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탈북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를 다룬 연극이 미국 의회에서 공연됐습니다.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한 미국 하원의원은 중국 내 탈북 난민들의 상황은 끔찍하다며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백소라 배우] “엄마 날 팔아. Sell me. It is my 15th birthday. My mom is in pain because I can’t get medication.”
15살 생일을 맞은 북한 소녀 지선이 병든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팔기로 결심합니다.
[녹취: 백소라 배우]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너 이거 정말 쉬워. 거기 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엄마의 약값을 벌기 위해 중국의 나이 든 남성에게 몸을 팔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넌 소녀 지선은 인신매매 조직에 성폭행당하고 북송 위기에 처하는 등 수난을 겪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향합니다.
중국 내 탈북민의 아픔을 다룬 1인극 ‘나를 팔아요: 나는 북한에서 왔습니다(SELL ME: I Am From North Korea)’ 공연이 14일 미국 의사당 방문자센터에 있는 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워싱턴을 찾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곳에서 탈북민을 소재로 한 연극이 공연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 연극의 의회 공연을 주선한 공화당 소속 캐럴 밀러 하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은 축사를 통해 탈북 여성들이 처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어 기대된다며 “탈북민들이 생존을 위해 겪어야 했던 시간은 정말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밀러 의원] “The length of the defectors have had to go to just to survive, must be horrendous. No woman should ever have to make these decisions to sell themselves in order to help their families or themselves, and so we must make sure that we do not ignore this as we move forward.”
밀러 의원은 “어떤 여성도 가족이나 자신을 위해 자기를 팔겠다고 결정하는 처지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며 “이런 상황을 못 본 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밀러 의원은 축사 뒤 VOA에 중국이 탈북 난민을 계속 체포해 북송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밀러 의원] “I think it's a shame. If people have worked so hard to leave their country and China has signed an agreement, they should follow the agreement and honor it.”
“북한인들이 그토록 어렵게 고국을 떠났고 중국이 (유엔난민협약과 의정서) 협정에 서명했다면 그 합의를 따르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날 공연된 1인극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이자 연극 배우인 백소라 씨가 지난 2019년 “국제인권예술축제’에서 첫선을 보였던 작품입니다.
백 씨는 이날 VOA에 우연히 탈북민 이현서 씨의 책 ‘7개의 이름을 가진 소녀’를 읽고 충격을 받은 뒤 탈북민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소라 씨] “굉장히 부끄럽고 충격이었어요. 아, 내가 북한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구나. 특히 꽃제비에 대해 많이 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세상이 정말 불공평하고 이 부정의를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아이는 내가 여기에서 안전하게 건강한 음식 먹여서 잘 키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정부 아래서 그런 생활을 한다는 게 견딜 수가 없었어요”
백 씨는 이를 일기에 쓰다가 1인극으로 올리게 됐고 그동안 여러 지원자를 만나 다양한 곳에서 공연해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백소라 씨]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아는 것들이 김정은 아니면 핵무기 거기에서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거기에도 정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분들이 받는 고통과 하루하루 살기 위해서 얼마나 삶이 힘든지 사람들이 좀 더 이해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재정적으로 기부해도 좋고 자원봉사자를 해도 좋고 다른 액션을 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공연을 후원한 미국의 민간단체인 ‘원코리아네트워크(OKN)의 헨리 송 워싱턴 디렉터는 이 공연을 통해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정책이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송 디렉터] “We want to highlight this very crucial and serious issue of China's policy of forced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defectors. We felt that that would really engage the audience and help educate people about this issue.”
또한 탈북민 관련 회의나 증언도 좋지만 이런 문화 공연이 청중의 관심을 끌고 탈북민 문제를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공연은 미국 의회 스태프와 외교관 등 60여 명이 관람했으며 공연 뒤 ‘배우와의 대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송 디렉터는 중국 내 2천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지난 7월에 이어 다음 달에도 매주 목요일마다 워싱턴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