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외교안보 대표 '우크라이나 곡물 육상 운송 확대' 촉구...미 국무, 24~29일 호주 등 순방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에서 수확한 보리를 실은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한 것에 대응해 육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을 늘려야 한다고 유럽연합(EU)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내주 통가와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진단이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뒤에 유엔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반출 방법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데요. EU 고위 관리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말을 했군요?

기자) 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이사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른바 ‘연대 회랑(Solidarity Lanes)’을 통한 곡물 수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렐 대표는 폴란드가 상황에 따라 국경을 닫아 우크라이나산 곡물 반입을 막겠다고 한 것에 대한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진행자) 연대 회랑이란 게 뭔가요?

기자) 네. 흑해 항구들에 있는 많은 곡물을 우크라이나와 접한 EU 회원국들 국경을 넘어 운송하는 경로로 일종의 수출 우회로입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된 곡물 가운데 대략 60%가 이 연대 회랑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보렐 대표 말은 육지 우회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반출하는 것을 늘리자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렐 대표가 이런 우회 수송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겁니다. 그는 또 바닷길이 막히면 EU 항구들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우크라이나 인접국들의 더 큰 노력을 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인접국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달라는 겁니까?

기자) 네. 보렐 대표는 흑해 항구들에 있는 곡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국경을 개방하고 수송을 쉽게 하는 등 인접 나라들이 더 기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이 더 관여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도 많은 일을 했지만, 일을 더 해야 한다고 보렐 대표는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와 접한 나라들에 국경을 더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건데, 폴란드 등 몇몇 회원국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그리고 루마니아 등 5개 나라는 국경 개방 확대를 반대합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5월,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유채 씨앗, 그리고 해바라기씨 등이 우크라이나에서 이들 나라에 수입되는 걸 금지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들 나라가 우크라이나 곡물이 들어오는 걸 금지해 달라고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죠?

기자) 네.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자기 나라를 통과해서 다른 곳으로 반출되지 않고, 그냥 나라 안에서 팔리는 경우가 자주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곡물이 자기 나라 곡물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현지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왔는데요. 그러자 이들 나라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자기 나라에 들어오는 걸 금지해 달라고 EU 집행위 측에 요구했던 겁니다.

진행자) 이 조처가 시한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이 이들 5개 나라를 그냥 통과하는 걸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난 6월에 한 차례 연장돼서 오는 9월 15일이 시한입니다. 그런데 이들 나라 농업장관이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여서 회담하고 공동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이 조처를 연장할 뿐만 아니라 확대해 달라고 EU 집행위에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국경 개방을 확대하는 등 더 많은 일을 해달라는 보렐 대표 당부와는 어긋나는 요구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특히 폴란드가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폴란드 농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집행위가 수입 금지 조처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국경을 닫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요. 그러자 헝가리도 여기에 호응해 자신들도 같은 조처를 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엄포에 대해서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현재까지 이들 나라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20일) EU 외교이사회 측에 화상으로 자국 곡물 수출을 위한 모든 가능한 대체 경로를 확대하고 이를 총동원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또 곡물 수출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모든 국경을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20일 모인 EU 외교이사회가 대러시아 제재를 연장했군요?

기자) 네. 기존 제재를 6개월, 그러니까 내년 1월 31일까지 연장했습니다. EU는 지난 2014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로 병합하자 처음 제재를 부과했고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자 이를 크게 확대한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EU 외교이사회는 이날(20일) 이란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을 다시 제재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시리아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도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새 제재안은 무인비행체(UAV) 제작에 들어가는 부품을 EU가 이란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태평양도서국회의 오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곧 남태평양 3개국 순방에 나서는군요?

기자) 네. 미국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일정으로 통가와 뉴질랜드, 그리고 호주를 방문한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방문 목적은 뭡니까?

기자) 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이들 나라에서 지역 안보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통가에서 올해 문을 연 미국 대사관 헌정식에 참석할 예정이고요. 뉴질랜드에서는 여자 월드컵 축구대회에 나간 미국 대표팀 경기를 볼 예정입니다.

진행자) 미국 외교 수장인 블링컨 장관이 이 지역을 자주 방문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21년 1월에 국무장관이 된 뒤에 이번 방문까지 해서 모두 12번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찾는 겁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지난 2017년 이래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뉴질랜드를 찾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 태평양 섬나라들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올해 하반기에 이들 나라 지도자가 워싱턴에 다시 모인다는 소식도 나왔군요?

기자) 네. 조셉 윤 태평양 도서국 협약 특사는 오는 9월에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주최할 것이라고 20일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워싱턴에서 첫 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를 연 바 있습니다.

진행자) 당시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태평양 도서국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요’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주민들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미군이 태평양 도서국 가운데 하나인 파푸아뉴기니 내 기지를 15년 동안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몇몇 매체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지난 5월 두 나라가 서명한 협정에 따라 파푸아뉴기니가 미군이 자국 내 기지 6곳을 15년 동안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다음 주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협정 이행을 위한 다음 단계 조처를 논의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태평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군 기지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역내에서 전력을 증강하는 중국군에 대응해 파푸아뉴기니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몇몇 태평양 섬나라 내 기지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학생들이 대입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지난 몇 년간 사교육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는데요.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진단이 나왔군요?

기자) 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분석해 전한 내용인데요. 중국 정부가 그간 사교육 시장을 대대적으로 단속했지만, 관련 암시장이 득세하는 등 중산층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고 이 통신은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사교육 시장을 단속하기 시작한 게 2년 전이었던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1년 7월에 중국 정부는 학교 교육과정 과목에 대한 영리 목적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사교육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사교육 시장 단속에 나선 목적이 뭡니까?

기자) 네. 애초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과중한 공부나 비싼 수업료 등 각 가정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 자본이 마구잡이로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진행자) 사교육 부담과 관련 시장을 모두 줄이겠다는 거였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게 블룸버그 진단이라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블룸버그가 상하이나 선전 같은 도시에 사는 부모들에게 들어보니까 방과 후 교육비, 특히 지난 여름방학이 시작된 이래 관련 비용이 실제로 더 늘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기 자식이 교육에서 유리하게 출발하기를 원하는 중국 부모들이 전국에 퍼져있는 비싸고 음성적인 사교육에 눈을 돌렸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사교육을 단속했지만, 오히려 몰래 하는 사교육이 늘었고, 그 비용도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전에는 많은 강사가 큰 회사가 운영하는 대규모 수업에서 가르쳤는데, 이제는 단속을 피해서 더 작은 규모, 많은 경우 일대일 수업을 한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강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든 탓에 수지가 맞지 않으니까, 수업료를 더 비싸게 매긴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전보다 수업료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상하이에서 일하는 사라 왕 씨는 블룸버그통신에 5학년 아이의 대면 수업료를 전보다 50% 이상 더 쓴다면서 “부담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상하이에서 일하는 캐시 추 씨는 아들 수학 개인 과외비가 배가 올라 회당 약 55달러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일 년에 개인 수업비로 얼마나 들어가는 겁니까?

기자) 네. 블룸버그통신 설명으로는 상하이 같은 도시들 경우엔 일 년에 약 1만4천 달러를 쉽게 넘어간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국 같은 경우에는 정부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약 410달러라고 합니다. 이건 일 년으로 치면 5천 달러 정도 됩니다.

진행자) 비용이 이렇게 올라가도 중국 학부모들이 자식 사교육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근본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야 대우가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대학에 가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 내 입시 경쟁이 대단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기자) 네. 중국 대학들이 학생들을 뽑을 때 대개 일 년에 한 번 치르는 대학 입학시험 성적을 봅니다. 그런 데다가 일 년에 1천만 명 이상이 대입 시험장에 나오기 때문에 정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많은 사람이 정부의 사교육 금지 조처 효과에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현상이 중국 안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이들 교육비가 이렇게 치솟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으려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확산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내 출산율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