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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엔대사 “중·러, 유엔서 북한 문제 호도 말아야…북한 인권 해결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국 유엔대사가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응 공개회의에 관련국 자격으로 참석했던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당시 회의에서 중국, 러시아와 미국, 한국, 영국 등이 이례적인 설전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사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영국, 한국 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의 같은 시간을 할애해 북한의 입장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중국과 러시아가 ‘이것은 한미연합훈련 때문이고 미국이 그동안 성의를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이러면서 북한의 편에서 논리를 강화해서 주장을 한단 말이에요. 마치 북한이 정상적인 나라,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인 것처럼 묘사해서 주장을 한단 말이에요.”

황 대사는 한반도 상황을 잘 모르는 국가들 사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회의에서 발언권을 행사해 중국과 러시아 주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앞으로도 북한 문제를 호도하는 일부 국가들의 논리를 바로잡는 노력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앞으로 이런 활동을 잘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국제 여론전이라고 하는 것이 중국이 상당히 커지고 글로벌 국가로서의 위상을 생각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실관계에 잘 안 맞는, 또 북한을 옹호하는 그런 발언과 조치를 계속해서는 안되는 것이거든요.”

황 대사는 그런 측면에서 국제사회에 북한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것과 함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핵 미사일 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공식 의제로 다루고 공식 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그럴 경우 북한에 매우 큰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이(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 공식 회의로 한다는 것이 형식 논리가 아니라 실제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안보리에서 공식 의제로서 이 문제를 브리핑도 받고 회의를 한다고 하면, 거기서 어떤 결의안이나 의장성명 같은 결과물이 안나오더라도 그것은 상당히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압력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앞서 황 대사는 지난 20일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의 ICBM 발사 대응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한 중국과 러시아 대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황 대사는 유엔에서 북한과 관련한 잘못된 주장이 북한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에 의해 촉발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미한 연합훈련과 억지태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이 같은 방어적 조치는 책임 있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지난 2018년부터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북한 스스로 선언한 핵과 ICBM 시험 중단 조치는 ‘선의’의 표시가 아닌 항상 요구돼 온 ‘의무’사항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검증의 첫걸음이 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의 전모를 공개하지도 않았고, 핵 동결 시도도 하지 않았으며, 핵실험장 폭파 등 손쉬운 조치를 취한 뒤 이마저도 다시 되돌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며 안보리 대북 조치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황 대사의 견해와 같은 입장을 줄곧 강조해왔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20일 안보리 회의에서 “나는 안보리의 2개 이사국이 우리가 북한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안보리의 침묵은 효과가 없고, 북한 정권이 스스로 멈추기를 바라는 것도 작용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긴장 고조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의 침묵은 안보리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물론 안보리의 집단적 권한을 무시하고자 하는 북한의 욕구를 대담하게 만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편 황 대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못지 않게 인권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북한 인권 분야의 해결 없이는 핵 문제 해결도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북한이 얼마나 참담한 정권인지, 실상이 어떤지 하는 것은 핵 문제만 딱 놓고 봐서는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인권 문제까지 같이 놓고 보면 그 실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거든요.”

특히 북한 인권 문제는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안보와 평화 등 여러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이것이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서 느끼는 어떤 정서적인 문제, 인권이라고 하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문제, 그리고 이것이 핵 문제와도 직결돼 있는 우리에게는 국가 안보의 문제, 또 국제적으로는 국제평화와 안보의 문제, 이 네 개의 측면이 다 있는 것이거든요.”

황 대사는 한국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외교 기조 아래 보편적 가치와 인권 존중이라는 확실한 입장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 제기와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해 같은 뜻을 가진 우방국들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힘을 모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들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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