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재벌 몰수 자산 우크라이나 재건비 송금...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 격화

워싱턴 D.C. 시내 미 법무부 청사와 표지판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국 정부가 몰수한 러시아 신흥재벌 자산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첫 사례입니다. 이스라엘군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무장단체 사령관 1명이 또 사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 즉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새로운 조처를 취했군요?

기자) 네. 미국 법무부가 10일, 러시아 올리가르히로부터 몰수한 돈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하고 일부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몰수한 돈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보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올리가르히’란 러시아 신흥재벌을 일컫는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옛소련 붕괴후 정경유착 과정을 통해 급격히 부를 이룬 신흥재벌들인데요. 이번에 미국 정부의 대상이 된 인물은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라는 러시아 신흥재벌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말로페예프 씨의 자산을 왜 몰수한 겁니까?

기자) 미국 정부는 말로페예프 씨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에서 분리주의를 조장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4월 미국의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말로페예프 씨를 기소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로 이전되는 돈의 액수는 얼마나 될까요?

기자) 법무부가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백만 달러는 족히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갈랜드 장관은 지난해 말로페예프 씨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하면서 “말로페예프의 미국 금융 기관 계좌에서 수백만 달러를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 신흥재벌의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송금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갈랜드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조처는 미국이 몰수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쓰도록 처음 이전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추후 비슷한 사례들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전황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지금 열 달 넘게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군이 10일 러시아 육군 최정예 부대를 격퇴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육군 제3강습여단은 성명에서 “러시아 72여단이 바흐무트 근처에서 외곽으로 도주했다”고 밝혔는데요. 우크라이나군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바흐무트 전선에서 줄곧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군이 오랜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진행자) 러시아 쪽에서는 뭐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씨도 전날(9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제72여단이 오늘 아침 점령지 3㎢를 뺏겼고, 그곳에서 전투원 500명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10일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바흐무트 시내에는 바그너 용병들만 있다면서, 측면의 실패로 바그너가 포위될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가 말해온 ‘대반격’이 시작된 걸까요?

기자) 그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방영된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예고한 반격 작전과 관련해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그 이유도 말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로도 “우리는 전진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사람을 잃을 것이고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의 일부 전투 여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로부터 훈련을 받는 등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장갑차 등 여전히 필요한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또 주목해야 할 내용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상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한 협상은 불가하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구나 생각은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하도록 압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상 어떤 나라가 푸틴에게 영토를 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현재 러시아는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남부 헤르손 지역 일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의 거의 1/5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10일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한 직후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흘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투기 공습에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이슬라믹지하드(PIJ)’가 로켓 수백 발로 대응하며 역내 긴장 수위가 계속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11일, 네 번째 지하드 사령관이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군이 관련 발표를 했습니까?

기자) 네. 이스라엘군은 11일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새벽 가자지구 남부 셰이크 하마드 지역의 건물을 타격해 테러 조직 이슬라믹지하드 로켓부대 사령관 알리 하산 무함마드 갈리를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또, 갈리가 이슬라믹지하드의 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이며 최근 이스라엘을 겨냥한 일련의 로켓 공격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슬라믹지하드도 입장을 내놨나요?

기자) 네. 이슬라믹지하드 산하 알쿠드스 여단은 11일 성명을 내고 “로켓 부대 갈리 사령관이 다른 순교자들과 함께 암살됐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간 갈등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이번 충돌을 촉발한 어떤 계기가 있습니까?

기자) 양측의 이번 갈등은 최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86일간 단식 투쟁을 벌인 이슬라믹지하드 고위 인사 카데르 아드난이 사망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이슬라믹지하드는 지난 2일 아드난이 사망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고요. 이에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를 겨냥해 반격에 나섰는데요. 이스라엘은 지난 9일부터 시작된 ‘방패와 화살’ 작전을 통해 갈리 포함 지하드 사령관 4명을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이슬라믹지하드의 공격을 막기 위해 ‘데이비드슬링(David Sling)’을 처음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데이비드슬링’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이스라엘과 미국이 공조해 개발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방공 시스템입니다. 최대 사거리 300km인 미사일과 로켓 등 요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데이비드슬링’을 번역하면 ‘다윗의 물매’라는 뜻인데요. 데이비드, 다윗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물리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양측의 충돌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습니까?

기자)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가자지구에서 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 5명, 어린이 5명도 포함됐다고 하는데요. 독립적인 확인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금까지 150여 개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타격으로 무장세력을 집중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유엔도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고요?

기자) 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사태를 논의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이 전했습니다.

프랑스 몽펠리어 시내 의료진이 엠폭스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과거에 ‘원숭이두창’이라고 불렸던 ‘엠폭스(mpox)’에 대한 비상사태가 해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엠폭스 발병이 더 이상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11일 발표했습니다. WHO 엠폭스 비상위원회가 전날(10일)에 만나 비상사태를 해제하라고 권고했고,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자) 엠폭스 비상사태가 언제 선포됐나요?

기자) 네. 지난해(2022년) 7월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 년이 안 돼서 해제된 겁니다.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당시 엠폭스가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국제적으로 조율된 대응을 요구할 수도 있는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이라고 밝힌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각 나라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기자) 네. 국제 사회가 합의한 바에 따르면 먼저 각 나라는 비상사태 관리를 위한 WHO 권고사항들을 지켜야 합니다. 다음 법적 효력이 있는 비상사태를 국내에 선포하고,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WHO 엠폭스 비상위원회의 니콜라 로우 부위원장은 이제 이런 비상 조처에 의지하기보다는 공중보건에 대한 엠폭스의 장기적인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엠폭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비상이 걸렸는데, 그동안 몇 명이나 감염됐습니까?

기자) 네. WHO 통계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11개 나라와 영토에서 8만7천 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에서 140명이 사망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3만 건 이상의 감염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진행자) 최근 경향은 어땠나요?

기자) 네. 많은 사람이 엠폭스에 관해 알게 됐고, 또 백신이 더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감염 건수가 계속 줄었습니다.

진행자) 엠폭스가 어떤 질병입니까?

기자) 네. 지금은 사라진 천연두 바이러스의 사촌 격인데요. 증상이 덜 심합니다. 엠폭스에 걸리면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나 고름이 차는 피부 병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게 원래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 일부 지역 풍토병이었는데요. 보통 설치류나 작은 포유류로부터 감염됩니다.

진행자) 엠폭스가 사람 사이에서도 전염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남성과 성관계를 한 다른 남성이나 동성애자, 그리고 양성애자가 감염자의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또 엠폭스에 걸린 사람과 가깝게 접촉해도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진행자) 엠폭스가 공기 중으로도 전파됩니까?

기자) 네. 보통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습니다. 엠폭스는 또 체액이나 상처, 그리고 엠폭스 바이러스가 묻은 옷이나 침구 같은 물건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WHO가 최근에 코로나 비상사태도 해제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5일 테드로스 WHO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엠폭스의 위험도 완전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두 바이러스가 여전히 공중보건에 큰 도전을 준다며,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