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중 관계 조기 안정화 어려울 것…한국 단호한 입장 취해야” 

윤석열 한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회담했다. 사진 제공 = 한국 대통령실. (자료사진)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관계 안정화 의지를 나타냈지만 한중 관계의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압박에 맞서 원칙에 입각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 VOA와 영상 통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관계 안정화 의지를 밝힌 것이 한중 관계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think it's somewhat helpful to South Korea. I wouldn't want to overstate it because I think the problems between South Korea and China run very deep at this moment with the Chinese of course showing a great deal of anger 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nd particularly President Yoon. But I do think that anytime US-China relations improve. It improves the overall situation in the Indo-Pacific region a bit.”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미중이 이견 관리에 나선 것이 “한국에도 약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반적인 상황도 조금 개선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중 관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다며 “중국 당국이 한국 정부 특히 윤 대통령에게 큰 분노를 표출하는 등 현재 한국과 중국 간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훨씬 더 순종적이고 훨씬 더 중국에 의존적인 한국을 원하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안정화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국과의 마찰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는 등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포위망’에 대해 앞으로 더 긴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 베이징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9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틀 간의 중국 방문 결과를 설명하면서 “ 모든 회담에서 나는 고위급에서의 직접적인 관여와 지속적인 소통이 서로의 차이를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국 측 카운터파트로부터도 같은 말을 들었다”며 “우리는 양국 관계의 안정화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21일 VOA와 영상 통화에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한국에 다소 복잡한 상황을 조성한다”며 중국이 미국과는 관계 개선을 원하는 반면 한국에는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에 대한 보복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re is a way in which they can be brought into harmony with each other. But what I'm really trying to highlight here is it's China itself that is pursuing a dual strategy, a different strategy toward the United States from the one that is pursuing with South Korea. And the concern there is that a dual strategy can potentially be intended to heighten tensions within the US South Korea alliance or to generate new problems as related to policy coordination related to China,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스나이더 국장은 미중 관계, 한중 관계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현재 미국과 한국에 대해 서로 다른 이중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이중 전략이 잠재적으로 미한 동맹 내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중국과 관련된 정책 공조에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데릭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윤 대통령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더 긴밀히 연계하는 방향으로 한국을 움직이는 것은 중국이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스먼 연구원은 “중국의 한국에 대한 외교적 공격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른다”면서 한국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로스먼 연구원] “if he blinked then we're gonna go back to the delicate balancing act, right. But if he doesn't, it continues down the path and he's got at least another three good years to do it. He's going to fundamentally change South Korea'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that will inextricably be linked to the United States and to and increasingly to Japan and Australia and the Philippines and India. Countries that are not friendly with China.”

그로스먼 연구원은 “한국이 굽히면 한국은 다시 미중 사이의 섬세한 균형 잡기로 돌아갈 것”이라며 “굽히지 않고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3년간 지금의 길을 계속 나아간다면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은 근본적으로 바뀌어 미국과 뗄 수 없는 정도로 연계되고, 일본, 호주, 필리핀, 인도와도 더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중국의 압박에 단호하게 맞서야”

2013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군사 담당 부차관보는 21일 VOA에 “미중 사이에 해빙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회의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한데 대한 중국의 반발과 쿠바 내 중국 도청기지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중국은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모든 국가에 불이익을 주려고 한다며, 하지만 한국이 입장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콜비 전 부차관보] “Unfortunately, the expression is there's no pain, no gain. I think in order to get to a place where Beijing is going to respect South Korea's interests, there's going to be a period of discomfort and risk but that's necessary to ensure that South Korea is approaching Beijing from a position of strength. You see this all through Asia and beyond where the Chinese tried to pound or make an example countries would stand up to them, but I think if you hold the line and you're in a strong position, and ultimately Beijing will respect that.”

콜비 전 부차관보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중국이 한국의 이익을 존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아시아 전역과 그 너머에서 시범 사례로 각국을 거칠게 다루지만 입장을 굽히지 않고 힘의 우위에서 중국을 대하면 중국은 결국 한국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도 “중국에 너무 많이 굴복하면 중국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라는 점을 한국 정부가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칙과 가치에 입각해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21일 VOA에 “중국의 수사적 압박에 맞서 한국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긴장 완화에 나섰기 때문에 한국도 중국의 앞으로의 행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하스 연구원] “China’s leaders confront formidable challenges at home. Historically, when China is under stress at home, it works to cool tensions abroad. We may be in the opening phase of a similar cycle now, with Premier Li Qiang in Europe, Beijing hosting Secretary Blinken, Wang Huning engaging with Taiwan counterparts, and other efforts to lower tensions with Australia and others. In this context, it will be valuable for Seoul to remain firm and patient in the face of Beijing’s rhetorical barbs.”

하스 연구원은 “중국 지도자들은 국내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역사적으로 중국은 국내에서 압박을 받으면 해외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리창 중국 총리가 유럽을 방문하고 베이징 당국자들이 블링컨 국무장관을 접견하며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타이완 대화상대와 접촉하는 등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이 중국의 압박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하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블링컨 방중, 한중 경제관계에 긍정적”

한편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으로 한국과 중국 간 경제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 “I think there was much discussion about small yard high fence, which as you just referred to, where the US is not trying to contain China, with the exception on high to limit restrictions to highly strategic technologies to where the US is trying to protect national security, but at the same time, which has an impact on South Korea, minimizing disruptions to the global semiconductor supply chains.”

오버비 전 대표는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 전략’ 즉 미국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고도의 전략기술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는 정책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는데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미국이 대중국 첨단기술 제한의 폭을 좁히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 기업 등에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 허용 기간을 연장할 계획을 밝힌 것도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오버비 전 대표는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최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서 수출통제 유예조치 연장 방침을 밝히는 연설을 직접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한국과 중국이 외교적 갈등을 지속하는 중에서도 경제관계는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think one of the areas that was very clear in the Blinken visit was that the United States is not asking countries to decouple the business relationships. And I think South Korea can take that position of the United States and say to the Chinese, we are not decoupling our economy.”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미국이 각국에 대해 중국과의 상업관계를 디커플링(분리)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서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다”라며 “한국도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며 중국에 대해 경제를 분리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도 이제는 디커플링과 디리스킹(탈위험)의 차이점을 이해한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스나이더 국장도 “중국과 한국이 양국 관계에서 갖고 있는 가장 큰 우려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과 관련이 있다”며 “양국의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e biggest concern that China has and South Korea has as related to the relationship is related to US policies on export controls, as related to semiconductors. I do believe that that is a set of issues that does require management. And so there's every reason for China and South Korea to have conversations and try to manage effective coordination on the economic dimension of the China-South Korea relationship. I think that that dialogue should be compartmentalized from some of the negative comments that have been made as related to the political relationship.”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과 한국이 대화를 나누고 양국 경제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율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정치적 관계와 관련된 부정적인 발언과는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도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한국의 예외 요청을 수용해 왔다며 한중 경제관계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