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북러 안보리 결의 위반 협력에 가장 강력한 우려 표명…대가 따를 것”

15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제4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샤 베이커 미 국방부 정책차관 직무대행,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투기 생산공장을 시찰하며 북러 간 군사 협력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한 두 나라는 15일 서울에서 제4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 회의를 가졌습니다.

두 나라는 회의 뒤 낸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유엔 안보리 결의들에 부합하지 않는 협력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은 회의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 협력 움직임을 규탄했습니다.

[녹취: 보니 젠킨스 차관] “We strongly condemn the escalation in DPRK Russia defense and political cooperation.”

젠킨스 차관은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 정치 협력 증대를 규탄한다”며 “미한은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을 촉진하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장호진 한국 외교부 1차관도 “북러의 군사 협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엄중한 위반”이라며 미한은 “러시아가 비확산체제 창설의 당사자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으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장호진 1차관] “워싱턴 선언에 따라서 한미 간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면서 안보리 결의의 엄중한 위반에 대해선 분명한 대가가 따르도록 공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미측에서 젠킨스 차관과 사샤 베이커 국방부 정책차관대행, 한국에선 장호진 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여했습니다.

EDSCG 회의가 한국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한은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지역 정세 등에 대해 평가하고 확장억제의 강화된 운영을 위해 외교, 경제, 군사 차원의 공조와 발전 방안에 대해 토의했습니다.

젠킨스 차관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증대되는 것에 계속 대응할 것이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이 대화에 참여해 핵무기 관련 전략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줄이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젠킨스 차관은 또 “미국은 북한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에 핵 공격을 하면 이를 용인할 수 없고 이는 체제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인한다”고 북한에 경고했습니다.

젠킨스 차관은 이와 함께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국에 감사하다”며 “양국 정부는 계속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 수석대표 4명은 이날 오후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산화한 천안함 46용사를 참배하고 새로 취역한 호위함인 천안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인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시찰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찾은 유리 가가린 공장은 수호이(Su)-27과 수호이-30, 수호이-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35, 2020년 실전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57 등과 함께 민간 항공기도 생산하는 곳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함께 전투기와 여객기 조립 공정을 지켜보고 수호이-35 시험비행을 참관했습니다.

만투로프 장관은 “우리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의 선도적인 항공기 생산 시설을 보여줬다”며 “항공기 제작과 다른 산업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봤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북한의 취약한 공군력 강화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2022 한국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전투기와 공격기 등 810여 대를 보유해 410여 대의 한국보다 숫적으론 월등하게 많습니다.

하지만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미그(MiG)-15, 미그-17을 비롯해 1953년 초도 비행한 미그-19, 1959년 생산 개시한 미그-21, 1967년 첫 비행한 미그-23 등 노후화된 군용기가 대다수입니다.

그나마 첫 비행연도가 1977년인 4세대 전투기 미그-29가 북한의 최신 전투기로 평양 방공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보유 중인 노후화된 전투기 유지 보수를 위한 부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 자체가 대북 제재로 인해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게 사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투기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고 기존 전투기에서 부품을 뜯어서 한 대를 겨우 유지하는 데 벅찬 게 북한의 모습이니까 결국 북한 입장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부품 공급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신형 전투기 같은 경우는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어서 완제품 전투기를 북한에 당장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고요.”

무기 거래 등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북러 간 군사 협력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은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 수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14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군사기술 협력은 아주 민감한 협력 범주에 속한다”면서 “북한은 러시아의 이웃이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13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안보리 대북 제재 틀 내에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유엔 제재 틀 안에서의 군사 협력이라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북한과의 다양한 군사 협력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과시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게 러시아의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실질적인 무기 협력이나 군사훈련이나 이런 것은 뒤로 미루더라도 고위급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리고 푸틴이 여차하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나는 봐요. 그런 것을 통해서 굉장히 강화된 두 나라 관계를 과시하는 거에요. 그렇게 되면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을 통해서 미국과의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보는 거죠.”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 북러 정상 간 “일대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 방문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 초대를 감사히 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러 간 군사 협력 수준과 범위는 북한이 러시아에 줄 게 전쟁 중이어서 다급히 필요한 재래식 무기와 탄약 정도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향후 우크라이나 전황에 영향을 받겠지만 러시아에 북한은 일시적 협력 대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또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 지원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대응할 가능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뛰어난 성능의 재래식 무기들은 러시아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