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발사 플랫폼과 장소를 활용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전 7시 41분께부터 7시 51분께까지 북한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 발사장연은 지금까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던 곳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미사일은 약 62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습니다.
합참은 비행 고도와 속도는 언급하지 않았고 미한 정보당국이 세부제원을 종합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연에서 620㎞ 거리면 제주도와 독도를 포함한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비행거리로 미뤄 이 미사일이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한국의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맺은 9.19 남북 군사합의의 적대행위 금지구역 가까이서 미사일을 쏨으로써 한반도 긴장 상황을 좀 더 높이려는 그런 의도가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임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연합연습을 정상적으로 시행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동향을 추적 감시할 것”이라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올들어 5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입니다.
특히 최근 일주일 새 세 차례 무력시위를 벌인 겁니다.
지난 9일 오후 6시 20분께 남포 근처에서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6발을 서해상으로 쐈고, 지난 12일엔 신포 해상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잦은 도발은 지난 13일 시작해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미한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11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전쟁억제력을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최근 도발이 다양한 발사 플랫폼과 발사 지점을 활용한 미사일 발사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보면 신형 전술유도무기,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그리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했고요. 발사 장소도 각자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훈련에 대응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들을 다양한 장소,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해서 도발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한 강조하는 그런 측면의 무력시위로 보여집니다.”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한 연합훈련 기간 중 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동원된 연합훈련 기간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엔 자신들의 도발을 내부적으론 보도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아사자가 나올 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외부의 위협과 이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부각시켜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이와 함께 북한이 오는 16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즈음해 일제 강제징용 해법을 둘러싼 한국 내 여론 갈등을 부추기고 한일 협력을 방해하기 위해 일본 열도 방향으로의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어쨌든 김정은으로선 내부는 결속시키고 남한과 한미, 한미일을 이간시키고 갈등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그런 목적으로 도발을 최대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한편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시점 전후로 미국의 최신 정찰기들이 잇따라 동해와 서해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항공기 추적 서비스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7~8시 무렵 미 공군 정찰기 RC-135S 코브라볼이 동해에 출동했습니다.
미 공군의 RC-135U 컴뱃센트 정찰기도 한국을 동서와 남북으로 가로질러 서행 상공에서 장시간 비행하면서 오후까지 감시활동을 폈습니다.
미국이 최신 정찰기 2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운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동향 감시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 등 전략도발 움직임까지 감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이 ‘자유의 방패’ 연습 기간 중 고체연료 추진 ICBM 발사나 ICBM 정상각도 최대 사거리 발사 또는 7차 핵실험 등 전략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