을 만들었다면 그 이상 더 진보해서 전술핵을 여러발 넣기 위해서 전술핵 실험을 할 수 있는 거죠.”
한국 국방부가 북한이 최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북한이 밝힌 신형 ‘화성-17형’이 아닌 기존 ‘화성-15형’이라고 평가하면서 ‘바꿔치기 논란’이 일면서 북한의 핵실험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은최근 무력과시를 위한 모든 가능한 행동들에 나서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만의 하나 이번에 발사한 화성-17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북한 입장에선 핵실험을 훨씬 더 빨리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결국 목적은요 내 파괴력이 이 정도라는 것을 시현하려는 거에요.”
한국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예상되는 북한 도발에 대해 소형화 또는 다탄두와 관련한 핵실험 가능성들이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