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북러 정상회담 이후 구체화될 수 있는 북한 노동자 파견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이 문제가 북한의 인권 침해와 무기 개발 자금 획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11일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담당 부국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지부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저희는 한국과 북한, 한반도 내 두 나라 모두의 인권 문제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종종 일본의 인권 문제에도 관여하고요. 일본 교도소 내 여성 인권 침해와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저희는 상당히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데 최근에는 거의 동남아시아와 한반도에서의 활동 반경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저희가 초점을 맞춘 국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베트남입니다. 저희는 바이든 행정부가 베트남의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기회로 봤습니다. 베트남에는 정치범 160여 명이 현재 수감돼 있는데 인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시기입니다.
기자) 북러 정상회담이 공식화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우려를 갖고 계십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북한은 세계 최악의 강제 노동국 중 하나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해외에 파견되면 강제로 일해야 하고 노동 조건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이 없습니다. 또한 파견된 국가 관리들의 엄격하고 지속적인 감시를 받습니다. 수익의 대부분은 북한 정권이 빼앗아 가고요. 북한 강제 노동자들은 시베리아의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벌목업, 광업 등에 종사합니다. 북한의 강제 노동자 파견은 인권 유린 측면에서나 북한의 무기 개발의 수익이 된다는 부분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기자) 혹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자료가 있으신가요?
로버트슨 부국장)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의 심층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강제 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이들은 매우 외딴 지역에 배치돼 있어서 저희 연구원 등을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설령 우리가 그곳에 간다고 해도 엄격한 감시하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말하기를 매우 두려워합니다. 말 한마디로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기자) 1978년 창설된 휴먼라이츠워치가 언제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는지, 그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휴먼라이츠워치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계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저희는 당시 한국의 인권 문제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6월 항쟁’과 관련한 여러 시위 상황을 다루면서요. 199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의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다가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주목하게 된 겁니다. 저희는 한국과 북한 모두에 인권 준수 의무를 이행하도록 계속 압박해 왔습니다. 사실 한국에 진보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립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로서는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생겨요. 또 반대로 보수성향의 정권은 북한의 인권 문제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를 다룰 때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현재 한국의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대북 인권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현재 한국 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하는 일에 대해 당연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했고,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 더욱 긴밀한 협력을 촉구하며 상당히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인권은 좌파, 우파에 관한 것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라는 점입니다. 인간은 어디에 있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권리를 유지하고 찾아주는 것이 유엔 시스템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인 북한에서도 지켜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기자) 다른 인권 유린 국가들과 북한을 비교해 가장 특이한 점, 우려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북한의 인권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 이유는 정치범수용소(관리소) 때문입니다. 19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아직도 산속에 갇혀서 죽도록 일하며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수들에 의한 학대와 강제 노동을 견디며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영양 섭취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열악한 상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가 다쳐도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계속 노동하며 그냥 생을 마감합니다. 공개처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밀수품을 반입한 주민은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 할아버지까지 처형당한다는 증언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인권 문제 측면에서 북한을 최악의 국가 중 하나로 만들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그 같은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종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합의된 공동의 압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대북제재나 다른 조치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봐 왔지만 인권 문제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좀 불편하네” 이런 정도의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가 핵무기로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것과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인권 유린 상황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보통의 국가에서는 이미 정부에 대한 봉기가 일어났을 겁니다. 식량난을 겪는 정부가 무기 개발에 돈을 쏟아 붓는다면 정상적인 국가의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구금, 처형 등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무기 개발을 위해 인권 침해를 주민 통제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자) 과거 인권 유린 국가였다가 개선된 나라들을 꼽아보면 북한에 교훈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로버트슨 부국장)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 당시인 1965년과 1966년 사이 50여만 명이 학살됐습니다. 30년 동안의 군사독재 이후 수하르토가 축출되고 개혁 정부가 들어섰죠. 이후 민주 정부를 통해 어느 정도의 민주주의를 달성했습니다. 캄보디아도 인권 문제에서 진전을 보였습니다. 크메르 루주의 대량학살을 겪고 내전이 벌어진 이후,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가 들어섰죠. 이후 민주적인 선거가 치러졌고 국민 교육 분야에 인권 문제가 포함된 사례가 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휴먼라이츠워치의 티라나 하산 신임 대표가 방한해 한국의 외교부 장관과 통일부 차관을 잇달아 만났습니다. 취임 후 첫 방문지였는데, 한국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로버트슨 부국장) 인권 문제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중견국들이 인권에 대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국제사회에서 일종의 압박을 가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진정한 글로벌 경제 강국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인권, 정치면에서는 그에 비해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한국이 전 세계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바랍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캐나다만이 인권 유린 문제를 제기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지부 부국장으로부터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를 포함한 인권 유린 실태와 한국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