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에 집중됐던 북중 역외가공 품목이 다종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서 3년 만에 손목시계 부품을 들여왔는데 곧 완제품을 수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북한은 중국에서 손목시계 부품 약 49만8천 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양으로는 4.25t. 손목시계 1개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부품의 무게가 1kg 미만 즉 ‘그램(g)’ 단위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수의 손목시계가 제조될 수 있는 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해관총서가 이 거래의 수출 형태를 ‘역외가공(Outward Processing)’으로 표기했다는 점입니다.
북중 간 역외가공은 북한이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완제품 형태로 재수출하는 방식의 무역으로, 통상 주문자생산방식(OEM) 거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손목시계 완제품을 중국에 되팔기 위해 부품을 수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비제재품인 손목시계와 가발 등을 OEM 형태로 중국에 수출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경이 봉쇄된 이후 두 나라의 역외가공 무역 거래가 잠시 자취를 감추긴 했지만 최근 들어 가발∙속눈썹 제품을 중심으로 다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가발을 제외한 다른 제품은 여전히 거래가 거의 없다가 지난달 북한이 약 50만 달러에 육박하는 손목시계 부품을 사들이면서 양국 간 손목시계 OEM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손목시계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북한의 대중 수출 2위와 1위 품목이었습니다.
북한이 손목시계 부품을 수입한 것과 달리 지난달 북한이 중국으로 수출한 손목시계 제품은 없습니다.
만약 북한이 지난달부터 해당 부품을 이용해 손목시계 생산에 나섰다면 다음 달엔 손목시계 완제품이 북한의 대중 수출품 목록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구기운동용 공을 비롯한 기타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역외가공 수출을 재개했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 28만9천87개에 달하는 농구∙축구∙배구공을 수출했습니다
수출액은 약 20만2천 달러, 공의 총 무게는 약 30.87t으로 표기됐습니다.
이 제품 역시 무역 형태가 역외가공으로 나타나 북한이 OEM 방식으로 공을 제조해 중국으로 넘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한 해관총서 자료에는 북한이 5만1천447 달러어치의 낚시줄을 수출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이 역시도 역외가공 형태의 거래였습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뜸했던 이들 제품의 수출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손목시계와 공, 낚시줄 등에 대한 역외가공 무역 거래 재개 조짐이 관측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금액은 북한의 최대 역외가공 수출품인 가발∙속눈썹 제품에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은 중국에 1천318만 달러어치, 양으로는 114t의 가발·속눈썹 제품을 수출했으며, 반대로 중국은 북한에 사람 머리카락 1천19만 달러어치를 판매했습니다.
가발과 사람 머리카락은 지난달 북한의 대중 수출입 목록에서 각각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