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원의원, ‘태영호 쓰레기’ 발언에 “탈북민에 폭언, 해악 커”…미국선 ‘북한인권 침해 연장선’ 지적 

지난 2020년 6월 북한 평양에서 한국 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청년 집회가 열렸다. (자료사진)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을 야당 의원이 “쓰레기”라고 비난한 것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한 모든 탈북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탈북민을 비방하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 침해라고 우려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의회 내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한국 국회에서 불거진 태영호 의원에 대한 야당 의원의 “쓰레기” 발언 논란과 관련해 탈북민을 매우 부적절하게 묘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사진 제공=DavidAlton.com

알톤 상원의원은 8일 VOA에 “북한 주민을 모욕적으로 풍자하는 막말은 모두에게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이런 (쓰레기)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며 모두를 위해 선을 긋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알톤 의원] “I have known Mr.Thae Yong-ho since he served as a North Korea diplomat in London. He showed singular courage by denouncing the atrocities of the North’s dictatorship and embracing the vibrant democracy and freedoms of the Republic of Korea…Lurid language – especially when it uses offensive caricatures of Northerners - does everyone a grave disservice. The honourable thing would be for the remarks to be withdrawn, an apology issued, and for everyone to draw a line.”

알톤 의원은 태 의원이 런던에서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며 “태 의원이 북한 독재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하고 대한민국의 활기찬 민주주의와 자유를 포용함으로써 남다른 용기를 보여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중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제1야당인 민주당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빨갱이” 등 격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저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가해자이자 폭압자, 독재정권인 김정은의 편을 들면서 이렇게 북한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이 더불어민주당은 이거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이런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여러분,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겁니다.”
[녹취: 민주당 의원들] “이런 쓰레기가 나왔어…”
[녹취: 태영호 의원] “ 쓰레기? 쓰레기?”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이 VOA와 인터뷰하는 모습

태 의원은 다음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쓰레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영순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고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VOA는 이와 관련해 박영순 의원에게 두 차례 이메일을 보내 발언의 사실 여부와 입장에 관해 물었지만 9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전직 관리 등은 자유와 인권을 찾아 탈출한 북한인들이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의회에서조차 인권 침해를 받는 현실에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문제는 정치적 공방이나 이념적 차원이 아닌 인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그리고 다른 곳으로 탈북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전환으로 탈북민들이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

이어 북한 정권은 이러한 탈북민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부른다며 “민주당은 탈북민들이 북한 정권에 노출됐다고 느끼는 잔인하고 비열한 언어를 똑같이 반복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s a very challenging, difficult transition to be a defector from North Korea to South Korea and anywhere else as well. These are traumatized people. So to call them what the North Koreans call them. The North Koreans call them human scum. And so you have the Democratic Party repeating and parroting the same cruel and nasty language from the North Koreans they feel exposed….And then to have their hosts attack them in the same way that the country does that had initially persecuted them is indeed very ugly.”

그러면서 “그들을 맞이한 이들이 처음에 그들을 박해했던 북한 정권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참으로 추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라는 비판입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 주민의 인권은 모든 한국인이 동의할 수 있는 사안이어야 한다”며 이 문제는 인권 문제이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He certainly is in a position to speak out and to express the views that he's expressed. It's unfortunate that the issue is controversial. This should not be a controversial political issue. The human rights for the people of North Korea ought to be one on which all Koreans agree.”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렘코 브뢰커 교수는 지난 10여 년 동안 탈북민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이 ‘인간쓰레기’라고 불리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분명히 이 용어를 전직 북한 주민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뢰커 교수] “I've been working with North Korean exiles for ten years or so and I have witnessed them being called human scum (인간쓰레기) plenty of times. Obviously, the DPRK government uses the term as a go-to slur for former DPRK citizens. While it is permissible and at times perhaps even necessary to strongly disagree with one another in a democracy like South Korea, even on a crucial topic such as human rights, to verbally abuse an exile from North Korea using the same slurs the DPRK government uses for him and people like him, is not only behavior unbecoming elected members of parliament, it is an act of threatening by magnifying threats from a foreign government against a fellow-MP.

브뢰커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때로는 인권과 같은 중요한 주제에 대해 강하게 반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교수.

하지만 “북한인 망명자를 북한 정부가 그와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과 같은 비방을 사용해 폭언하는 것은 선출직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외국 정부의 위협을 확대함으로써 동료 의원을 위협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임스 호어 전 북한 주재 영국 대리대사는 이번 논란을 권투 선수가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고 상대의 벨트 아래를 때리는 상황에 비유했습니다. 그런 비방은 상대에게 “모욕적”이란 것입니다.

[녹취: 호어 전 대사대리] “I would agree that it is. It's what we would say in English under the belt. When you're fighting somebody, if you hit them under the belt, that wasn't according to the normal boxing rules, as it was. And to use words like that, I think it is offensive actually. But I think equally I'm sure Mr. Thae could give as good as he got.”

태 의원이 북한 외교관 시절 그를 여러 번 만났던 호어 전 대사대리는 그러나 태 의원도 자신이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태 의원을 강단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tough cookie”에 비유했습니다.

제임스 호어 전 북한주재 영국 대리대사. (자료사진)

그러면서 이는 태 의원이 한국의 정치를 배우는 학습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