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 등지 '마스크 의무' 해제한 듯..."교역 정상화 신호탄"

지난달 23일 북한 평양에서 '올림픽의 날' 기념 행사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달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 개방으로 이어질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제한적이고 잠정적인 조치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주요 관영매체들이 이달 들어 주민들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장면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에선 지난 2일부터 이런 모습들이 포착되는데, 3일엔 함경북도 청년 수백여 명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극장에 빼곡히 앉아있는 장면을 방송했습니다.

‘노동신문’ 4일자를 보면 함경북도출판물관리국 사진에 나오는 8명 전원이, 그리고 함경북도혁명사적관과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사진에 등장하는 주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벗고 있습니다.

다만 병원 의료진과 농약을 살포하는 농민의 경우 마스크를 쓴 사진들이 게재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30일에만 해도 실내 동원행사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병 사실을 공식 인정했고, 이후 불과 석 달 만인 8월 ‘방역대전 승리’를 선포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최근까지도 ‘비상방역’ 기조를 유지하면서 야외 마스크 착용 등 조치를 지속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3일자 `노동신문'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아직 북한의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방역 기조를 완화하는 조치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과하다 싶을 만큼 방역 조처를 해왔는데, 이는 방역을 통제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었다”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상방역체계를 완화하고 마스크 해제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부 경제 위기 심화와 신종 코로나의 토착병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로의 정책 전환에 밀려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북한 매체들이 해당 조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고 전 주민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잠정적인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모두가 엔데믹(토착병)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본인들만 코로나 방역을 할 순 없는 상황이고 또 내부 경제 위기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고 그러나 열었을 때 중국이 한 2주 간 의료체계가 마비됐거든요. 북한이 그걸 두려워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북한의 비상방역체계 완화는 향후 1주일에서 2주일이 고비다, 이 때 상황에서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마스크 착용으로 가고 아마 봉쇄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으로서도 모험을 하는 거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중국과의 북한 측 국경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고 4일 보도했습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어 “지난달 30일 혜산시 모든 단위들에 7월 1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지시가 전달됐고 이에 따라 실제 1일부터 혜산시 주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중 교역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국경지역 방역 조치 완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혜산시와 같은 대중 무역 거점도시는 북한 경제에 사활이 걸린 지역이고 북한이 선택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라며, 마스크 해제 조치 또한 교역 활성화를 노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전 국민적 상대로 한 백신 접종은 아니었지만 상당량의 접종 분량을 갖고 들어와서 주로 무역종사자, 해관 종사자를 중심으로 2차 접종, 3차 접종까지 했다는 얘기들이 계속 정보로 들어왔거든요. 그만큼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얘기죠.”

북한의 이런 조치는 국경지역에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중국과의 무역 전면 재개 기대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 조치는 국경 개방의 신호일 수 있다며 국경 도시 세관 직원들이 통관 업무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세관 직원들 근무는 시작했거든요. 통관서류들, 통관 신청 서류를 받아서 검토하고 하는데 실제 물자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그런 측면에서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는 해요.”

한국 내 탈북민단체인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중국 측 국경도시인 훈춘과 도문의 북한 노동자들이 7월 또는 8월에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중국 관리자로부터의 전언이 있었고, 북한 내 열차 이동 제한도 지난달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비상방역 조치들을 크게 완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