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본토-크름반도 연결 대교 트럭 폭탄 터져 일부 붕괴...우크라이나 "시작일 뿐"

8일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서 폭발 직후 화재와 함께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서 8일 트럭 폭탄이 터졌습니다. 철도로 운송되던 유조차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하면서 다리 일부 구간이 붕괴했습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정부기관인 '국가 반테러 위원회'를 발표를 인용해, 이날 오전 6시 7분(현지시각) 이 다리의 자동차 통행 부분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폭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 폭발로 대교의 주요 구간이 손상돼 붕괴됐습니다. 이에 따라 크름반도를 오가는 열차 운행이 당분간 중단됐고 양방향 차량 통행도 멈춘 상태입니다.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이로 인해 이 다리의 철도 통행 부분에서 석유를 싣고 크름반도를 향해 가던 열차의 유조차 7량에 불이 옮겨붙었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날 오후 현재 3명이 숨졌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 러시아 강제병합 지역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군대를 보낸 뒤 주민투표 형식을 거쳐 병합한 곳입니다.

러시아는 크름반도 접근로인 19km 길이 해상 교량을 만들어 지난 2018년 개통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건너며 국제사회에 과시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크림반도 연결 교량 개통..푸틴 트럭 몰고 건너

이어서 이 다리의 철도 부분이 완공됐을 때도 푸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기차를 타고 다리를 건넜습니다.

■ 푸틴, 조사위원회 구성 지시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 크름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관계 당국에 지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8일)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민간 기반시설(교량) 파괴에 대한 키예프(크이우: 우크라이나 수도) 정권의 반응은 테러리스트적 성격을 보여준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이나 정부 당국은 이번 사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연관성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 "크름대교는 시작일 뿐"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8일) 사건 발생 몇 시간 뒤 "크름대교는 시작일 뿐"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이어서 "불법적인 모든 것은 파괴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도둑질한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에 반환되어야 하며,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것은 모두 추방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 사진도 함께 올렸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상판이 무너져 바닷물에 잠긴 크름대교의 차량 통행 부분과, 불붙은 열차가 멈춰있는 철도 부분이 촬영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파괴된 다리의 사진을 텔레그램에 올리면서 "크름대교의 아침"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서 "연료 탱크에 불이 붙었다, 도로 일부가 파괴됐다"면서 "모두 우크라이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

크름대교는 안전 후방으로 간주되는 크름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이어주는 핵심 보급로입니다.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러시아군에 전술·경제적 가치가 매우 큰 기능을 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남부의 자포리자 주와 헤르손 주, 그리고 돈바스에 있는 도네츠크 주와 루한시크 주 일원을 러시아가 최근 병합 조치했으나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병합했지만, 역시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 보급로가 끊긴 현실은 크름반도와 헤르손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에 상당한 피해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남동 방향으로 진격하며, 헤르손 주 일대 요충지들을 속속 탈환하고 있습니다.

앞서 헤르손 주 북부 드니프로 강 일대의 교량을 전부 파괴한 뒤, 러시아군 병력을 사실상 고립시키면서 약 2만 명의 북부 보급로도 차단한 상황입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헤르손 거점 탈환, 친러 당국 "긴장상태"...러 하원, 점령지 병합 조약 비준안 만장일치 가결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