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5일 군사작전" 상세 공개...전문가들 "실제 전력보다 과장선전" 

지난 3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이 TV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 자신들의 군사작전 내용을 대내외 매체를 통해 비교적 상세히 밝혔습니다. 향후 도발 양상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자신의 전력을 과장해 선전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군은 7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작전 일자별로 대응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북한 군 총참모부는 “모든 대응 군사작전들은 계획된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다”며 작전 1일차인 지난 2일 “평안북도 지역 미사일 부대들로 적들의 공군기지 타격을 모의해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전투부와 지하침투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전과 오후에는 동해안과 서해안 연선의 공군 반항공미사일병부대들이 공중 목표들을 소멸하는 훈련으로 23발의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의 동해상 북방한계선, NLL 이남으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한국 공군이 공대지미사일 3발을 NLL 이북 공해상으로 사격한 데 대해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한국의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총참모부는 3일엔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한국 군 당국이 2단 분리 후 추력을 잃으면서 정상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를 의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참모부는 또 이날 초대형 방사포탄과 각종 전술탄도미사일 5발, 그리고 46발의 장거리 방사포탄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4일엔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적인 총전투 출동 작전이 진행됐다고 주장했고, 5일엔 작전 첫 날과 비슷하게 공군기지 타격을 모의해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목표로 산포탄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2발과 초대형 방사포탄 2발을 또다시 발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참모부는 이번 작전이 “적들의 도발적인 군사적 망동이 끈질길수록 대응은 더욱 무자비할 것이라는 명백한 대답”이라며 “적들의 반공화국 전쟁연습들에 지속적이고 압도적인 군사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군이 이날 공개한 작전 내용과 사진을 보면 미한을 모두 겨냥하는 무기들이 다양하게 동원됐습니다.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철도 기동형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순항미사일, 스커드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이 망라됐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군의 이례적인 군사작전 공개는 핵무기 보유에 따른 자신감에 기초해 군사적 대응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제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한미의 재래식 군사력 혹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 향후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 군사적 우위에 서겠다는 그런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보이고요.”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미한 공군기지 타격 훈련과 중장거리 미사일을 통한 후방 지원 타격 훈련, 대규모 비행훈련 등 단순히 미한 공군훈련 대응을 넘어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입체적 훈련을 시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연합군에 비해 공군전력 등 재래식 전력면에서 턱없이 취약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공격하면 상대방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을 보여준 훈련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지하관통탄두를 의미하는 지하침투전투부와 분산탄두를 뜻하는 산포탄전투부 등 여러 미사일 탄두 기능이 사용됐다며 핵 무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도발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했습니다.

북한은 2016년 300㎜ 방사포 시험발사를 지하침투탄과 산포탄 등의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600㎜급인 초대형 방사포 등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무기에 이런 탄두를 장착했다고 밝힌 적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군 총참모부가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밝힌 데 대해선 전자기충격파 즉 EMP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MP탄은 강력한 전자기파로 전자기기 내부의 회로를 태워버리는 무기로 ‘적의 작전지휘체계 마비’에 특화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북한은 핵폭발 방식 EMP 연구를 많이 해왔다”며 “북한이 EMP 탄두 모사체를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어차피 이제 핵시험을 많이 하니까 핵 EMP는 상당한 수준에 있죠. 핵 폭탄을 쓰면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 EMP로 공격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있거든요, 전에. 그러니까 실제 탄두를 넣은 게 아니고요. 모의탄두로 이것을 상정해서 EMP탄을 넣어서 실험을 했다 이런 거죠.”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내용이 실제 전력을 과장하거나 초점을 흐리는 선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3일 쏜 ICBM을 ‘화성-17형’으로 분석했으나 북한은 이날 탄두가 변형된 ‘화성-15형’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김준락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미사일에 대한 평가 결과는 현재까지 변함없고 세부 제원은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국을 압박하는 전략무기체계인데도 북한이 ICBM에 대한 언급없이 사진만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쐈지만 정상비행에 실패해 이를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ICBM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사진을 올렸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2일 울산 앞 80㎞ 부근 공해상에 발사했다고 밝힌 2발의 전략 순항미사일의 경우 당초 한국 군 당국 발표에는 없던 내용입니다.

김준락 공보실장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준락 공보실장]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4일 500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적인 총전투출동작전이 진행됐다고 한 주장은 북한의 에너지난을 감안할 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당초 북한의 군용기 항적 180여 개를 탐지했다고 밝혀 실제 동원된 전투기는 180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 군 총참모부의 발표가 대내 매체에도 실렸다면서 북한의 이런 과장선전은 내부결속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지금 경제난으로도 어려운 지경인데 ‘비질런트 스톰’이라는 대규모 한미연합공중훈련이 있다 보니까 이 훈련에 대응해 최신 무기체계로 압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선전할 필요성도 있는 시점이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앞으로도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핵실험에 나서는 데는 신중하더라도 NLL이나 완충 지역 이남으로 해안포를 발사하는 등의 대남 국지도발로 긴장을 높이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