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안전보장이 확보된다면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3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알 아라비야'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안전보장 방안을 러시아 측이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런 방식으로 정전 합의가 도출되면 국민투표에 부쳐 우크라이나인들의 의사를 듣는 최종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가 러시아의 바람"이라며, "이것이 전쟁을 끝낼 조건 중 하나라면, 우리는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알맹이 없는 합의가 되지 않으려면, 특정 국가들로부터 안전 보장이 선행돼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정 국가'가 어떤 나라를 의미하는지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보장 방안을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중립국화 문제 외에, 러시아 측과 전쟁을 끝내는 합의에 이르는데 쟁점과 현안이 많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습니다.
특히 개전 이후 러시아 측이 점령한 지역의 반환 문제는 심층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통하고 있는지에 관해, 2019년 말 이후 대화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정상회담을 통해 정전 협상을 마무리 짓자고 러시아 측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 정전협상 경색
지난 3월 말 터키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정전협상 5차 회담에서 양측은 일부 진전을 이룬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이 성사되면 '중립국'과 '비핵화' 지위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영토 문제 쟁점 중 하나인 크름반도(크림반도) 사안은 향후 15년간 협의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승인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수도권 소도시 부차와 이르핀, 보로디안카 일대에서 대규모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면서 '집단 학살'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정전 협상은 경색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전쟁 2단계 개시'를 선언하고, 돈바스 일대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주변지역을 비롯한 북부에서 퇴각한 병력을 동부와 남부 전선에 재배치하고, 일부 추가 병력을 투입하는 중입니다.
특히 남동부 마리우폴과 남서부 오데사 등에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러시아, 비우호국에 '보복 제재'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비우호국가들을 상대로 대부분의 경제 교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특정 국가와 국제기구의 비우호적인 행동에 보복 성격의 경제 제재를 명시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국이 제재한 외국 기업과 단체, 개인 등에 러시아산 원자재와 완제품 등 수출을 금지하게 됩니다.
또한 제재 대상 외국 기업 또는 개인과의 거래도 제한합니다.
아울러, 기존에 러시아 측이 맺은 거래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대통령령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에 영향받는 기업이나 개인 등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아, 후속 조치가 예상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향후 10일 내에 구체적 제재 대상 명단을 확정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습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3월 정부령을 통해 미국, 우크라이나, 영국, 호주, 일본, 한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3차 정전 회담 "긍정적 진전"...러시아, 미국·한국 '비우호국가' 지정이날(3일) 법률 정보공시 사이트에 게재된 대통령령은 "(러시아) 연방국가기관과 지방정부기관, 러시아의 법적 관할 하에 있는 기구와 개인은 특별경제조치(제재)의 대상이 되는 외국 법인과 개인, 또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기구들과 통상 계약을 포함한 모든 거래를 금지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어 "제재대상과 체결한 거래와 관련해, 미이행 혹은 부분적 이행 단계에 있는 의무의 이행을 금지하며, 제대 대상이 이익수혜자가 되는 금융 거래도 금지한다"고 적었습니다.
대통령령은 또한 별도 항목을 통해 "제재 대상을 위해 공급될 수 있는 러시아제 생산품과 채굴 원료의 국외 반출도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3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푸틴 면담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 중단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델라세라' 3일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러시아 측에 회동을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황은 또한 러시아가 오는 9일 종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에게 전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5월 9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로, 러시아에서 '전승 기념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날 이전에 러시아가 돈바스를 장악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러 곳에서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분석]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5가지 이유...라브로프 "정전 협상 매일 접촉"러시아가 오히려 이날을 기점으로, 공식 선전포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특별군사작전'이 아닌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을 CNN이 이날(3일) 전했습니다.
■ 바이든 우크라이나 방문 미정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일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방문하고 싶어 할 것이지만, 현재로선 아무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 이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미국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방문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이 전망됐습니다.
펠로시 의장과 함께 크이우에 다녀온 애덤 쉬프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지난 1일 CNN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젤렌스키, 유럽·아시아 '식량 위기' 경고...바이든 우크라이나 방문 "시간 문제"하지만, 사키 대변인은 이날(2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예상해도 되나'라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노 플랜(계획 없음)"이라고 잘라 답했습니다.
이어서 "분명히 말하자면, 계속해서 (방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대사관 재개설이 목표"
사키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대사관을 다시 열고 외교관을 보내는 것"이라며 "단순히 (고위급 방문을 통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우크라이나)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크이우를 떠난 미국 대사관 직원 등 미 외교 인력들은 지난 주부터 점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복귀하고 있습니다.
다만 폐쇄 중인 크이우 주재 대사관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당분간 문을 열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대리는 이날(2일)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5월 말까지 크이우로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안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가도 좋다고 말하면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