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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도네츠크 요충지 리만 탈환 "진격 계속"...체첸 수반 "저위력 핵무기 사용 고려해야"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1일 도네츠크 주 전략 요충지인 리만 시내 표지판에 국기를 부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공식 트위터 영상 캡쳐)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1일 도네츠크 주 전략 요충지인 리만 시내 표지판에 국기를 부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 공식 트위터 영상 캡쳐)

우크라이나군이 1일, 동부 도네츠크 주 거점 도시이자 루한시크 주의 북쪽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자포리자, 헤르손 주 등 점령지 4곳을 공식 병합한다고 선언한지 하루 만입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군 동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1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리만에 있다"고 밝히고 "아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체레바티 대변인의 성명 발표 몇 시간 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리만'이라고 표시된 도시 표지판에 장병 2명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테이프로 부착하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곧이어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리만의 거점에서 철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러시아군 4개월여 만에 퇴각

리만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아우르는 돈바스 일대의 핵심 요충지입니다.

도네츠크 주의 철도 집결지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데다가 루한시크 주로 향하는 북쪽 관문 도시여서, 동부 전선 전체의 보급 효율성을 좌우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위치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위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양쪽 병력은 개전 이후 수개월동안 이곳을 빼앗고 방어하는 일에 전력을 집중해왔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 5월 28일 리만 함락을 선언하고 돈바스 일대 통제력을 확대했습니다.

리만에서의 승리는 이번 전쟁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당시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 선전했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만에 우크라이나가 이날(1일) 리만을 수복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측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루한시크 주로 진출하는 발판을 확보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영상 연설에서, 루한시크 주 길목에 있는 토르스케까지 되찾았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저위력 핵무기 사용 고려해야"

이같은 러시아군의 수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라고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이 1일 러시아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메시지에서, 리만 철수로 이어진 러시아군의 동부 전선 작전수행 결과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자신이 2주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리만에서의 패배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이날 메시지에서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연방 내 이슬람 자치공화국인 체첸의 최정예 병력은 러시아군을 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중입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현재 상황이 엄중하므로,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까지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이날 메시지에서 강조했습니다.

■ 푸틴 '핵무기 사용' 언급에 적극 호응

카디로프 수반의 이같은 메시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듭 언급한 뒤 야전에서 적극 호응한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30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 병합 조약 체결식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현장 계획·작전 수행에 깊이 관여하는 카디로프 수반의 발언은 앞선 고위 당국자들의 언행보다 한층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동유럽 매체들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 '국가근위대' 정예 병력 파견

카디로프 수반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자 곧바로 체첸공화국 내 국가근위대 산하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 병력의 대규모 투항을 받아낸 마리우폴 작전을 지휘하는 등, 본인도 직접 전장 곳곳에서 활동하는 중입니다.

람잔 카디로프(가운데) 체첸공화국 수반이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시내에서 작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벽면에 러시아 국기(왼쪽)와 체첸 공화국기가 부착돼 있다. (자료사진)
람잔 카디로프(가운데) 체첸공화국 수반이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시내에서 작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벽면에 러시아 국기(왼쪽)와 체첸 공화국기가 부착돼 있다. (자료사진)

체첸 국가근위대는 곳곳의 분쟁에 개입하면서 잔인하기로 이름 난 병력입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1일 메시지에서, 리만 지역 러시아군 지휘관을 맡았던 알렉산드르 라핀 연대장을 가리켜 지휘관으로 대우할 수 없는 "그저 그런 사람(mediocrity)"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리만 철수의 책임을 물어 이등병으로 강등시키고 훈장을 박탈하라고 러시아 당국에 요구했습니다.

카디로프 수반은 또한 현재 우크라이나 내 전황에 관해 "기본적인 군수품 보급 부족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몇몇 점령지와 넓은 영토의 일부를 포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미국, 러시아에 강력 경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미국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러시아 측에 전달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면, 러시아는 파국적인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ABC 주간 시사프로그램 '디스 위크(This Week)'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런 점을 러시아 측에 분명하게 통보했다면서, "매우 고위급에서 비공개리에 러시아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방송된 CBS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전장을 둘러싼 핵무기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간간이" 접촉했다고 다음날(26일) 브리핑에서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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