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북한 석유 밀수…지난해 이후  최대 270만 배럴 반입 추산 

북한 남포 유류 하역 시설을 촬영한 지난 17일 자 위성사진. 유조선 3척(원 안)이 정박해 있다. 사진=Planet Labs

주요 7개국과 한국, 유럽연합 등이 북한의 석유 밀수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반입한 유류가 최대 27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선박 관련 대북제재 위반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는 최근 몇 년 간 북한 유조선의 운항 기록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북한 유조선은 60여 척이지만, 이들 모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토대로 한 위치 정보가 다른 나라 영해에서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한국, 일본 등 주요국은 중국 영해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석유 밀수를 차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중국에 전달하면서, 지난해 이후 중국 해역에서 꾸준히 발견되고 있는 북한 유조선의 구체적인 이름과 사례를 명시했습니다.

북한 유조선이 AIS를 끈 채 운항하면서 불법으로 유류를 취득해 북한으로 운송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입니다.

실제로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올해 상반기에만 북한 최대 유류시설이 밀집한 남포 항구에 드나든 유조선이 42척에 이른 것으로 집계한 바 있습니다.

미국 정부 등이 북한 유조선을 발견했다고 밝힌 지난해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경우 2022년 이후 최근까지 이 항구를 드나든 유조선은 90척에 달합니다.

공식 운항 중인 유조선은 없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남포 유류 항구에는 최소 일주일에 1척 꼴로 유조선이 정박했다는 의미입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과 야간에 유조선이 출입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곳에 정박한 유조선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하고, 남포에 유조선이 정박한 횟수를 토대로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 양을 추산한 바 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남포에서 포착된 90척의 유조선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북한은 최소 90만에서 최대 270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사실상 연간 한도보다 훨씬 많은 양이 북한으로 반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불법으로 유류를 취득한 정황은 위성사진으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VOA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 서해 초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2척 이상이 붙어 있는 사례를 74건 포착했습니다.

지난해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초도 인근 해상을 주요 환적지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이 이 지점에서 북한 선박과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인근의 항구를 놔두고 굳이 선박이 옆 면을 맞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류 등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품목을 넘겨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안보리는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설령 유류가 아니더라도 두 선박 사이에 어떤 물품이 거래됐다면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제재 위반은 선박 간 환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올해 초부터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의 자료를 토대로 북한이 새롭게 등록한 선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달 19일 기준으로 북한이 올해 1월 이후 자국 선박이라며 등록한 19척 모두 직전까지 중국 중고 선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20척에 가까운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락원 1(안하이 6)호 등 총 6척의 신규 선박을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는 무려 3배 많은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의 이본 유 조정관 대행은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 가능성과 관련한 지난달 21일 VOA의 이메일 질의에 “과거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지속적인 선박 취득을 추적하고 조사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 조정관 대행] “As you would be aware from its past reports, the Panel has tracked and investigated the DPRK’s on-going acquisition of ships. This trend continues. The transfer / sale of foreign-flagged vessels to the DPRK contravenes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UNSCRs). We continue to encourage vigilance of such vessel sale. Some recommended steps are contained in the Panel’s latest report S/2023/171.”

이어 “해외 선적 선박을 북한에 양도∙판매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며 “우리는 이러한 선박 판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포착된 북한과 중국의 대북제재 위반 사례는 또 있습니다.

올해 1월 중국 회사인 ‘산둥 자이저우 인터내셔널’은 북한 선적 선박 자이저우 2호의 등록 소유주가 됐다고 IMO에 보고했습니다.

또 4월과 5월에는 중국 회사 2곳이 각각 북한 유조선 아봉 1호와 남포 5호의 등록 소유주로 등재됐습니다.

선박 업계에선 ‘대리점’ 형태의 선박 회사들이 실제 소유주를 대신해 선박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중국 회사도 북한 선박의 중국 입출항을 돕는 대리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북한 선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역시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점입니다.

2016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는 북한 선박에 대한 소유와 임대, 운항은 물론 선급 혹은 관련 서비스 제공 행위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본 유 전문가패널 조정관 대행은 최근 중국 회사의 북한 선박 소유 사례와 관련한 VOA의 보도에 대해 “특정 선박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는 선박 등록을 포함해 북한 선박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며 관련 행위가 제재 위반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