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포기 강요는 선전포고, 핵으로 맞서겠다"...도발 지속 의지 드러내

22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이 북한 미사일 발사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핵 포기 강요라며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핵으로 맞서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22일 순항미사일 4발을 동해상에 발사하며 미한 연합훈련에 대응한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22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북한에 대한 핵 포기 강요는 곧 선전포고”라며 자신들에게 “CVID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적용을 시도한다면 핵으로 맞서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조 국장의 담화는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CVID를 역설한 데 대해 반발해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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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안보리 의장성명 재추진에 나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번 회의에서도 모든 이사국의 의장성명 동참을 요구하는 등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안보리의 공식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조 국장은 이에 대해 “그 어떤 세력이든 북한에 CVID를 적용하려 든다면 핵무력 정책 법령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20년 전 이라크를 침공해 수십만 명의 민간인들을 대량학살한 미국의 범죄 행위를 새겨보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 인권을 지적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유엔 주재 대표부와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 담당 부상, 조철수 국장 등이 잇달아 성명과 담화를 내며 안보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력실장은 CVID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포함돼 있는 국제사회의 요구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CVID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고 그 명시된 내용을 주유엔 미국대사가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 뿐이에요. 여기에 대해서 북한이 CVID를 하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핵으로 맞서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국제사회 의지를 무시하는 그런 행위라고 봐야죠.”

김 실장은 북한이 최근 핵 무력 실전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에 잇달아 나서면서 국제사회 비핵화 요구에 대응한 위협 수위를 한층 구체화, 고도화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로 어차피 안보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굳이 안보리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을 염두에 둔 명분쌓기 차원일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자신들이 7차 핵실험까지 하는 정말 초고강도 도발을 했을 때 안보리가 거기에 대해서 추가 제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을 방지하는 그런 명분을 계속 쌓는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박 교수는 또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원하는 북한이 CVID의 정당성을 정면 부정하면서 국제사회 여론전을 펴고 있다며 지금의 국제질서 재편 흐름을 신냉전 구도를 넘어 다극화 추세로 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세 인식이 반영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S)'를 구실로 벌이고 있는 잇단 핵 무력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도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22일에도 오전 10시 15분께부터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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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군이 탐지한 북한 순항미사일 수는 4발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함흥 해안가에서 동해상으로 쏜 것으로 미뤄 지대함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한 연합군이 진행 중인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에 맞선 무력시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상륙강습함이 어제 들어왔고요, 또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미국의 항모단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동계훈련 계획했던 것을 좀 확대해서 긴급하게 훈련을 잡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쌍룡훈련에 참여하는 미국의 경항모급 강습상륙함인 ‘마킨 아일랜드’는 지난 21일 경북 포항 근해에서 한국 해군과 ‘상륙기동부대 호송작전’을 수행한 뒤 22일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22일 있었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관련 보도를 일절 내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달 들어 지난 9일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6발, 12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 2발, 14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 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 1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 등 5차례나 도발을 일으켰고 그 때마다 대내외 관영매체를 통해 비교적 상세하게 관련 소식을 알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새 무기 시험발사가 아닌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이어서 보도를 하지 않았거나 향후 다른 훈련과 묶어 한꺼번에 공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대내적으로 자기들의 국방력이 우세하다 그리고 긴장도 조성하면서 체제 결속을 꾀하는 그런 대내용으로 해서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을까 추정됩니다.”

미한 두 나라 군은 23일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을 마무리했지만 다음달 3일까지 쌍룡훈련을 진행합니다.

오는 28일 전후로는 미 해군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부산에 입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군 전략자산의 잇단 한반도 전개와 이어지는 연합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