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 주 전선에서 빠르게 진격하며 거점 지역 일부를 탈환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3일 해당지 관할 친러 행정당국이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 군-민합동행정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긴장 상태다, 그렇게 표현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주 내 거점 지역을 '점거'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남서 방향으로 전진하고, 러시아군이 북동 방향으로 맞서는 헤르손 북부 전선에서는 사선으로 흐르는 드니프로 강의 북서 방면 평지를 우크라이나군이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현지 러시아군 주력 부대들은 강을 등진 상태로 우크라이나군의 압박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현재 강의 교량은 모두 파괴된 상태입니다.
러시아군 최대 2만5천여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에 사실상 포위된 것으로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2일) 영상 연설에서, 헤르손 일원의 소도시들이 다수 해방됐다고 밝히고 아르한겔스크와 미롤류비우카 등 지역 이름을 열거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복지역에 꽂은 우크라이나 국기, 드론을 날리는 우크라이나군 장병, 요충지로 연결되는 도로와 궤도 차량 운행 흔적이 남아있는 들판 등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테러국가(러시아)를 완전히 격퇴할 날이 언제가 되더라도, 우리의 일상 생활을 되찾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 러시아 국가 두마, 병합 조약 비준안 만장일치 가결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헤르손과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영토 4개 주를 병합하는 조약을 각 지역 친러 당국과 체결했습니다.
친러 당국이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주도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찬성이 나왔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에 병합을 요청해 조약을 맺은 것입니다.
이후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2일, 해당 조약을 합헌으로 판결했습니다.
이어서 3일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는 합병 조약의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진행하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병합 절차는 4일 비준안 상원 처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준 재가 서명만 남겨두게 됐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4일) 상원에서 이에 관해 연설할 예정입니다.
■ '불완전한 점령'
하지만 해당 4개 주 가운데, 러시아 측이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루한시크 주는 95% 이상 면적을 러시아군과 친러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 측이 장악했지만, 인접한 도네츠크 주의 경우 러시아군과 친러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통제하는 곳은 전체 면적의 절반 가량에 머물고 있습니다.
자포리자 주는 주 전체 면적에서 러시아군이 장악한 곳이 약 60% 수준이고, 주도 자포리자 시를 우크라이나 측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헤르손 주는 러시아군 장악 면적 지역이 80% 정도입니다. 이런 가운데, 드니프로강 건너편에서 우크라이나 군의 진격이 계속되면서 러시아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군 진격 계속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 일원 러시아군 점령지 수복 작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동부 도네츠크 주 거점 도시인 리만을 탈환했습니다.
리만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아우르는 돈바스 일대의 핵심 요충지입니다.
도네츠크 주의 철도 집결지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데다가 루한시크 주로 향하는 북쪽 관문 도시여서, 동부 전선 전체의 보급 효율성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음날(2일) 영상 연설에서 "우리 장병들의 성공은 리만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시크) 지역에 많은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렸다"면서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우크라이나 국기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추가 공세를 예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적들이 병합을 시도 중인 동부와 남부 지역을 모두 돌려받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2014년 그들이 병합했다고 주장한 크름반도(크림반도)까지 완전히 되찾겠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핵 위협' 이어져
이같은 러시아군의 수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라고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이 지난 1일 러시아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우크라이나 측 병력의 대규모 투항을 받아낸 마리우폴 작전을 지휘하는 등, 직접 전장 곳곳에서 활동하는 중입니다.
카디로프 수반의 '핵무기 사용 고려' 메시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듭 언급한 뒤 야전에서 적극 호응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같은 입장입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일 N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밋더프레스(Meet the Press)'에 원격 출연해, "핵전쟁은 승리가 없으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것이 나토와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라면서 "심각한 후과가 러시아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