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준비 동향에 관해, 6일 엄중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호주에 본부를 둔 국제 싱크탱크 로위연구소 화상 연설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일단 핵무기를 사용한 후에는 더 이상 자신의 목숨을 보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점령지를 속속 탈환하고 있는 전황이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지에 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앞으로 고조되는 적대감 속에 더이상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무엇을 더 하기를 원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24일(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일) 이전에 그랬던 것 처럼 다시 한 번 호소한다"며 "우리는 선제 타격(preventative strikes·예방 차원에서 먼저 공격하는 행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래야 그들이 핵을 사용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술핵 지휘 통제 능력 의문"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 공격을 지휘할 수 있는 충분한 통제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이 (최근 수세에 몰리면서) 전장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러시아도 자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통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군 동원령을 발표하는 대국민연설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서 같은달 30일,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헤르손, 자포리자 주 등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병합 조약을 맺는 자리에서는 "러시아에 4개 지역이 새로 생겼다"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연설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병합 조치를 비판하는 미국에 반박하며, 핵무기 사용을 언급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일본에 두 차례(히로시마·나가사키)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면서 "서방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당국 대비 착수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는 핵전쟁 대피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는 가운데, 크이우 시 당국은 방사선 인체 흡수를 막는 약품인 요오드화칼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습니다.
■ 자포리자 주거지 미사일 공격
6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 주거지역에 러시아군이 미사일을 발사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자포리자 주는 최근 러시아가 병합 조치한 지역이 포함된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밤 사이 자포리자 주거지에 미사일 7발을 쏴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잔해에 갇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반 페도로우 멜리토폴 시장은 "수십 명이 잔해에 깔려 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히고 "매 시간 희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테러리스트가 '고정밀' 무기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올렉산드르 스타루 자포리자 주지사도 "이번 공격으로 여성 1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1명은 구급차 안에서 숨졌다"고 현지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구조됐다, 이 중엔 3세 소녀도 있었는데, 현재 입원했다"면서 "현장에서 계속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키라 루딕 의원이 이날 트위터에 올린 현장 사진에는 고층부터 아래까지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그리고 구조대원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거주자들에게 접근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5일) 자포리자 주를 비롯해 헤르손, 루한시크, 도네츠크 주 일원 점령지 네 곳을 병합하는 조약의 의회 비준 문서와 관련 법안에 서명해 최종 재가했습니다.
곧이어 자포리자 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 원자력발전소를 러시아 연방 자산으로 편입해 국유화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 EU, 유가상한제 등 대러 8차 제재 합의
유럽연합(EU)은 5일, 원유 가격 상한제 등이 포함된 대러 8차 제재안에 합의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러시아산 원유나 정유 제품 가격이 상한선을 넘는 경우 제3국으로의 해상 운송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대러 제재안을 발표하고 6일부터 공식 발효하기로 했습니다.
보험 등 관련 서비스도 상한 가격 아래로 구매한 경우에 한해서만 제공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밖에 러시아산 철강 제품과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수입 제재 확대 조치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그리스와 몰타 등 해운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가격 상한제 적용에서 제외됩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8차 제재의 의의에 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기 주민투표나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러시아가 계속해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U는 러시아가 부분 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을 병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달 21일 8차 제재안 마련에 나선 뒤 2주 만에 최종안을 확정했습니다.
■ '미니 아우슈비츠' 고문 증거 제시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가 퇴각한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일원 주거지역에서 고문 행위 증거가 대량 발견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습니다.
세르히 볼비노우 하르키우 경찰 수사국장은 하르키우 주 이지움 인근의 피스키-라드키브스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인들을 고문한 장소가 드러났다고 5일 현지 언론에 말했습니다.
볼비노우 국장은 "해당 지역 해방 직후, 지역 주민들이 한 건물의 지하실에 우크라이나 포로들이 갇혀 있었다고 신고를 했다"고 설명하면서 "주민들은 이 건물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지하실에서 발견된 고문 증거물들의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불에 그을린 듯한 방독면과 플라스틱 통에 금니들이 담긴 사진을 전날(4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볼비노우 국장은 이 사진들에 관해 "러시아군은 민간인에게 불붙인 천 조각을 넣은 방독면을 씌워 생매장했고, 성고문을 자행한 것은 물론 금니를 생으로 뽑아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미니 아우슈비츠'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얼마나 많이 발견될 지 모른다"고 강조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서 유대인들을 집단학살하고 금니를 뽑아 금괴 제작에 사용한 바 있습니다.
하르키우 주 이지움 일대는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직후 집단매장지가 발견된 곳입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탈환한 도시마다 러시아군이 전기고문 등을 자행한 '고문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예브헨 에닌 내무부 차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외국인들을 감금하고 고문과 처형을 반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