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지도..."적과 대화 필요성 느끼지 않아, 핵 무력 백방 강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에서 미사일 발사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군이 최근 보름 새 7차례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적들과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핵 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겠다”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 군 전술핵 운용부대와 장거리 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을 모두 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현장 사진 수십장도 공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 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핵 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병부대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사진.

김 위원장의 발언은 조건없는 대화를 꾸준히 촉구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나 ‘담대한 구상’이라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윤석열 한국 정부의 태도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핵 전투무력이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 하에서도 신속 정확한 작전반응 능력과 핵 정황 대응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이라는 표현은 유사시 즉 실전 상황에서 공세적 무력 사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간 북한이 개발해 온 전술핵을 한국 일본 괌까지의 타격 능력을 실전배치하고 완벽하게 마련했다는 거죠. 그것을 통해서 북한은 명확한 메시지, 더 이상 북한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얘기하지 말라는 얘기잖아요. 마지막에 김정은이 붙인 대화 안 하겠다는 의미는 그걸 그렇게 읽는 것 보다는 자신들의 핵 보유국을 인정하고 담판하자 그렇게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북한은 보름간의 이 훈련 기간 중 다종의 탄도미사일을 다양한 시점과 방식으로 모두 7차례 발사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새벽엔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 있었습니다.

미니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저수지 수중에서 발사한 장면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북한 모처 저수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10일 공개한 사진.

평북 태천 인근 저수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발사는 미한 군 당국의 원점 추적을 피하기 위한 투발수단과 장소 다변화 의지가 담겨 있다는 관측입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는 북한이 이번엔 저수지에서 수중 발사했다”며 “발사 징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결국은 뭐냐하면 얘네들이 우리한테 얘기하는 게 니네들이 우리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니네들이 공격 징후를 포착 못하게 하겠다 이런 얘기걸랑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내륙 저수지에서 처음으로 바지를 설치해 콜드 론치 방식으로 쏜 것으로 보인다”며 알섬을 표적으로 실거리 사격의 정확도 테스트를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앞서 지난해와 올초 이뤄진 두 차례 미니 SLBM 시험발사가 콜드 론치 등 발사 과정과 고도를 테스트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시험발사는 이보다 진일보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을 2발 발사한 데 대해 ‘조선중앙통신’ 등은 남한 비행장 무력화를 목적으로 전술핵탄두를 모의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29일 밤 평남 순천에서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SRBM 2발, 그리고 이달 1일 아침 평양 순안에서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또는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SRBM 2발을 각각 쏜 데 대해선 “여러 종류의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에서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폭발과 직접 정밀타격,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또 지난 4일 일본 열도 너머로 쏴 약 4천500km를 날아간 미사일은 신형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일본 통과 IRBM 발사...한국 정부 "중대 도발, 강력 규탄"

아울러 6일에는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 탄도미사일 명중타격훈련이, 9일 새벽에는 “적의 주요 항구 타격을 모의한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 근거해 4일 발사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화성-12형’을 개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 미사일 탄두부가 기존 ‘화성-12형’보다 짧고 뭉툭한 데다가 특히 화성-12형과 달리 보조엔진 화염이 보이지 않는 점으로 미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5형’에 적용했던 ‘짐벌형 주엔진’만 탑재한 신형 미사일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짐벌형 주엔진을 탑재하면 보조엔진 없이도 자세 제어와 추력 방향 조절이 가능해 구조가 단순하고 미사일 중량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과거 주엔진은 고정이 돼 있었지만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보조엔진도 필요없이 주엔진이 움직이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거에요, 상승 중에. 그리고 비행각도도 조정해주고. 그러니까 탄도미사일의 구조도 단순해지고 효율성도 더 좋아지는 거죠.”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일과 8일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와 공군비행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8일엔 “동해에 재진입한 미 해군 항공모함을 등 연합군 해군의 해상연합기동훈련이 감행되고 있는 정세 배경 하에서 사상 처음으로 150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시출격시킨 인민군 공군의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이 진행됐다”고 전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미한 연합군에 비해 절대 열세에 놓인 북한 공군의 사기 진작과 대민 선전전에 초점이 맞춰진 훈련으로 풀이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훈련이 북한 전술핵 부대들의 첫 실전훈련이라며 한국을 겨냥한 핵 위협이 노골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북한이 그동안 전술핵무기의 전방 실전배치 계획 등을 밝힌 적은 있지만 전술핵무기 운용 부대들을 동원해서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북한은 구체적으로 한국의 군 부대라든가 주요 항구, 군사지휘시설 비행장들에 대한 타격을 모의한 초대형 방사포 및 전술탄도탄 미사일 타격 훈련까지 진행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이번 훈련이 지난달 초 핵 무력 정책 법제화 이후 첫 전술핵 실전훈련이었다는 점과 함께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전개와 미한, 미한일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 맞대응 성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7주년 기념일인 10일 이번 훈련의 종합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방 분야에서의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규모 열병식이나 이런 것은 사전 포착이 안됐거든요. 따라서 대규모 행사 가능성은 크게 높아 보이지 않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당 창건 77주년의 김정은의 군사강국을 이룬 업적을 부각시키려는 행보 이런 의미가 있고요.”

한편 한국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군 전술핵 운영부대 군사훈련 목적을 미국과 한국의 정세 격화 행동 때문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미한 연합훈련을 빌미 삼아 불법적인 도발을 정당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북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사일 도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