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러 대사 초치해 대북 군사 협력 강력 경고… 중국 아시안게임엔 총리 파견 ‘이례적 예우’

장호진(오른쪽) 한국 외교부 1차관이 19일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왼쪽) 주한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계기 북-러 무기 거래와 군사협력 문제 논의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 제공)

한국 정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북한과의 군사 협력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선 협력관계를 부각시키면서 북러 밀착이 북중러로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가능성과 관련해 안드레이 보르소비치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19일 쿨릭 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장 차관은 러시아 측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한 상임이사국이자 국제 비확산체제 창설을 주도한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차관은 또 “정부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한국의 안보를 중대하게 위협하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분명한 대가가 따르도록 강력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그와 같은 행위는 한러 관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초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현실화한 후 한국 정부로부터 나온 첫 구체적 대응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이 이번 방러 기간에 우주와 군사, 군수 시설들을 집중 시찰하면서 북러 양국이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무기와 군사기술 거래에 합의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과 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에서 인공위성이나 로켓, 전투기, 핵잠수함 관련 고급 기술 등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러 정상회담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항의의 성격을 갖는 ‘대사 초치’라는 방식을 택한 데 대해 그만큼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힘을 통한 평화라고 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국제 공조를 계속 강화해왔는데 북러 간 협력으로 인해서 제재 허점이 생길 가능성 이런 부분을 상당히 우려하는 것 같고 그래서 결국 러시아에 대한 보다 강력한 경고를 통해서 최대한 북러 간 군사 협력 또 제재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들을 막으려는 게 아닌가 보여집니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9일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거래를 몇 달 전부터 포착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부인했지만 미국 대통령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했고 대한민국 정부로서도 이번 북러 정상 만남이 있기 몇 달 전부터 군사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쿨릭 대사는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에 초치된 자리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설은 근거없는 추측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19일 자국 관영 ‘타스’ 통신에 “러시아 측에선 한국 파트너들에게 미국과 한국 언론에 의해 증폭되는 해당 주제에 대한 추측성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쿨릭 대사는 또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기간에 북러 간 군사 협력 방안이 합의됐을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한 한국 측에 “러시아는 우호적 이웃이자 오랜 파트너인 북한과의 상호 유익한 관계 발전과 관련되는 것을 포함해 맡은 바 모든 국제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5일 러시아와 북한은 정상회담 뒤 군사기술 협력 분야를 포함한 어떤 분야의 협정도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영 ‘로시야1’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우리가 아닌 유엔 안보리가 선언했다”며 “항의는 안보리에 하라. 우리는 북한과 평등하고 공정한 상호 작용을 발전시키겠다”고 결이 다른 말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무기와 탄약을 확보하는 게 급하지만 자칫 한국을 자극해 우크라니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서게 만들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경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엔 전쟁 수행 능력을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국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일종의 전쟁 판도가 바뀔 수 있거든요. 따라서 러시아도 한미에 대해서 확실히 선을 넘긴 어렵다 다시 말해서 북한 탄약 도움을 받아서 일정 정도 급한 불을 끄려고 하겠지만 그러나 그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지원 확대 특히 한국의 본격적인 무기 지원은 러시아로선 바라지 않는 상황이거든요.”

한국 정부는 북러 밀착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해선 관계 조정을 본격화하면서 북중러 3각 밀착으로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개로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적극적인 연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오는 23일 개최되는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정부 대표단 자격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 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가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한국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아시안게임 관련 정부 대표단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한 총리 방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홍민 선임연구위원] “북러가 급속도로 밀착하는 현재 국면을 대응하기 위해선 기존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도 있지만 또 한편에선 중국이 좀 더 적극적 역할 내지는 지나치게 북러로 밀착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부분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좀 더 적극성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총리급 인물을 파견하는 것으로 이렇게 봐야겠죠.”

한국 외교부는 또 “한일중 고위급회의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 2019년 12월 이후 중단된 한일중 정상회의의 연내 한국 개최 문제가 논의될 예정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3국 정상회의는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 중”이라며 “정상회의 일자를 조율하기 앞서 외교장관 간 회의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러나 중국이 북러와의 큰 틀에서의 연대에서 이탈하길 기대하긴 어렵다며 미한일도 우선순위를 갖는 세부사안에 집중해 북중러 3각 연대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유엔총회부터 시작해서 일대일로 있고 11월에 APEC까지 있으니까 이 때는 한미일이 정말 힘을 합쳐서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조율된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가장 핵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나 기술을 이전하지 않는 것 그건 한미일이 가장 우선순위로 둬야 할 것이고 그걸 위해서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거죠.”

박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강한 견제에 나섰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북러 간 협력에 중국도 불편해 하는 만큼 러시아가 북한에 전략무기 체계나 핵심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