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더티 밤' 준비 중"...저위력 핵무기 선제 공격 주장, 젤렌스키 즉각 반박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자료사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3일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국방장관과 연쇄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이날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영국의 벤 월러스, 프랑스의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터키의 훌루시 아카르 국방장관과 잇따라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상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통제되지 않는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가 분쟁지에 '더티 밤' 사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티 밤(dirty bomb)'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의 일종으로서, 저위력 핵무기로 간주됩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핵 공격 준비 정황을 주장한 것입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쓸 것이라는 쇼이구 장관 발언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통화에 관해 "상황 악화에 대한 러시아의 어떠한 구실도 거부한다는 점을 오스틴 장관이 쇼이구 장관에게 밝혔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어서 "지속적인 소통의 가치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틀 전인 21일에도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통화했으나, 러시아 당국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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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깃발' 작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2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러시아의 '더티 밤' 허위 정보 선전전은 '가짜 깃발' 작전을 위한 구실이라는 점에 동의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를 논의했다"며 "미국은 이것(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 등)을 끝내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블링컨) 장관이 단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할 빌미를 조작해내는 군사적 수법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쇼이구 장관의 이날(23일) 발언은 '선제 핵공격 우려'를 구실로 러시아군이 조만간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작전에 러시아군이 밀리고 있는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라고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이 지난 1일 러시아 당국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도네츠크 요충지 리만 탈환 "진격 계속"...체첸 수반 "저위력 핵무기 사용 고려해야"

■ 미 국무 "푸틴에게 '가혹한 후과' 분명히 밝혔다"

이와 관련,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핵 전쟁 위협을 매우 매우 주의깊게 주시하고 있다"고 지난 20일 공개된 ABC 인터뷰에서 거듭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가혹한 후과가 뒤따를 것임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비공개리에, 분명하게 밝혀왔다"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미국)의 핵 태세를 변경할 이유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젤렌스키 "핵무기 사용 출처는 오직 하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쓸 것이라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23일) 밤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무엇인가(핵무기 사용)를 준비하고 있다고 러시아가 말한다면 그것은 한 가지 의미"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가 이 모든 것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누구든 유럽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오직 하나의 출처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출처는 바로 "쇼이구(러시아 국방장관)가 여기 저기(주요국 국방장관)에 전화를 걸도록 명령한 사람(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어떤 형태로든 갈등 고조 원치않아"

영국 국방부는 23일 영-러 국방장관 통화 직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분쟁 확대 계획을 서방이 도와주고 있다는 쇼이구 장관의 주장을 월러스 장관이 반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월러스 장관은 이런 주장이 분쟁 확대를 위한 핑계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영국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날(23일) 성명을 내고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뜻을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핵 문제에 관해 "어떤 형태로든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르코르뉘 장관은 이어서,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곧 회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