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계기 미한일 공조 강화...전문가들 "북중러 외교안보·경제 밀착 구체화할 것"

북한(오른쪽)과 중국(가운데)·러시아 국경이 접해있는 중국 지린성 훈춘에 세 나라 국기 모양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자료사진)

최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한일 공조가 한층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이에 맞선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진영 간 대립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이들 세 나라 또한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측면에서의 밀착이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일 세 나라 정상들은 최근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와 3자 회담을 연이어 가졌고 대북 억제력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세 나라 공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정상들에 대한 워싱턴 초청으로 탄력을 더하며 한층 심화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이번 G7 공동성명은 국제규범을 어기는 행태에 대해 북중러를 각각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추가 도발 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같이 보기: G7 정상회의 공동성명 "북한 핵·미사일 강력 규탄...무모한 행동 강력 대응"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중국을 향해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서방 주요국들이 이런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동안 북한과 중국 러시아 또한 밀착 강도를 높이는 양상입니다.

두드러진 것은 지난 3월 말 부임한 왕야쥔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최근 광폭행보입니다.

왕 대사는 지난 8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다졌고, 이후 윤정호 대외경제상과 김덕훈 내각총리 등 북한 경제관료들을 연이어 만나 양국의 경제 협력과 전통 우의를 강조했습니다.

미한일 대 북중러의 진영 간 대결구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북중 간 밀착도 한층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북중 관계 전문가인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단됐던 북한의 고위급 교류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북중 간에 그동안 단절돼 있었던 것을 친서외교를 하고 성명 같은 것들을 발표하면서 북중 관계를 긴밀하게 과시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였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상에서도 긴밀하게 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행사들을 하고 있고 외교적 행위들을 하고 있고 더 고위층으로까지 진전되는 그런 과정의 연속선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중 간 교역 규모는 철도와 해상 무역을 통해 올들어 신종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올해 1~4월 북중 누적 무역액은 6억8천461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0% 늘었습니다.

남은 것은 육로 무역과 인적 교류 재개인데 홍콩 매체인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1일 “북한이 6월 10일 국경을 재개방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대회에 참가할 듯한 의사를 표시한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중국 전문가인 이상숙 교수는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중국 쪽에서 북한 쪽 관광을 하는 업체들이 관련 파트너 업체들한테 곧 관광이 시작될 것 같다, 그래서 준비를 하라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서방세계의 권위주의 세력에 대한 압박으로 북중러가 고위급 정치인들의 대면 교류를 통한 연대 강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미한일 세 나라 정상들의 최근 잦은 회동에 맞서 북중러도 정상회담을 가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은 당분간 힘들더라도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조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중 두 나라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2019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 밀착 관계에 시동을 걸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론 정상들이 만남을 갖지 못했습니다.

임 교수는 진영 간 대립이 오랜 기간 심화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북중이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연대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지금 미국과 일본 한국 간 군사 협력 움직임은 실질적인 새로운 동북아에서의 나토와 같은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단 말이에요. 이건 이제 북중 정상회담을 다시 하는 어떤 중요한 계기점이 될 수 있죠.”

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실시하고 있는 한반도 동해상에서의 합동군사훈련에 북한이 상징적 수준에서나마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공식화하는데 아직은 신중할 것이라며, 안보협력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신흥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등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들을 통한 대서방 외교전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