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러시아 재벌' 은행 예금 몰수해 우크라이나 재건비용 송금...개전 후 처음 "마지막 아닐 것"

메릭 갈랜드(가운데) 미 법무장관이 워싱턴 D.C. 시내 청사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특권층)로부터 몰수한 자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습니다.

이같은 사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향후 미국이 몰수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투입하는 사례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미디어 재벌 콘스탄틴 말로페예프의 미국 금융 계좌에서 몰수한 자금 수백만달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갈랜드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이 몰수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도록 이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써, 이번 일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친러 세력 자금줄

말로페예프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주 일대와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친러 분리주의 세력에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 처리한 후 미국 제재 위반과 사이버 범죄 등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4월 미 법무부가 기소했습니다.

이후 법무부는 말로페예프의 은행 계좌에서 530만 달러 몰수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갈랜드 장관은 지난달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워싱턴 D.C.를 방문했을 때 올리가르히 몰수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송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전쟁범죄 8만 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미 의회 증언...물고문·성폭행·알몸 노출 등 사례

갈랜드 장관은 앞서 2월에도 같은 방침을 밝혔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 요청

해당 자금은 국무부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과 무인항공기(드론) 공습 등으로 파괴된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 재건 비용에 집행하게 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러시아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의 일환으로 올리가르히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이후 의회는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몰수한 자산을 국무부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해당 법안에 서명해 발효시켰습니다.

같은 달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동결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금 3천억 유로(미화 약 3천280억 달러)와 올리가르히 자금 190억 유로(약 207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투입하는 법적인 절차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 본격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서방 국가들이 압류한 러시아 자산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이 실행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서방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 자산들을 잡아 놓고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나 정부 관련 자산은 활용 근거를 제시하기가 쉽지만, 민간자산 몰수와 집행은 소유권 강제 이전이 돼 법률상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주요 7개국(G7)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은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올리가르히 은행 계좌와 부동산, 호화요트 등 자산을 동결·압류하는 제재를 해왔습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에서 동결된 자산이 지난 3월 기준 약 5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 비용 최소 4천110억 달러

또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도 관심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세계은행,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장기적인 복구 비용이 최소 4천1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몰수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