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혐의로 스페인 신병 인도 결정을 받은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보석 조건이 일부 완화됐습니다. 검찰은 안 씨의 구금이 적법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제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진 로젠블루스 판사가 크리스토퍼 안 씨의 보석조건을 일부 완화했습니다.
29일 공개된 명령문에 따르면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의 이동 가능 범위를 대폭 늘리고, 외출 가능 시간 등을 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택에서 약 80km로 제한됐던 안 씨의 행동반경은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관할 구역으로 약 4배 늘어났습니다.
또 기존 오전 8시에서 자정까지였던 외출 가능 시간은 1시간 늘었으며, 매일 해야 했던 사법당국 관계자와의 화상통화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만 안 씨의 측이 제거를 희망했던 발목 추적장치는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또 반북단체 자유조선 관계자 등과의 접촉 금지 규정 철폐도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안 씨는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납치극을 벌인 혐의로 같은 해 4월 체포됐습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안 씨는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으로부터 스페인 신병 인도 결정을 받았으며, 이에 반발한 변호인은 미 연방법 집행기관인 미국 보안국(US Marshal)에 안 씨에 대한 인신보호청원을 냈습니다.
인신보호청원은 미 연방기관 구금 조치의 ‘적법성’ 여부를 미 법원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로, 안 씨의 구금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정될 경우 스페인 신병 인도는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변호인은 이어 안 씨의 보석조건도 완화돼야 한다며 지난달 12일 법원에 요청서를 제출했었습니다.
당초 로젠블루스 판사는 발목 추적장치 제거 등을 포함한 안 씨 측 요구를 모두 수용했지만, 사흘 만에 법원 절차에 실수가 있었다며 이를 번복했습니다.
이후 23일 법원은 안 씨 측과 검찰이 참석한 가운데 보석 조건을 다시 심사했고, 그 결과를 담은 명령문이 이날 공개된 것입니다.
한편, 이날 연방검찰은 안 씨의 인신보호청원을 기각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식 문건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검찰은 문건에서 스페인 수사 당국이 제출한 증거가 안 씨의 범죄 행위를 입증하고 있으며, 안 씨도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씨의 혐의가 명확한 만큼 구금 차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안 씨 측은 스페인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재판부의 인신보호청원 수용 여부와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변호인은 안 씨의 신병이 인도될 경우 북한이 스페인에서 안 씨를 암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분명히 밝히지만 미국은 북한의 인권 유린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다만 안 씨의 주장과 달리 (암살과 관련된) 이 사안은 신병 인도를 결정하는 법원에서 다룰 주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검찰의 문건이 인신보호청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됩니다.
안 씨의 변호인도 조만간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문건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판부가 인신보호청원을 수용할 경우 스페인 신병 인도는 취소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구치소로 옮겨져 신병 인도 절차를 밟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미 국무장관이 ‘미국 시민의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신병 인도를 반대한다면 안 씨는 스페인으로 향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VOA는 전 국토안보부(DHS) 고위 관리의 서한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크리스토퍼 안 씨의 신병인도 결정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 간 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월까지 국토안보부에 근무한 이안 브레크 전 법무담당관 대행은 최근 재판부에 제출한 서한에서 “당시 국토안보부는 다른 정부 부처와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를 피할 수 있는 잠재적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며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안 씨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