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출범하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에 윤 당선인의 측근 실세 정치인들이 기용됐습니다. 미-한 동맹 강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대외정책 노선에 힘을 싣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인선이라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서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초대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박진 의원을,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역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을 발탁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외무고시 11기로 공직에 입문한 외무공무원 출신으로, 2001년 정치권에 입문해 국회의원에 4차례 당선된 현역 중진 의원입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약하면서 외통위원장까지 지냈고 윤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국민의힘 중앙선대본부 글로벌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윤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으로 최근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박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해 왔습니다.
윤 당선인은 박 후보자에 대해 “외교안보 분야 최고 전문성을 갖췄다”며 “외교 현장의 풍부한 경험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외교를 정상화 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연대를 다하는 중추 국가로 거듭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2008년엔 한-미 의원외교협회 단장을 지내면서 바이든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과 단독환담을 가질 정도로 대미 외교의 전략통으로 인정받는 분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검사 출신의 4선 중진 의원으로 국회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주중대사를 지내 북한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입니다.
[녹취: 윤석열 당선인] “통일외교 분야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북 핵 문제는 물론이고 원칙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장관 후보자들은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인사들로 윤 당선인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실세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윤 당선인의 이번 발탁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미-중 전략경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관측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진 후보자 발탁에 대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미-한 동맹을 한층 중시하려는 윤 당선인의 외교정책 기조가 반영된 인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국통이죠. 그리고 동맹을 중시하는 분명한 성향이 있고 미국에 적지 않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분이고 또 경험도 많고. 그래서 정부의 앞으로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박진 의원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한-미 동맹을 중시하겠다, 대미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담겼다라고 판단할 수 있겠죠.”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길어지고 한때 폐지론까지 거론됐던 통일부 수장에 권영세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통일부에 크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대남 적대 기조를 드러내며 남북관계가 악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북 정보통으로서, 또 주중 대사 출신으로서 권 후보자의 판단력과 외교적 조율 능력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알려진 권 후보자는 원칙있는 대북정책이라는 윤 당선인의 노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남북관계 정상화가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정책의 핵심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기 보다는 잘못된 과거 관행을 정상궤도로 돌려놓겠다는 그런 원칙적 입장이 강하거든요. 그러니까 권영세 의원이 내정자가 됐다는 얘기는 결국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라는 그런 의미고요.”
권 후보자는 이날 “지금 남북관계가 엄중하다. 북 핵 문제도 그렇고 최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대화도 단절됐다”며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원칙에 근거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