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국 '북한 정권 종말' 언급, 강력한 확장억지 결의 재확인...현 한반도 정세 반영"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는 국방부 청사(펜타곤) 공중 촬영 광경 (자료사진)

미국 국방부가 ‘북한 정권 종말’을 명시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동맹에 대한 강력한 확장억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핵 정책 법제화, 일각의 군축 협상 요구 등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28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공개된 미 국방전략보고서(NDS) 등과 관련해 “북한 위협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가 담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 (자료사진)

[녹취: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 국장] "The first point to make is I think the it gives a very clear message about the North Korean threat, very strong language that any nuclear attack by North Korea would result in the end of that regime. And I think in that sense is I think a welcome and positive message that helps to reinforce deterrence. Whether under this administration, they would choose to adopt a no first use policy…but this document clarifies that, in fact that's not the case. And that the purpose of nuclear weapons is also to deter other kinds of attacks and that does not rule out nuclear response to other form of strategic attack. So in that sense I think very positive very strong very clarifying in a way that I think is beneficial for both Korea and Japan.”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대북 억지에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또 그동안 일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핵무기 선제사용 금지' 정책 도입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 보고서가 명확히 밝혔다고 존스턴 전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핵무기 목적에는 다른 종류의 공격 억지도 포함되고, 다른 형태의 전략적 공격에 대한 핵무기 대응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한국과 일본에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27일 국방전략보고서(NDS)와 핵태세보고서(NPR),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MDR)를 공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다음 가는 위협으로 북한을 꼽았습니다.

같이 보기: 미 국방부 “북한, 미국과 동맹에 핵 사용하면 정권 종말…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특히 핵태세 보고서에선 “김씨 정권이 핵 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하며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데 변함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또 “지역 안보 환경 변화에 맞춰 억지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안보 자산과 작전 개념, 군사 배치, 훈련을 효율적으로 결합하고 필요할 경우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이 보고서가 "동맹의 중요성, 확장억지, 비핵화, 전략자산 배치 등 지난 2년간 봤던 한반도 관련 모든 조치들을 총망라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national defense strategy is really tying together all the actions we've seen for the last two years, the importance of alliances, extended deterrence, denuclearization,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It really ties together everything in a single document of all the actions we have been taking, and so yes it does not appear to be any any newsworthy scoop, you know anything new. But it is a very strong document that really reinforces our position, especially towards the Korean Peninsula and the situation the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와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김씨 정권 종말’ 명시와 관련해 "확장억제의 핵심으로 강력하고 중요한 메시지"라면서 "어떤 대량살상무기의 사용도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김정은이 이해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도 이 메시지를 계속 언급하면서 재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국방부가 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핵무기 선제사용을 포함한 북한의 최근 핵 정책 법제화를 분명히 고려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앤드류 여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자료사진)

[앤드류 여 한국석좌] “The US clearly took into account NK's nuclear doctrine as it drafted the nds and npr. Rarely does USG threaten the survival of another regime so publicly, but it demonstrates US strength and resolve regarding denuclearization and its support for its allies in providing extended deterrence”

앤드류 여 석좌는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다른 정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이는 비핵화와 확장 억제력 제공에 대한 미국의 결의를 증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궤멸할 것’라는 언급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처음 나왔지만 민주당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를 명시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성격과 무관하게 ‘이것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한 의미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That's initially written in the twenty eighteen Nuclear Posture Review, a very clear statement in the Posture Review, which is interesting because that was the Trump administration document. Sometimes between different US governments you get different approaches to deterrence. But what Biden is saying, no, no this is the US position where we're consistent. And I think that's a recognition in part by the US government that if you want to deter North Korea, you have to threaten Kim Jong un."

특히 '김씨 정권'이라고 명시한 것에 대해 “북한을 억제하기 원한다면 김정은을 위협해야 한다는 미국의 인식을 일부 반영하는 것”이라고 베넷 선임연구원은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선 북한을 억지하고 한국에는 확신을 줄 억제 방안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자료사진)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at this report, that this report lacks the kind of strategic clarity needed to achieve both deterrence and assurance, deterrence of North Korea and assurance of our Korean allies. if we want to stress extended deterrence, we have to make our extended deterrence more comprehensive and more and give it more clarity."

확장억지를 강조하기 원한다면 핵무기 실험 등 북한의 특정 도발에 대해 어떤 대가가 뒤따를지 보다 포괄적이고 명확한 방안을 명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베넷 연구원은 이를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언급하며, 북한 정권이 자신들의 핵무기 구축에 대해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는 억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명시된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가까운 장래에 달성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더라도 미국은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 “The meaning is that the US is not willing to abandon the ultimate objective of denuclearization, even though. I think most people recognize that that's not likely to be achieved any time in the near future. That remains the ultimate objective. The problem with asserting a strategy of arms control is that it suggests that the US is no longer seeking to eliminate North Korea's nuclear and missile forces in a comprehensive and verifiable way. It would suggest that the US is abandoning the effort to eliminat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 (자료사진)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일각에서 북한과 ‘군축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미국이 더 이상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식의 북한 핵과 미사일 제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시사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이런 전략은 한국과 일본에도 “미국이 더는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존스턴 전 국장도 최근 일본 상공을 통과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지만, 바이든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이런 접근에 대한 ‘거부’ 반응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존스턴 전 국장] “My reading is that this is a response to that, to that discussion, you know after after one of the North's ballistic missile tests. I think the one that overflew Japan a few weeks ago, there are some voices there's some voices in the United States that that say we should recognize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state and we should begin some kind of arms control discussion with the North Koreans. This language rejects that idea. ”

존스턴 전 국장은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확장억제와 이에 대한 동맹의 신뢰를 더욱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동안 미한, 미일 간의 확장억제 대화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번 보고서는 그런 의향을 시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의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지력’을 언급하면서 역내 동맹들 간의 삼각 또는 사각 공조를 강조했다는 설명입니다.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한일 삼각 또는 호주까지 포함하는 사각 정보 공유와 대화의 기회를 찾는 것이라면서 관련 협의를 증진하기 위한 실용적 단계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와 관련해 "대북 억지에 호주를 포함시키는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이는 호주에게 핵잠수함 역량을 제공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동맹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n connection with exercises and sharing of information, so obviously this was obviously the US consulted with Australia before including them in the document as a country that might participate in, you know, deterrence of North Korea. So that's an important development And I think it's surely connected to the Arcus agreement to provide Australia with nuclear powered submarines”

랜드연구소의 베넷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그동안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으로 참전했던 나라들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또 다른 분쟁이 일어날 경우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처럼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는 외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서로를 지지할 동맹 그룹이 있다"는 의미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베넷 연구원을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