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가 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러시아는 해당 조처에 동참하는 나라에는 원유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풍속 단속 경찰’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에100개가 넘는 이른바 ‘해외 경찰서’를 두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가 발효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5일부터 주요 7개국(G7)과 호주, 그리고 유럽연합(EU)이 동참하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G7과 EU 등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제한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해왔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입니다.
진행자) 상한액은 얼마로 정해졌습니까?
기자) 네. 배럴당 60달러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국들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만 거래해야 합니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가 제3국으로 운송될 때도 배럴당 60달러 이하일 경우에만 G7과 EU 유조선, 보험사, 신용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진행자) 가격 상한제가 도입되기까지 꽤 난항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조처의 목적은 러시아가 높은 유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제한해 전쟁 자금줄을 막자는 것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이후 줄곧 거론돼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EU 회원국들의 이견으로 합의 도출이 어려웠습니다.
진행자) 특히 폴란드의 반발이 컸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상한액을 원가에 가까운 20달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폴란드는 끝까지 가격 상한을 더 낮추지 않으면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다 지난 2일 최종적으로 동의했습니다.
진행자) G7과 호주는 어떻게 동참하게 된 건가요?
기자) G7과 호주는 협상 과정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요. EU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는데요. EU의 합의가 나온 같은 날(2일), G7과 호주도 배럴당 60달러 가격 상한제 도입에 합의한다는 발표를 내놨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렇게 한 번 가격을 책정하면 앞으로 계속 적용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EU 회원국들은 내년 1월부터 2개월 단위로 시장 거래 동향을 보면서, 상한선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상한 가격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하는 원유 평균 가격보다 최소 5% 낮게 책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우여곡절 끝에 원유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기자)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러시아 원유 생산 원가가 워낙 낮아 60달러 제한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의 석유 생산 비용을 배럴당 20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 선박 측면에서도 지난 10월 기준, 러시아는 상한선을 넘는 석유를 선적할 유조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진행자)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생산량을 좀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가격상한제를 도입한 나라에는 석유와 석유 관련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4일, 가격 상한제는 자유 무역 원칙에 배치되는 간섭행위라고 반발하며 그같이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수입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감산으로 대응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박 부총리는 또, 상한액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가격상한제라는 수단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석유와 석유제품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나라, 기업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령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응도 볼까요?
기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가 가격 상한제 도입에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는데요. 하지만 EU가 합의한 상한액은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그 수준에서 상한선을 설정한 건 약점을 보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의 회의가 있었군요?
기자) 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정례 회의가 4일 열렸습니다. 주요 서방국들의 원유 가격 상한제 합의에 이어 열리는 회의라 특히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OPEC+는 하루 200만 배럴 감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증산을 원하고 있지만 OPEC+는 내년 말까지 감산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계속해서 이번에는 이란 소식입니다. 이란에서 논란 많은 경찰 조직 폐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정부가 최근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시위를 촉발시킨 계기가 된 이른바 ‘풍속 단속 경찰’을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은 지난 3일, 이란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해 풍속 단속 경찰이 폐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검찰총장의 발언 내용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네. ISNA 통신은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종교 회의에 참석해 ‘지도 순찰대’, 즉 풍속 단속 경찰은 이란 사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한 설명 없이 몬타제리 검찰총장이 풍속 단속 경찰은 폐지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풍속 단속 경찰이 언제 창설됐습니까?
기자) 지난 2005년에 창설됐습니다. 풍속 단속 경찰은 특히 이슬람 여성의 복장인 ‘히잡’ 착용 여부를 비롯해 이슬람의 풍속 단속을 전담해왔는데요. 단속, 체포, 구금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폭력성과 강제성을 띠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직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은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관영 매체도 아직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란 국회의 네자모딘 무사비 의원은 4일 IS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부가 국민들의 실질적인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AP 통신은 전날 몬타제리 검찰총장의 발언에 이어 무사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란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대통령도 최근 유화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같은 날(3일) 이란이 이슬람의 기초 위에 세워졌다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헌법을 유연하게 이행하는 방법도 있다며 법안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현재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는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합니다.
진행자) 지금 이란에서는 몇 개월째 시위가 계속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9월 중순, 이란의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계 출신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씨가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사흘 만에 갑자기 의문사한 사건이 발단이 됐습니다.
진행자) 아미니 씨의 사인을 두고 가족과 당국의 이야기가 다르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당국은 심장마비가 사인이라고 밝혔지만, 아미니 씨 가족들은 평소 그가 건강했다면서, 경찰에 맞아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전역에서 정확한 사인 규명과 히잡 착용 반대, 당국의 과잉 처사를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가 번져 나가기 시작했고요.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도 연대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시간이 지날수록 시위가 더 격화하는 양상을 보여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시위는 점점 격렬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시위 참가자 중에 1만8천200여 명이 구금됐고요. 약 470명이 당국의 진압으로 사망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위 진압 과정에 이란 정부군 쪽에서도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리 바게리카니 이란 외무부 차관은 최근 이란 경관 약 5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들어보겠습니다. 중국이 100개가 넘는 이른바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군요?
기자) 네. 스페인 마드리드에 근거를 둔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5일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전 세계 53개 나라에서 적어도 102개의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진행자)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몇 달 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 9월에 보고서를 내고 처음으로 중국 해외 경찰서의 존재를 폭로했는데요. 당시에는 중국 해외 경찰서가 54개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에서는 해외 경찰서 수가 그때보다 늘었군요?
기자) 네. 보고서는 지난 9월 이후 그간 48개를 추가로 파악했다면서 이번에 새로 파악한 해외 경찰서들은 대부분 지난 2016년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해외 경찰서가 무슨 일을 하는 겁니까?
기자) 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에 낸 보고서에서 비밀 해외경찰서가 해외에 사는 중국인들을 감시하거나 괴롭히고 때에 따라 중국 송환을 시도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공식 외교 임무에서 벗어나는 활동이 주재국 동의가 없다면 매우 이례적일뿐더러 불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해외 경찰서가 외국에 사는 중국인을 송환한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세르비아와 스페인에서 중국인 망명자 각각 1명이 중국 해외 경찰서의 비밀공작을 통해 강제로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고 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해외 경찰서는 경찰을 관할하는 중국 공안부가 직접 운영하는 건가요?
기자) 중앙 공안부가 아닌 지역 공안부 차원에서 설치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현재 중국 해외 경찰서를 장쑤성 난퉁, 저장성 원저우, 칭톈, 그리고 푸젠성 푸저우 공안부가 설치해 운영한다면서 해외 경찰서 업무를 위해 계약직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해외 경찰서 존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중국 정부는 해외에 비밀 경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해당 시설이 해외에 사는 중국인들의 운전면허 갱신 등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서 특히 많은 중국인을 해외에 격리되도록 한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대응이라고 중국 정부는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 해외 경찰서가 코로나가 유행하기 몇 년 전부터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자국민을 감시하는 해외 경찰서를 운용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자 몇몇 나라가 직접 조사에 나섰죠?
기자) 그렇습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중국 해외 경찰서 존재가 알려지자 지금까지 적어도 13개 나라가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일랜드는 자국 내 중국 해외 경찰서를 폐쇄한 바 있는데요. 이 문제를 두고 특히 캐나다같이 중국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와 중국 사이에 외교적 긴장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 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 나와 이 문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조율 없이 이런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주권 침해이자 표준 사법절차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참고로 세이프가드 디펜더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미국 뉴욕시와 로스앤젤레스시에도 이 해외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