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동남아를 순방합니다. 잇단 다자외교 무대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정상들도 참석해 최근 북한의 도발과 핵 무력 강화 문제 등을 놓고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성한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석열 대통령의 4박 6일 간의 취임 후 첫 동남아 순방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11~16일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미한일 정상회담이 확정됐고 몇가지 양자회담도 확정 또는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악관도 오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아세안 정상회의서 미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3국 정상회담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대통령, 한일 정상과 회담 "북한 미사일∙핵 도발 우려...삼각 공조 필수"이번 미한일 정상회담은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등을 구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대규모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고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됩니다.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 위협에 따른 3국 간 공조 대응 방안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봉영식 전문연구위원] “특히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일본도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심각한 우려를 가지게 됐기 때문에 비록 한국과 일본 사이에 아직 역사 화해 문제에 대해선 이렇다 할 진전이 없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북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인지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브리핑에서 “미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미한 정상회담도 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미한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프놈펜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와 함께 아세안과 한중일이 함께하는 아세안+3 정상회의, 그리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합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선 한국 정부의 지역 전략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성한 실장입니다.
[녹취: 김성한 실장] “11월 11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 도착한 후 곧바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리의 새로운 대 아세안 정책, 즉 한-아세안 연대구상에 관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한 동맹에 기반해서 만들어지는 분위기지만 한국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미중 갈등 현안인 타이완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담을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 문제 그리고 항행의 자유 문제 이런 것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한국이 (미한) 공동성명에도 기술했던 부분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중국의 오해도 충분히 불식시켰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은 충분히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죠.”
아세안+3는 아세안 국가들과 한중일이 함께 하는 역내 기능적 협력체로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계기로 출범했습니다.
12일 열리는 이번 아세안+3에 기시다 일본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도 참석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이 회의와 별도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한일 또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며 “순방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조금 협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13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선 이 자리가 정상 차원에서 역내·외 주요 안보 현안에 관해 논의하는 전략적 성격의 포럼인 만큼 지역적·국제적 문제에 대한 한국의 기본입장을 설명하고 자유와 평화, 번영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기여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해 14일 G20 회원국의 경제단체와 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B20서밋에 참석합니다.
15일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식량과 에너지, 안보, 보건 세션에서 발언할 예정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G20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윤 대통령와 시 주석의 대면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순방에서 시 주석과 어떤 만남이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다양한 대화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윤 대통령이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중국 정상과 만나면 북한이 도발과 추가 핵실험에 나서지 않도록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중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 행보를 일정 부분 자제시킬 수 있는 노력, 그리고 또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자리에 북한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나올 수 있도록 중국이 계속 그 문제를 환기시켜주는 부분들 이런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 주석의 G20 참가는 3연임 확정 이후 첫 다자외교 무대 등판입니다.
홍 실장은 특히 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잇단 도발, 그리고 이에 대응한 미한 확장억제 강화로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해 시 주석이 어떤 입장에서 어떤 수위로 발언할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