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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 “달러 강세, ‘고립된 북한 경제’에 영향 미미…‘물가 상승’은 부담”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의 주유소.
지난달 25일 북한 평양의 주유소.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가 아시아 등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북한은 국제 금융체제와 무역망에서 고립돼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경제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북한의 물자 확보에는 어려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토마스 번 회장은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가 북한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muted)’고 진단했습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번 회장은 26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국제 무역을 많이 하지 않고 국제 금융 활동도 전무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번 회장] “Since North Korea doesn’t have any foreign debt to pay, it’s totally meaningless, the fall in local currency against the dollar.”

번 회장은 2021년 북한의 대외무역이 7억 1천만 달러에 그쳤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달러로) 갚아야 할 대외 부채가 전혀 없기 때문에 현지 통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하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의 주요 통화로 사용되는 달러화의 강세가 최근 이어지면서 미국을 제외한 국제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 기록입니다.

이 같은 ‘강달러 현상’은 이미 느려진 세계 경제 성장을 더욱 둔화하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들의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각국의 관계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런 달러 강세가 미국으로부터 물건을 직접 수입하거나 달러화로 국가 부채를 갚아야 하는 국가들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그 경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Countries that have sovereign debt denominated in U.S. dollars are going to have to pay more local currency to be able to purchase the dollars to pay off their debt. That’s not a big issue for North Korea because they don’t have any debt in U.S. dollars so they’re not really exposed to that problem the same way a lot of other countries are.”

뱁슨 전 고문은 “달러 표시 부채를 가진 나라들은 상환을 위해 현지 통화를 더욱 많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북한은 달러화 부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많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 문제에 노출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달러화 강세로 인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은 북한 정부와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지난 6월 북한 평양의 체육용품 공장.

아시아 무역 전문가인 윌슨센터의 고토 시호코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과거엔 수입할 수 있었던 물건들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것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토 연구원] “It’s going to be a lot harder for them to pay for the goods that they were able to get if they were able to access them in the first place. And I also want to point out, it’s not just the high-end luxury goods, it’s basic things like energy and foodstuff as well, and those are all facing a lot of pressure right now, you’ve got a supply chain disruption. You still have the imbalance in terms of access to these critical goods.”

특히 달러 강세 속에서 “사치품뿐 아니라 에너지나 식량과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도 전 세계적으로 수급 압박, 공급망 교란, 접근의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토 연구원은 “여러 국가가 이런 요인들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 영향을 더욱 강하게(acute)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번 회장도 북한이 수입품에 대해 대가를 더욱 많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북한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번 회장] “Given global inflation, whatever North Korea got is paying, they got to pay more for the same kilogram of corn that they imported from China.”

번 회장은 “(가령) 북한이 중국에서 옥수수를 수입할 때 같은 무게에 대해 과거 지불했던 것보다 높은 가격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도 북한이 다른 나라들보다는 달러화 강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면서도,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북한의 경기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이 26일 달러당 8천 원이었다면서, 연초에 비해서 소폭 하락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화폐를 많이 찍지 않는 금융 긴축 정책으로 환율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것이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브라운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tight monetary policy has a good effect on inflation and a good effect on the value of your currency. It has a really bad effect on investment spending in the economy itself, pushes the economy into recession.”

브라운 교수는 “금융 긴축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통화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하지만, 투자를 저해하고 경기 침체를 불러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북중 교역 재개를 통해 북한의 수출이 늘어나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수입만 늘어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외화가 더욱 많이 유출될 수 있다고 브라운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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