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룰라 초박빙 승리...유엔∙터키 "흑해 곡물선박 계속 운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30일 밤 당선이 확정된 후 손을 높이 들고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알리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30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초접전 끝에 승리했습니다. 유엔과 터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흑해 곡물수출 참여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선박 운영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코로나 감염을 피해 일부 노동자가 탈출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30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브라질 최고 선거법원(TSE)은 30일 밤 개표가 거의 99% 완료되자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득표율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룰라 당선인은 50.9%를 얻어, 49.1%를 얻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P 차, 근소한 차이로 눌렀습니다.

진행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했습니까?

기자) 아직까지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룰라 당선인은 30일 밤, 승리가 확정되자 상파울루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눴는데요. 이 자리에서 “아직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는 내 승리를 인정하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전화할지, 또는 나의 승리를 인정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승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기자) 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몇 차례 공개적으로 대선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하면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왔었습니다.

진행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무슨 이유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까?

기자) 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투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부정 선거가 자행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내 룰라 당선인에게 밀리자 사전 포석을 깔아놓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결선투표 결과 두 사람이 초접전을 펼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진행자) 이번 브라질 결선투표는 여러모로 많은 주목을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반면 군인 출신 극우 정치인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수층을 지지 기반으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라 이번 브라질 대선은 좌파와 우파 이념 대결로도 비쳐졌습니다. 브라질은 또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데다가, 외교 ∙경제 ∙ 사회 전반에 걸쳐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그래서 이번 결선투표는 보우소나루 정권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심판으로 풀이돼 왔습니다.

진행자) 룰라 당선인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결선투표로 또 다른 기록도 갖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77세의 룰라 당선인은 브라질 역사상 첫 3선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룰라 당선인은 지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두 차례 브라질 대통령직을 역임했습니다. 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단임으로 끝나는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룰라 당선인이 12년 만에 다시 대권을 잡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룰라 당선인은 8년 재임 기간, 민간 기업과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또한 국민 복지와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적극 도입해 폭넓은 지지를 받았는데요. 그의 퇴임 무렵, 브라질 일각에서는 그가 3연임에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었습니다.

진행자) 브라질 헌법이 대통령 3연임을 허용하고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연임만 허용합니다. 하지만, 당시 룰라 대통령 인기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집권당 내에서는 개헌을 해서라도 3연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룰라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고, 자신의 정치적 후계자로 여겨지던 지우마 호세프 당시 노동자당 대통령 후보를 밀어줬고요. 호세프 후보가 후임 대통령이 됐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룰라 당선인은 퇴임한 후 수감된 전력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후임인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 후 부정부패 논란으로 탄핵당했는데요. 룰라 당선인도 이와 연루된 혐의로 19개월 복역했습니다. 하지만,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해 하급심 판결을 번복하고 무죄를 선언했고요. 이에 룰라 당선인은 대권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룰라 당선인 취임식은 내년 1월에 있습니다.

진행자) 브라질 대선 결과에 대한 국제 사회 반응 전해 주시죠?

기자) 네.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은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저녁, 백악관 홈페이지에 축하 성명을 내고 “자유롭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 양국 간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룰라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트위터에, 이번 선거로 브라질 역사에 새 장이 열렸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요.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세계 경제 발전부터 천연자원 보호, 민주주의 가치 증진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공유하는 관심 현안에서 협력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브라질 이웃 나라들 반응도 볼까요?

기자) 네. 중남미 국가 지도자들도 앞다퉈 축하 인사를 보냈습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 좌파 정권이 잇따라 집권하는 이른바 ‘핑크타이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룰라 후보 승리로 브라질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가 룰라 당선인의 높은 정치적 권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양국 간 건설적 협력 관계를 희망했다고 러시아 대통령실은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들이 30일 우크라이나 오데사항 인근 바다에 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입니다.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유엔과 터키가 주도하는 흑해 곡물수출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동안 안정세를 찾아가던 세계 식량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와 유엔은 지난 7월, 전 세계 식량 위기 해소를 위해 4자가 참여하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Black Sea Grain Initiative)’를 체결하고, ‘합동조정센터(JCC)’를 설치해 우크라이나 곡물 선박의 동향을 관리∙감독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러시아는 왜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기)'으로 자국 함대를 공격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9일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16대로 크름반도 남부 항구도시인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 함대와 곡물 통로 보안에 관계된 민간 선박에 테러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이런 러시아 주장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라는 주장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측 자작극일 수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 폭발 사건은 곡물이 오가는 해상 길에서 무려 220km나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가 해당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석 달 동안 선박 운영은 원만하게 진행됐습니까?

기자) 네. 합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수준과 비슷하게, 매달 500만t의 곡물을 수출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동안 약 200척이 러시아 측 방해로 선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지금까지 옥수수, 밀, 해바라기 제품, 보리, 콩 등 약 950만t의 곡물이 수출됐습니다.

진행자) 당초 협정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협정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오히려 러시아가 전격 중단을 선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당 협정은 다음 달 19일로 갱신을 두고 있었는데요. 러시아가 협정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당장 31일부터 선박 입출항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진행자) 나머지 3자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네. 유엔과 터키, 우크라이나는 그대로 협정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31일 우크라이나에 입출항이 예정된 선박은 16척인데요. 12척은 출항, 4척은 입항하는 선박입니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은 돌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접촉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 반응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협정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고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위기 해소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당초 예정했던 아랍연맹 정상회의 참석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모든 당사자는 협정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곡물 협정은 수백만 명의 식량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여성이 중국 광둥성 포산시 산업단지 소재 폭스콘 공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듣겠습니다. 중국 정저우에 있는 한 대단위 공장에서 일부 노동자가 코로나 감염을 피해 탈출하는 일이 있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국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시에 있는 폭스콘사 공장에서 최근 일부 노동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피해 공장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에는 담을 넘어 공장을 탈출하는 폭스콘 노동자들의 모습과 이들이 짐을 짊어지고 걸어서 집으로 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공유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까지 모두 몇 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탈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폭스콘이라면 미국 애플사 하청업체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폭스콘은 타이완 회사인데요. 애플사의 ‘지능형 손전화기(스마트폰)’인 ‘아이폰’을 하청 생산합니다. 폭스콘이 중국 정저우에 운영하는 공장에서도 아이폰을 만드는데요. 이 공장은 직원만 거의 20만 명에 달하는 대형 공장입니다.

진행자) 이곳 폭스콘 공장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탈출한 이유가 코로나 탓이라고 했죠?

기자) 네. 이번 달 중순부터 공장 안에서 코로나가 많이 퍼지기 시작했다는데요. 그러자 공장 측이 공장 내 이동을 강력하게 제한하면서 매일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감염자를 격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결과, 공장 내 생활 환경이 급속하게 악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폭스콘 노동자 5명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신문에 코로나가 계속 퍼지면서 음식과 약 공급이 줄어들고 사람들이 기숙사에 격리되는 등 공장 내 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졌다고 전했습니다. 시아란 이름의 한 노동자는 이 매체에 “숙소 상황이 완전 혼돈 그 자체”라고 했고요. 또 다른 노동자 쉬 씨는 “다시는 공장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코로나가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공장 측 조처를 사람들이 견디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측이 공장 내 활동을 제한하면서 구내식당 문을 닫고 직원들에게 숙소에서 식사할 것을 요구했고, 숙소 주변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등 어려움이 커졌다고 합니다.한편 폭스콘 측은 최근 정저우 공장 안에서 모두 몇 명이나 코로나에 걸렸는지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공장은 계속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공장을 탈출한 노동자들이 걸어서 집으로 갔다는데,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은 겁니까?

기자) 네. 폭스콘 공장이 있는 정저우시도 현재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부분 봉쇄 중입니다. 그래서 외부로 연결되는 교통편 운행이 중단된 상태라 이들 노동자가 먼 길을 걸어서 귀가해야 했습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어떤 사람은 10시간 이상을 걸어서 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주변 지역 주민들이 집으로 걸어가는 이들 노동자를 위해 음식과 물을 길가에 내놓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폭스콘 쪽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폭스콘은 30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의 편리와 만족을 개선하기 위해 문을 닫았던 구내식당의 운영을 재개하는 것에 정부와 합의했다”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회사는 직원들이 질서 있게 귀가하는 데 필요한 인원과 차량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의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렇게 조금만 코로나 감염자가 나와도 해당 지역을 완전 봉쇄하거나 부분 봉쇄하는 정책으로 중국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3 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당 대회 연설에서 이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