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책연구기관 "북한 핵 개발 비용 최대 16억 달러...옥수수 부족분 4년치 금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시정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그동안 핵 개발에 쓴 전체 비용이 최대 16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핵 무력 강화를 위해 민생이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은 한국 국방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으로부터 최근 받은 북한의 핵 개발 비용을 추산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6차례 핵실험 등 각종 핵 개발비로 최소 11억 달러에서 최대 16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평산 우라늄 정련공장과 영변 핵 연료 제조공장, 재처리 시설, 원자로, 경수로 등에 6억~7억 달러, 원심분리기 제작과 농축 시설 건설 등에 2억~4억 달러가 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신원식 의원은 “북한의 핵 개발 비용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으로 환산한 결과 북한 전 주민이 2~3회씩 접종 가능한 금액”이라고 밝혔습니다.

신 의원은 또 이 금액을 북한의 주곡으로 환산하면 쌀은 141만~205만t, 옥수수는 282만~410만t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는 쌀과 옥수수 모두 북한의 연간 생산량을 초과하는 엄청난 양이고, 미 중앙정보국(CIA)의 올해 북한 식량 부족 추정치 86만t을 기준으로 쌀은 1~2년, 옥수수는 3~4년치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는 또 북한이 앞으로 전술핵과 고위력 핵탄두, 다탄두 재돌입 비행체(MIRV) 핵탄두 과업 달성을 위해 3~4차례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을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1천만~1억6천만 달러로, 앞으로 네 차례 했을 때 추가 비용은 모두 4억4천만~6억4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 의원은 “추가 핵실험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비용 역시 북한 전 주민이 코로나 백신을 한 번 접종하거나 올해 식량 부족분 전량을 충당하고도 남을 돈”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자국민은 물론 국제사회를 핵 재앙 위기에 빠트리는 반인륜적인 핵 개발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앞서 신 의원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비용 추계 자료도 제출한 바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한 발당 재료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2천만~3천만 달러, 중거리탄도미사일 즉 IRBM은 1천만~1천500만 달러, 그리고 단거리탄도미사일 즉 SRBM과 순항미사일은 300만~5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재료비 외에 미사일 발사에 들어가는 총 비용의 10~30%가 인건비로, 10~20%는 기타비용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ICBM 6발, IRBM 1발, SRBM과 순항미사일 29발 등 총 3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기준을 토대로 환산하면 최대 총 6억7천만 달러를 쓴 겁니다.

이 연구원의 이호령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10년간 체제 안정을 위해 경제와 민생이 희생됐다며 체제 안정을 위한 과도한 비용은 역설적으로 체제 불안정의 지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호령 책임연구위원] “김정은 체제가 그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자기 체제를 유지하는데 돈이 그만큼 많이 든다는 것은 체제 내구력이 어떻게 보면 유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만큼 굉장히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죠.”

미국 농무부 경제조사서비스는 지난 15일 발간한 ‘세계 식량안보 평가 2022-2032’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121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 10명 중 7명이 식량 부족을 겪는다는 얘기입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북한의 식량난이 `고난의 행군' 시절을 방불케할 만큼 어렵다며 이 때문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생각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고난의 행군 시절 6.25 전쟁 때 죽은 것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지금도 코로나로 죽고 뭘로 죽고 하니까 핵무기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 가지고 쌀이나 강냉이를 사다가 공급하면 우리가 죽지는 않지 않느냐 최소한, 그러니까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죠.”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어 민심이 한층 흉흉한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 사망자가 30만~40만명에 달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군당 간부 회의 비공식 자료들이 돌고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민심이 좋게 반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핵 경제 병진노선은 핵 무력을 우선 확보한 뒤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협상을 벌여 경제를 살리자는 전략이었는데 미국과의 협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대미 협상이 장기간 교착된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 유지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문제는 핵무기는 개발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특히 김정은처럼 저렇게 상시, 임의의 상황에 대비한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면 훨씬 큰 비용이 들거든요.”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보미 부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핵 무력정책 법제화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선제공격이 가능한 핵 무력 법령을 채택했지만 핵 태세를 공세적으로 유지하려면 그만큼 큰 비용이 들어 체제 불안정 리스크가 생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공세적인 핵 태세를 유지하려면 “핵무기가 언제든 먼저 사용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기 위해 핵무기를 즉시 운용 가능한 수준으로 상시 대기해야 한다”며 “북한은 앞으로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능력이 더욱 커지고 핵 태세가 공세적으로 전환될수록 북한의 경제는 잠식될 수밖에 없고 체제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