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상에서 또다시 선박 여러 척이 선체를 바짝 대고 있는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 앞바다를 접선 장소로 삼는 정체불명의 선박들이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선박 4~5척이 한꺼번에 선체를 맞대고 있는 바다 위 현장은 불법 환적의 온상지가 된 북한 서해 초도 남쪽 해상입니다.
26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찍힌 선박들의 이 단골 회합 장소에서는 약 50m 길이의 선박 4~5척이 밀착한 채 대놓고 환적 의심 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많은 선박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은 위성사진에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나타납니다.
VOA는 지난달 21일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7km 떨어진 해상에서 비슷한 형태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선박 7~8척을 발견해 보도했는데, 불과 닷새 뒤인 이날 또다시 평소보다 많은 4~5척의 배가 한 덩어리처럼 뭉쳐있는 ‘희귀한’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이 일대에서 자주 이뤄진 환적에는 보통 2~3척이 동원돼 왔는데, 2~3배가 넘는 수의 배들이 선체 훼손 위험을 무릅쓰고 정교하게 밀착한 배경이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이들 선박이 뭔가 주고받았다면 무조건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공중에서 촬영한 여러 선박의 ‘회합’ 장면만으로 불법 행위를 단정할 순 없지만, 이 정도 규모의 선박 무리가 항구를 지척에 두고 굳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이 정도로 근접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그동안 이 일대에서 이미 수많은 선박이 전형적인 환적 ‘매뉴얼’을 그대로 밟았다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 역시 선박 간 환적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의혹을 부를 만합니다.
앞서 선박 업계 관계자는 VOA에 “일반적으로 배의 소유주(선주)들은 상호 접촉에 따르는 배의 손상 때문에 선박 간 환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해역에서 포착된 사례는 단 2척의 접선이라 해도 예사롭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해상에선 이틀 전인 24일에도 선박 여러 척이 맞댄 경우를 비롯해 총 3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사례가 포착됐습니다.
전날까지 보이지 않던 50m 길이의 선박 4척이 이날 수백 미터 거리를 두고 2척씩 짝을 이룬 모습이 눈에 띄는데, 다른 한쪽에선 같은 길이의 선박 3~4척이 역시 바짝 붙어 모종의 활동을 하는 듯한 움직임을 노출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총 36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또 올해는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총 15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를 확인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사례를 4건을 더할 경우 올해 VOA가 이 일대에서 확인한 환적 의심 정황은 19건으로 늘어납니다. 3일에 1건꼴로 환적 의심 정황이 확인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은 지난해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서해상 환적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어떤 유형의 물품이 환적되는지, 선박이 어디에서 출항했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환적된 물품이 제재 대상이 아닐 가능성도 물론 있다”면서도 “북한 선박과 어떤 물품을 환적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 11조에 따라 제재 위반”이라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