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선박 2척 추가 구매 정황…올해만 29척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의 선박들. (자료사진)

최근까지 중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 2척이 또다시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났습니다. 올해 VOA가 포착한 것만 29척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은 선박을 구매했는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화둥7호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화둥7호는 한반도 시각 15일 오후 12시경 북한 남포항 일대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린트래픽은 이 선박이 외부로 발신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토대로 화둥7호가 북한 깃발을 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존 등록 정보를 토대로 한 선박명은 화둥7호지만, AIS로 발신한 이름은 부연2(PU YUN 2)호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이 선박이 얼마 전까지 중국 선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는 화둥7호와 동일한 IMO 등록번호를 사용하는 선박을 중국 선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중국 선적의 화둥7호는 최근 어느 시점 북한 선적의 부연2호가 됐고, 선박이 자체 발신한 AIS 신호를 통해 이런 변화가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전례로 볼 때 북한은 조만간 IMO에 화둥7호를 북한 선적의 부연2호로 등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게가 2천986t인 이 선박은 2009년 건조된 이후 줄곧 중국 선적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소유주도 중국 산둥성 르자오에 주소지를 둔 ‘르자오 화둥 쉬핑’이었습니다.

이 선박이 현재 북한 남포에 머물며 스스로 북한 선적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건 북한이 이 선박을 ‘중고’로 중국에서 매입했다는 뜻입니다.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난 선박은 또 있습니다.

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최근 평강1호라는 이름의 북한 선박이 등록됐습니다.

GISIS에는 이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단 시점을 2023년 8월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달 28일부턴 북한 평양 소재 ‘청해 쉬핑’이 새로운 소유주가 됐다고 명시했습니다.

2023년 8월 이전, 즉 평강 1호로 나타나기 전까지 이 선박의 선적 정보는 GISIS 자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건조 첫해인 2002년 안장78(An Jiang 78)호로 운항을 시작한 뒤 2012년 1월 자잉56(Jia Ying 56)호로 이름을 바꿨다는 내용이 명시됐는데, 이들 선박명이 모두 중국식인 점이 주목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에서 운영돼 온 자잉 56호를 구매해 선박에 북한 깃발을 달고 평강 1호라는 새로운 선박명을 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2건 모두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앞서 VOA는 GISIS 자료를 조회해 올해 들어 모두 27척의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에 매각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번에 2척을 더할 경우 올해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29척으로 늘어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등록한 신규 선박의 수를 6척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많은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꾸면서 북한의 의도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뉴스통신사인 ‘뉴스1’은 북한이 올해 들어 중국 선적의 선박을 집중 구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 선박을 동원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운송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1개뿐인 철로를 이용해야만 하는 북러 간 육로 운송 대신, 대량 운송이 가능하고 정보망이 노출되기 어려운 해상 활용 방안이 북한과 러시아 간에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중국에서 들여온 선박 대부분은 총톤수(GT)를 기준으로 2~4천t,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중량을 의미하는 재화중량톤수(DWT)는 4~6천t입니다.

선박 1척당 매번 4~6천t에 달하는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앞서 VOA에 이들 선박이 북한과 중국 사이 짧은 항로를 단시간 내 여러 번 다닐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 would say that these vessels are primarily intended to do carry cargo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across the Yellow Sea, because these are very short voyages of, you know, a minimum of one day to maybe three days before, after a quick turnaround, they can be back in North Korea another two days.”

당시 와츠 위원은 북중 간 항해 거리가 하루에서 사흘에 불과할 만큼 매우 가깝다는 점에 주목했는데, 북한 동해와 러시아 연해주 사이 거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러시아로의 무기 운송을 위해 집중적으로 선박을 매입하고 있는 것인지 주목됩니다.

VOA는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