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해도 봄 가뭄 직면...'알곡고지 점령' 순탄치 않을 듯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 미곡협동농장 관계자들이 현장을 돌보고 있다. (자료사진)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올해에도 봄 가뭄에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알곡고지 점령’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1분기 경제 결산 회의를 열어 농가의 봄 가뭄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덕훈 내각총리가 지도하는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4일 열렸고 회의에서는 1분기 인민경제계획 수행 정형 총화와 상반기 인민경제계획 수행, 올해 알곡생산 목표 달성을 위한 대책이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참석자들은 농작물 적기 파종과 밀과 보리 포전들에 대한 가뭄 피해막이 대책 등을 세우면서 간석지 건설과 관개 공사, 농기계 생산을 일정대로 밀고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논의했습니다.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식량 증산을 위해 다방면으로 부심하고 있지만, 최근 심각한 가뭄을 겪으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북한 기상수문국 독고혁철 실장은 최근 관영 ‘조선중앙TV’에 출연해 2월 26일∼3월 29일 북한 지역에 내린 비는 12.1㎜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농업전문가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평안남도 지역의 경우 밀과 보리 재배 면적이 많은 개천 덕천 북창 등지에서 물대기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소장은 저수시설과 양수기 등 장비의 고질적인 부족 현상이 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동원에 의존한 물대기 작업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통상적으로 북한은 항상 인해전술에 매달립니다. 그래서 노동자사무원 군인 학생 농민 등 총동원해서 인력전으로 하는 거죠. 사람이 양동이 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북한은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 분야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12개 중요고지 중 첫 번째로 ‘알곡’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일 끝난 당 중앙위 8기 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농촌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첫번째 방안으로 관개공사의 강력 추진을 꼽았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올해 알곡 고지 점령해야"...당 전원회의, 식량난 구체 대책 공개없이 종료

김덕훈 내각 총리는 지난달에만 네 차례나 주요 곡창지대를 현지지도하고 특히 황해남도 강령군의 강령호 담수화 공사장을 찾아 “농촌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데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등 동분서주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을에 파종해 오는 6월 수확하는 밀 보리는 지난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이미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작년에도 5월에 가뭄이 들어서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지금 이게 4월말, 5월 넘어가면서 나름대로 해갈을 해야 하는데 그게 이제 물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두고 봐야죠.”

4월은 북한에서 벼 모판을 만들고 옥수수와 감자 등 주요 밭작물을 파종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가뭄 피해가 더 치명적인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 5일부터 단비가 내려 농가의 시름이 약간이나마 풀릴 전망입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5일부터 이틀간 황해도와 평안도, 함경남도 남부의 예상 강수량은 10∼50㎜입니다. 함경북도 북부에는 7일 새벽까지 5∼30㎜가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파종한 밭 작물들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한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봄가뭄이 심했죠. 이 정도 갖고는 해갈에 턱도 없는 거고요. 올해도 출발이 좋지 않다, 일단 기상이, 그리고 역시 국경봉쇄로 인한 후유증도 아직 계속되고 있고, 때문에 올해 알곡생산고지 무조건 점령이라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갈 거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죠.”

한편 한해 중 식량사정이 가장 나쁜 시기인 보릿고개에 접어든 북한 내 주요 곡물 시장가격은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내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평양 쌀 1kg의 가격은 5천470원을 기록했습니다.

2월말 쌀 가격이 1kg에 6천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신의주에선 지난 3일 기준 쌀 1kg이 5천480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달 5일 5천970원과 비교할 때 7% 가량 하락한 수치입니다.

옥수수 가격은 여전히 1kg에 3천원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릿고개에 접어든 상황에서 곡물가격이 더 오르지 않는 것은 식량수입이 확대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4분기부터 쌀 등 곡물 수입량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중국으로부터 쌀 730만 2천500달러어치를, 11월에는 1천280만 달러 어치를 그리고 12월에는 741만 6천달러 어치를 수입했습니다.

또 올들어 1월과 2월에만 1천226만달러 어치를 들여왔습니다.

옥수수와 밀가루 등의 곡물류도 올들어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