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한국과 대치한 최전방 부대 작전 임무를 추가하고 작전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전방에 전술핵미사일을 배치한 데 따른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에 이어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에서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에 따라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를 추가 확정하고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사업과 중요 군사조직편제 개편과 관련한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지도 밑에 해당 문제에 대한 연구토의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문건으로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에 보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전선부대들의 작전능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 군사적 대책들을 취하고 있는 당 중앙의 전략적 견해와 결심을 피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추가된 전선부대 작전 임무와 작전계획 수정, 군사조직편제 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함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리태섭 군 총참모장이 김 위원장 앞에서 동해안 축선이 그려진 작전지도를 걸어놓고 설명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사진 속 지도는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지도의 윤곽으로 미뤄볼 때 경북 포항까지 한국 측 동해안 축선입니다.
한국 측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기종별 북한 군 전력을 지도에 표시했거나, 한국 군과 주한미군 배치 전력을 지도상에 표기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전선부대 작전 임무 추가 확정과 작전계획 수정 토의는 지난 4월 김 위원장 참관 하에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 운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최전방 부대 작전 임무 확대와 작전계획 변경은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배치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 보도에 따르면 전선부대 작전 임무가 수정됐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배치하고 그로 인해서 일정하게 작전이 변화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보여지고요. 실제 그 지도 자체가 그런 신형 전술유도무기 배치에 따라 작전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지난 4월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 당시 북한 매체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북한의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소형 전술핵탄두의 투발 수단임을 시사한 대목이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한국의 동해안 축선 지도를 공개한 데 대해선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 중인 미-한의 오는 8월 연합훈련에서 동해상 전략자산 전개 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응태세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올들어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과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등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을 연이어 발사하며 사실상 실전배치 단계임을 과시했던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들 KN 계열 미사일들은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를 통해 전술핵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입니다.
양욱 부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실전배치된 KN-23,24,25 대부분 전략군 소속이긴 하지만 이런 무기체계가 투사가 되기 때문에 그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군단 편제도 바꾸고 작전계획을 바꾸고 이런 식으로 해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과거 ‘핵무기를 선제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지난 3월 핵태세 검토보고서 공개 이후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새 핵태세 검토보고서에 “미국과 동맹의 핵심적 이해를 방어하기 위한 극단적 환경에서만 핵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북한은 이를 ‘핵 선제타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25일 열병식에서 핵무기를 전쟁 방지뿐만 아니라 ‘국가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며 선제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서 전술핵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가 전술핵 관련보다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전력증강에 대응해 북한 군이 전방부대의 편제와 신무기체계 배치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한국 군과 주한미군의 무기체계 변화라든지 작전계획의 변화, 북한도 그에 따라서 작전계획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는 거죠. 그런 단계에서 한반도 전체 작전계획에 대해서 큰 틀에서 토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보도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들”이라는 표현을 써 현재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복수 체제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 양 옆에 박정천과 리병철이 앉아있는 자리 배치 등을 고려할 때 리병철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병철은 지난해 7월 당 전원회의에서 방역 임무와 관련한 ‘태업’ 문제로 문책을 받으며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다가 지난 4월 열병식 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한 게 확인됐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박정천과 핵 무력 중심의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리병철로 구성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복수 체제가 전술핵 전방 배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전술핵의 실전배치와 관련된 부분들은 기본적으로 리병철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죠. 그리고 전술핵 운용과 관련된 부분들은 박정천이 결정하고 관장하는 분야이고 그래서 결국은 박정천과 리병철의 긴밀한 협동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이틀째 회의가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군령기관인 군 총참모부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한국과 대치하는 전선부대 작전 임무를 추가 확정했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상정된 의정들에 대한 토의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3일차 회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