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실패 3개월만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예고…한국 “안보리 결의 위반, 즉각 철회”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지난 5월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3개월만에 군사정찰위성을 다시 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한 연합 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을 견제하고 정권수립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내부 결속을 위한 대형 이벤트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오는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북한 당국이 22일 새벽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해상 위험구역을 3곳 설정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통보된 위험구역은 북한 남서측 황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으로, 모두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입니다.

북한은 22일 새벽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위험수역으로 북한 남서쪽 황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을 설정했습니다.

북한이 일본 정부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일본이 국제해사기구, IMO 총회 결의서에 따라 운영되는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번 통보는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의 재발사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에도 우선 일본 정부에 발사 예고기간과 위험수역을 통보하고 나서 IMO에도 같은 내용의 발사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에 정찰위성을 발사한다고 통보한 뒤 예고 기간 첫 날에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했지만 로켓이 추진력을 잃으면서 서해로 추락해 실패했습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직후 실패를 인정하면서 “천리마 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6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정찰위성 발사 실패를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꼽고, 이른 시일 내 성공적으로 재발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이후 발사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 로켓 엔진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7월부터 발사체 신뢰도 검증을 위해 엔진 연소시험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국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정찰위성은 미리 여러 개를 만들어 놓았겠지만 로켓 엔진의 연소 불안정 문제는 통상 3개월만에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북한 지도부가 신속한 재발사를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연소를 하게 되면 진동이 발생하는데 그 진동주파수가 엔진 고유 주파수, 소재 주파수와 일치가 되면 증폭이 돼서 연소가 불안정해져서 폭발하거나 그러거든요. 엔진을 재설계해서 다시 만들든지 그러는데 아니면 격벽을 만들든지 하나 추가하든지 그래서 제작기간이라는 게 있고 또 그걸 연소 실험을 하기 때문에 석달이면 충분하다고는 보지 않아요.”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차 발사 계획에 관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재차 발사를 예고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북한이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긴밀한 미한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한 두 나라 군은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에 대응해 감시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2일 복수의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미 정찰기 리벳조인트(RC-135V)가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륙해 경기도 남양주 상공에서 서해 쪽으로 비행하는 항적을 노출했습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인 리벳조인트는 첨단 전자센서로 수백㎞ 밖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신호 등을 실시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군은 서해상에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이 가능한 이지스 구축함을 배치했습니다.

북한이 재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군사정찰위성으로서 효용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지난 5월 서해에 추락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재발사는 당장 초정밀 군사위성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고 위성발사체의 궤도 안착 기술을 검증하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제한적이나마 어느 정도 한반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을 가지고 자기들의 군사력을 과시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 같고 두번째는 우주발사체가 실패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성공을 해서 대내에 크게 선전하려는 목적이 있어요.”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통보한 위험수역은 지난 5월 통보한 곳과 동일하다며, 이는 새로운 발사체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 ‘천리마-1형’의 결함을 보완해 재발사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통보한 발사예고 기간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을지프리덤실드, UFS 미한연합연습 기간과 겹칩니다.

이와 함께 북한 정권수립일인 이른바 9·9절 75주년을 앞둔 시점입니다.

이 때문에 UFS를 견제하고 9·9절을 경축하는 정치적 이벤트로 정찰위성 발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정찰위성 수준을 무시하는 외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사업,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사업 그리고 이미 대내외에 널리 예고한 사업이기 때문에 북한이 강행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UFS에 대한 의식도 있고 또 9월9일 공화국 창건일에 대한 일종의 세레모니 성격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그래서 대내적인 측면, 대외적으로 군사대응 능력 의지 두 가지를 다 표출하는 차원에서 시간적 타이밍을 그렇게 설정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6월4일 ‘국제문제 평론가 김명철’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향후 발사에 앞서 관련 일정을 IMO 등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다고 IMO가 규탄 결의문을 낸 데 대한 반발 차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또 다시 사전 통보를 한 것은 ‘주권국가의 우주개발권’을 정당하게 행사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국제 관행이라는 틀 안에서 이런 최소한의 주변국 통보 없이 발사했을 경우 생기는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통보할 필요는 있었을 겁니다.”

한편 한국 해양수산부는 북한이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통보한 해상구역들에 대해 국립해양조사원을 통해 22일 오전 8시 8분께 항행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