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복구 움직임이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걸릴 것이라고 미국 핵 전문가가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기술적인 면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4번 갱도에서 핵실험이 가능하기 위해선 “몇 달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 “Tunnel 3 should be by now technically ready for testing, if a political decision is made to proceed. Tunnel 4 ? Most likely months to go before any test is possible. But good to remember that satellite imagery can only provide some limited indications on the readiness of tunnels for testing. Only an on-site visited can provide facts needed.”
하이노넨 연구원은 20일 VOA에 최근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다만 “위성 이미지는 핵실험을 위한 갱도의 준비 상태에 대해 제한된 정황만을 제공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오직 현장 방문을 통해서만 필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하이노넨 연구원은 지난 16일 VOA에, 4번 갱도의 새로운 움직임과 관련해 폭발 규모가 다른 핵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현재 위성사진 분석만으로는 최근 관측된 활동이 핵실험 준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분석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다만 3번 갱도에 대해선 “현재 정치적 결단이 내려지면 핵실험을 위한 기술적 준비가 됐다”는 기존 진단을 유지했습니다.
또 ‘풍계리 3번 갱도 물이 차 핵실험의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암벽을 뚫어 만든 갱도에는 항상 지하수 등 물이 생기가 마련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은 펌프 장비를 통해 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갱도를 못 쓸 정도로 완전히 물이 차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일 공개된 한국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최근 풍계리 4번 갱도 주변의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며 “ IAEA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4번 갱도를 재개방하는 데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번 갱도를 포함해 풍계리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와 일치한다”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연쇄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20일 VOA에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최신 동향과 관련해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욱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신뢰할 만한 위성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IAEA가 풍계리 핵실험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Director general is providing more detail than normal. He's clearly demonstrating that they've been paying close attention to this test site. And I think probably the most alarming thing in his new information is that North Korea could test more than one nuclear device in the same day or in the same period of time. And if they can do that they can gain a considerable amount of information…”
올브라이트 소장은 IAEA 사무총장이 이번에 공개한 정보 중 북한이 같은 날 혹은 같은 시기에 1회 이상의 핵실험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부분을 가장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핵 역량과 관련한 상당한 정보를 획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IAEA 사무총장이 4번 갱도의 재개방이 완료되기까지 ‘2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점은 이런 연쇄 핵실험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고 올브라이트 소장은 말했습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최근 풍계리에서 관측되는 여러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 2018년 ‘폭파’ 당시의 모든 조치들을 되돌리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we see an enormous amount of activity. We see the North Koreans creating a shortcut tunnel that will allow them to open tunnel number three, we see additional work near the entrance at tunnel number four that may be part of reopening that. And we see North Korea constructing a number of support buildings. But I think it's probably a mistake right now to focus on tunnel four. I think the emphasis still should be on tunnel three which is available for use now.
북한이 2018년에 폭파한 3번 갱도의 입구 뒤쪽을 굴착해 다시 갱도로 통하는 지름길을 만든 데 이어 최근에는 4번 갱도 입구의 재개방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작업이 목격됐고 주변의 지원동 건설 작업 등도 관측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루이스 국장은 이어 “하지만 지금 4번 갱도에 집중하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며 “현재 사용이 가능한 3번 갱도에 여전히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여름에 핵실험에 나선 전례가 없는 만큼 핵실험을 한다면 3번 갱도에서 9월경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핵실험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정치적, 기술적 고려를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20일 VOA에 "북한은 김정은이 결단하면 언제든지 7차 핵실험에 나설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실험 감행까지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가 천명한 ‘강력한 대응 방침’을 고려 사항 중 하나로 거론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he has to consider a lot of factors. One is he's hearing very clearly from the Republican Korea, the new Yoon administration, but also the indeed the Biden administration with the from the the visit of the Deputy Secretary of State just a few weeks ago, just over a week ago, when she said there will be an immediate response and special US Special Representative, Sung Kim said the same thing. There would be a significant response to a seventh nuclear test and the same thing telling from the Yoon administration…”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성 김 대북특별대표 등 최근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 또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도 이런 메시지를 듣고 있을 것이며 핵실험 결정에 이런 부분을 고려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이와 함께 ‘중국의 우려’도 고려 사안으로 꼽혔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며 이것이 연합 군사훈련 등 미한의 군사적 추가 조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 지도부는 “한반도의 추가 긴장 고조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다”는 우려를 북한 측에 전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번 갱도에 이어 4번 갱도에서도 새로운 활동 징후가 관측된 점을 거론하며 “북한이 두 곳 모두에서 핵실험 준비 완료를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내부 설계 등 기술적 문제로 아직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부소장] “It could be that they are seeking to complete preparations for both tunnels. Or they could be waiting for scientific reasons to do a test that doesn't have to do with the physical infrastructure of the site. That has to do with it could be modeling issues. It could be other sorts of things. Political considerations. I mean, it could be that they're waiting to see what the new Yoon administration's policies are going to be.”
빅터 차 부소장은 정치적인 고려 사항과 관련해선, 한국 새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 정책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며, 중국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긴장을 고조하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가 북한의 코로나 대응을 지원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 등과 같은 주요 무기실험이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여건을 만들 것이라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석좌는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결정하고 관심 끌기에서 '최대 효과'를 원한다면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 중국 등 외부 요소가 북한의 핵실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just don't think that that much of an external external consideration that's impacting his decision making, if anything is something to do internally, something technical something…I don't think they're ready to return to the tar for dialogue. I believe that we have to go through another round of provocations before we can get to the stage of dialogue and negotiation. So I don't think that's necessarily a consideration.
북한은 현재 미국, 한국 등과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안 됐으며 그런 만큼 대화와 협상 단계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도발 국면을 지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한 중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규탄조차 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와 관련한 '중국과 러시아 변수'도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핵실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면 외부 요인보다는 '기술적 요인', '코로나 심각성 정도' 등 내부적인 요인이 더욱 주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