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전협상 막다른 길, 군사작전 성공 의심 안해"...러시아군 화학무기 사용 의혹 고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 아무르 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의 정전협상이 "막다른 길"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지역 아무르 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언급하며 "협상은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밝히고 "군사작전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일대에서 퇴각하고, 동부 지역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첫 공개 발언이라 주목됐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우주당국 관계자의 질문에도 답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이 목적을 이뤄 성공할 것으로 보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며, "전혀 의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킨 이유에 관해 "다른 선택이 없었다"며, 신나치 세력(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현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옳은 결정"이었다고 항변했습니다.

■ "민간인 시신 사진·영상은 가짜"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부차 일대의 민간인 시신들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가짜'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서방에서 유통되는 부차지역 민간인 살상에 관한 이야기들이 과거에도 있었던 전시 심리전과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해 화학무기 공격 책임을 주장한 서방국가들의 행위와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차에서 나오는 이미지들도 그런 종류의 가짜"라며, 러시아에 대한 모략 차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빠져나간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인근 도시 부차와 이르핀 등지에서 대규모 민간인 시신과 집단 매장지 등이 발견되면서, 서방국가들이 '집단 학살'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12일 러시아 아무르 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12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에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동행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략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북쪽으로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원유 금수·은행 제재 확대 촉구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머물렀던 모든 곳에서 부차와 같은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고 이날(12일) 리투아니아 의회 화상 연설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단행하고, 러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강력해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강한 결정을 위해 6차, 7차, 10차 대러시아 제재를 기다릴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5차 제재까지 발표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석탄 금수 등 에너지 거래 규제가 일부 포함됐으나, 원유에 관해서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앞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를 단행했습니다.

■ "마리우폴 사망자 1만명 넘어"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1만명을 넘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습니다.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11일 "1만명 넘는 민간인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에 밝히고 "시신이 거리를 덮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전체 사망자 통계가 "2만명을 넘었을 수 있다"며,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구호 물자 접근을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한국 국회 화상 연설에서 "수만명이 마리우폴에서 사망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오스트리아 총리, 푸틴 만나 전쟁 종료 설득...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살릴 군사 장비 대한민국에 있다"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은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현지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 제36 해병여단은 이날(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탄약이 바닥나고 있어 오늘이 아마도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이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줄곧 대대적 공세를 펼치며 포위 공격해온 지역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대피소로 사용된 극장을 공습하고, 어린이·산부인과 병원, 아파트와 민간 시설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히 장악하면,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 연결하는 전략 요충지를 점령하게 됩니다.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세력이 수립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LPR은 개전 이후, 러시아 연방 가입 추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 화학무기 사용 보도 잇따라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크이우포스트는 12일,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아조우 연대 병사들이 호흡 곤란을 겪고 있다며, 드론으로 살포된 불상의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정치인들도 관련 상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이바나 클림푸시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 드론이 마리우폴 남동부에 미확인 물질을 투하했다"고 밝히고 "이 물질은 화학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11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에서,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매우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서방 측 예의주시

서방은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정무차관은 12일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국제사회는 모든 선택지를 올려놓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히피 차관은 "사용 여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보리스 존슨) 총리와 세계 다른 지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이 용납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히피 차관은 영국 정보당국이나 우크라이나 내 정보원 모두 아직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사실 확인을 위해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화학무기 사용은 어떤 경우라도 혐오스럽고 선을 넘는 행위"라는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전날(11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주민들을 공격할 때 화학 물질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트위터에 적고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긴급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자료사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화학무기 사용 관련 보도들에 관해 "미국은 확인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장악하기 위한 공격의 일환으로, 강한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작용제를 섞은 최루가스를 포함해 다양한 폭동진압작용제를 사용했을 수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같은 화학작용제가 무기급인지, 단순히 시위진압용 수준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11일) 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 (화학무기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관련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