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밀 유도 로켓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포함해 4억 달러 규모 무기와 군수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8일 이같은 방침을 언론에 밝히고, "추가 군사장비 지원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대러시아 타격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로 지원하는 무기에는 하이마스 4대와 초정밀타격용 155mm 포탄 1천 발이 포함됩니다.
앞서 미국은 하이마스 8대를 이미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습니다.
이 가운데 4대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인수를 완료했는데, 2대를 파괴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미국산 HIMARS 로켓시스템 2대 파괴"·우크라이나 "가짜"...인접국 속속 징병제 부활하지만 미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8일) VOA와의 통화에서 "하이마스를 파괴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우리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서, 이날 공개된 4억 달러 규모 추가 무기 지원에 관해 "초정밀타격용 155mm 포탄들은 우크라이나에 처음 제공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추가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진행 중인 포병 중심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조금이라도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지원 총액은 73억 달러에 이릅니다.
◼︎ 푸틴, 확전 가능성 시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밝히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을 빨리 수용하든지, (그러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국가 두마(하원) 원내 주요 정당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에 따라 확전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 "이번 전쟁은 서방이 개시한 것"
푸틴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쟁'으로 지칭하며, 서방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실상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반헌법적 무력 쿠데타를 기획하고 지원한 서방이 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이 보기: 교황 "우크라이나 전쟁, 나토가 도발한 것일 수도"...젤렌스키, 크름반도 탈환 목표 제시이어서 "서방 측은 마지막 우크라이나인이 사라질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우리와 싸우려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비극이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서방이 우리를 패배시키고 싶어한다고 듣고 있다"면서 "그들이 해보게 놔두라"고 자신감을 표시했습니다.
◼︎ "제재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그들(서방)은 러시아 같은 나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그들이 우리 나라에서 테러, 분리주의, 내부 파괴력을 사용한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은 대통령은 이어서, 서방이 진행 중인 대러 제재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역사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며, 서방의 세계질서를 강제하려는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 요구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게(협상) 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오래 지속될수록 그들이 우리와 거래를 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점령지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얼마전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 주를 완전히 장악한 뒤, 도네츠크 주에서도 통제 권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헤르손과 마리우폴 등 흑해와 아조우해(아조프해) 연안 거점도시들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도 상당 부분 장악했습니다.
최근에는 흑해 연안 최대 물동항이 있는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 등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러시아는 이같은 활동을 통해,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거쳐, 이웃나라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로 연결되는 지역을 확보하려 모색하는 중입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군, 몰도바 진격 계획...구테흐스 유엔 총장-푸틴 러시아 대통령 26일 회동이런 러시아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가 크게 축소될 뿐 아니라, 사실상 해안 접근이 차단된 내륙 국가가 됩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7일) 발언은 이미 점령한 지역들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정전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확전하겠다는 위협으로 주요 매체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영토 양보' 거부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를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이날(7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평화를 얻기 위해 영토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군이 점령한 곳들은 "우리 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료를 위한 러시아와의 외교적 협상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는 주제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우리 영토를 포기해 러시아에 주는 방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싸워서 모두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전황은 쉽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승리하기에 역부족"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가 루한시크의 거의 모든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은 대량 손실을 피하기 위해 후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이 긴요하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지원 속도를 높여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의 가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공격적인 태도에 그 나라들이 위협을 느낀 것을 깊이 이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혀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날(7일) 사임을 발표한 데 관해, "영국 지도부가 혼란에 빠지더라도 대우크라이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유대계인 자신을 가리켜 러시아 측이 '나치'라고 주장할 때 마다, 분노하다가도 웃음이 나오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