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이나 장기 안보 보장"...인도, 캐나다인 비자 발급 중단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며 악수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인도 정부가 캐나다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 캐나다 국적 시크교인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인도와 캐나다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환경 정책이 비판받고 있는데요. 무슨 내용인지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 유엔총회 일정을 마무리짓고 워싱턴으로 이동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과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12월 백악관을 방문한 후 9개월 만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을 찾은 건데, 두 정상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의 전쟁이 지금 1년 반 넘게 이어지면서 우방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 보장을 공식화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that's why we’ve begun the process of formalizing our long-term commitment to Ukraine’s security, alongside the G7 and with other partners.”

기자) 미국이 주요7개국(G7), 그리고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대한 장기적 약속을 공식화하는 절차에 착수했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미국민들은 파트너, 동맹국들과 더불어 전 세계가 당신과 함께 하며, 그 것이 현재 우리의 압도적 목표란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따뜻하고 강력한 말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의 어린이, 가족, 가정, 세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워싱턴에 왔다”고 말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 발언도 직접 들어보시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nd now, I look forward, Mr. President, to our discussion for the benefit of our nations and the world. When it comes to weapons, we will discuss everything, with a special emphasis on air defense.”

기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 이익을 위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무기에 관해서는 특별히 방공에 중점을 두고 모든 것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갖는 상당한 의미가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금 미국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계속되는 지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 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잔혹성과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다면 세계 어떤 나라도 진정으로 안전할 수 없다는, 앞서 유엔총회에서 했던 발언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회도 방문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지도자들을 만났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등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요. 이번에도 의회 연설을 요청했지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거부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매카시 의장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우리 상황에 그럴 시간이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원도, 미국 대통령도 아니라면서,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이 지금까지 지출한 돈에 대한 책임과 승리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 미국민이 알기 원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공화당 내 기류를 보여주는 발언들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하원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문제 삼아2024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미루고 있고요. 지금 미 연방정부는 셧다운(업무정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의 도움 없이는 결코 러시아를 이길 수 없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취재진에게, 당 내 반대가 크지 않으면,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240억 달러 추가 지원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일단 한 걸음 물러선 겁니까?

기자) 네. 하지만 매콜 위원장은 “소모전으로는 결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확실한 승리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날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 23명과 상원의원 6명은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반대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전달하는 등 미 의회 안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실질적 성과는 얻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맞춰 이날(2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 2천5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군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패키지에는 AIM-9M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어벤저 방공시스템, 155mm 포탄 등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캐나다를 찾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1일 캐나다를 전격 방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공항까지 나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환영했는데요.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와 정상회담, 캐나다 의회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호소할 예정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주재 인도 영사관 앞에서 칼리스탄 독립을 요구하며 시위한 시크교인을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캐나다 관련 소식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인도와 캐나다 간 갈등이 점점 격화하고 있군요?

기자) 네. 인도 정부가 21일 캐나다인에 대한 비자 발급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 조처가 캐나다 주재 자국 공관의 안보환경이 업무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안보환경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인도 정부는 어떤 안보 환경 또는 어떤 위협인지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번 비자 서비스 중단과 관련해 캐나다와 갈등의 기폭제가 된 시크교 지도자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희생자가 인도 출신 캐나다 국적자였죠?

기자) 맞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살고 있던 하디프 싱 니자르 씨였는데요.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에 ‘칼리스탄’이라는 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하던 시크교 지도자로, 인도 정부는 그를 테러리스트, 분리주의자로 지목해왔고요. 살인 공모 등 혐의로 인도 정부에 기소됐던 인물인데요. 지난 6월 출석하던 시크교 사원 밖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이 일로 인도와 캐나다 정부가 마찰을 빚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니자르 씨 사망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보요원이 있었다고 지목했습니다. 트뤼도 총리가 의회에서 직접 사건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그러면서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시민이 외국의 개입으로 사망한 사건은 주권 침해이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는 캐나다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거죠?

기자) 네. 인도 정부는 터무니 없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고요. 캐나다 정부가 인도 정보요원을 추방한 데 맞서 인도도 캐나다 외교관 추방으로 대응했습니다.

진행자) 인도 정부는 캐나다에 있는 자국민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 외무부는 20일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여행할 때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캐나다에서 증가하고 있는 인도인들에 대한 반감과 정치적으로 묵인된 증오범죄”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진행자) 캐나다 정부가 인도 정부를 배후로 지목하는 근거는 뭔가요?

기자) 캐나다 정부는 아직까지 트뤼도 총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캐나다 관리는 `AP’ 통신에 인도 정부가 니자르 씨 살해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주요 동맹국이 제공한 정보를 포함해 캐나다 주재 인도 외교관들에 대한 감시활동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정보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공유 동맹,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한 회원국이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건의 파장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인도는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을 견제할 대항마로서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캐나다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미국의 최우방국입니다. 그런 인도와 캐나다가 지금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국은 인도 정부에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요청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매체는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인사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 때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이 사우디 정부를 압박했던 것과는 달리 조용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지난 20일 '넷제로(net zero)' 목표와 환경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환경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최근 내연차 판매 중단 시기를 더 늦추기로 하면서 정치권과 환경보호단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수낙 총리의 결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내연차는 내연기관 엔진이 장착된 일반적인 자동차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휘발유나 디젤 등의 연료로 동력을 얻는,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배출되는 가스가 일산화탄소 등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유럽 선진국들은 내연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점점 갈아타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영국은 원래 내연차 판매 중단 시기를 언제로 잡고 있었던 건가요?

기자) 2030년입니다. 하지만 수낙 총리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신차 판매 중단 시점을 2035년으로, 5년 더 늦추겠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수낙 총리는 또 2035년까지 석유∙가스보일러 설치를 100% 중단한다는 계획도 80% 폐지로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수낙 총리는 이렇게 하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습니까?

기자) 네. 지난 정부가 마련한 정책 시행 일정이 너무 촉박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낙 총리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채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목표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탄소 중립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간단히 말해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이미 배출된 탄소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흡수하거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로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흔히 ‘넷제로(net zero)’라는 말과 혼용해 쓰고 있는데요. 수낙 총리의 발표에 영국의 환경 정책이 ‘유턴(U-turn)’, 즉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이야기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까요?

기자) 네. 환경단체와 야당인 노동당, 녹색당은 일제히 수낙 총리의 계획이 절박하고 위험한 유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낙 총리의 소속당인 보수당 일각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금 우리는 흔들릴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낙 총리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전기차 생산 업계도 소비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는 조처라고 반발했습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수낙 총리의 이번 결정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과 정책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유동층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에 수낙 총리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수낙 총리는 잇따른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는 결코 퇴보가 아니라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것이며, 결코 탄소 중립 목표를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사회의 비판을 무시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모든 사람으로부터 의견과 조언을 들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은 조처가 있을 것을 시사해 더 큰 논란을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