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이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EU는 이를 위해 먼저 이들 기술을 둘러싼 위험에 대해 평가할 예정입니다. 폴란드를 경유해 리투아니아로 가는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대한 폴란드 내 검역을 생략하기로 세 나라가 합의했습니다. 태국에서 드물게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요. 용의자가 14살 소년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이 미래 핵심 기술 보호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계획을 내놨군요?
기자) 네. EU 집행위원회는 핵심 첨단기술이 외국으로 유출돼 역내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계획을 3일 발표했습니다. 집행위는 이를 위해 먼저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정했습니다.
진행자) EU 집행위가 어떤 것들을 핵심 기술로 지정했습니까?
기자) 네. 모두 네 가지인데요.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그리고 바이오 등입니다. 집행위는 앞으로 몇 가지를 더 핵심 기술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역시 많은 나라가 최근 역점을 두고 연구·개발에 뛰어든 기술들이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베라 요우로바 부집행위원장은 “기술은 지정학적 경쟁에서 핵심이며, EU는 이 영역에서 경기장이 아니라 직접 뛰는 선수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EU 집행위가 이런 기술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집행위는 “이들 4대 기술은 기술 보안이나 기술 유출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고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최고 수준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기술이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네. 집행위는 비교적 개방된 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정하기 전에, 일단 EU 회원국들이 즉각 4대 핵심 기술을 포함해 가장 민감한 산업들에 대한 위험을 평가하고 기업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미 직면했거나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위험을 먼저 파악하라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집행위는 또 이른바 ‘관심국가’들이 만일 이들 기술을 군사적 목적이나 인권 유린에 사용한다면 이를 수출하거나 공유하는 것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방금 ‘관심국가’를 언급했는데요. EU 집행위가 특정한 나라를 염두에 둔 것입니까?
기자) 네. 집행위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할 위험 평가가 특정한 제3국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EU 관리는 “위험 평가는 국가에 구애받지 않지만,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정학적 요소라면 아무래도 중국을 염두에 둔 말로도 들리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는 중국이 자국 안보와 군사적 목적을 위해 악용할 수 있는 무역과 투자를 보호하는 조처를 개발하기 위해 더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최근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티에리 브레튼 EU 역내 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해당 조처가 중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요우로바 부집행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중국이 중요한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국가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과 EU 등 서방국들은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국가안보와 경제에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조처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이 눈에 띄는 행보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미국은 지난해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나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조처를 내놓았습니다. 미국은 또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의 규제 참여를 끌어 내기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가 곧 새로운 수출 통제 규정을 발표할 것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최근 서방 세계에서는 기술 보호뿐 아니라 중국과의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 문제도 현안이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서방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교란,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겪은 뒤에 ‘디리스킹’, 즉 중국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과 EU가 전기차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최근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 회사들이 만든 전기차가 EU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EU 집행위는 중국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중국 상무부는 "EU가 이번 조사를 개시하면서 중국에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협상을 진행하라고 요구했고, 충분한 증거나 유효한 협상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EU가 최근에 기술 보호나 ‘디리스킹’ 등을 들며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고 시도하는데요. 그럴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EU 회원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U는 인권이나 국가의 경제 개입 문제 등에서 때때로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지만, 중국이라는 초강대국과의 관계를 완전하게 정리하는 것은 선택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출과 관련해서 새로운 합의가 나왔군요?
기자) 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리투아니아가 최근 합의한 내용인데요. 우크라이나 농산물을 폴란드를 거쳐 리투아니아로 보내 발트해에 있는 항구에서 반출할 때 폴란드 안에서 실시하던 검역을 생략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폴란드 안에서 검역을 생략하면 무슨 효과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검역이 없으니까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폴란드에서 리투아니아로 더 빨리 넘어갈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합의로 자국 농산물을 더 신속하게 수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럼 검역이 모두 생략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폴란드를 거쳐 도착하는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 항구에서 검역 절차가 진행됩니다.
진행자) 발트해 쪽 항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농산물을 수출하기 위해 이용하는 대체경로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러시아와 체결한 흑해곡물협정으로 흑해 항구들에서 곡물을 반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갑자기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수출길이 막혔는데요. 그래서 농산물을 다뉴브강을 따라 루마니아로 보내거나, 아니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EU 회원국들로 보내 그 곳에서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가 폴란드 등 몇몇 나라와 갈등을 빚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몇몇 나라가 우크라이나에서 반출된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면서 그 나라 농민들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EU에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EU가 이 조처를 인정해 줬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중순에 이 조처가 효력이 끝났는데요. 그런데도 세 나라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가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우크라이나는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특히 폴란드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는데요. 이 문제 때문에 두 나라 사이가 매우 껄끄러워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수입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란드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폴란드를 거치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이 들어 있는 화물을 아예 봉해서 폴란드 시장에 풀리지 않게 하거나 아니면 우크라이나에서 바로 리투아니아 항구로 보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합의가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원래 합의 내용은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출을 더 빠르게 하자는 게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곡물 가격을 둘러싼 양국 사이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태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 방콕의 한 유명한 쇼핑몰에서 3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태국에서는 이런 총기 사건이 드문 데다가, 체포된 용의자가 14세 소년으로 밝혀지면서 태국 사회가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진행자) 쇼핑몰이라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좀 붐비는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시암 파라곤’이라는 쇼핑몰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와 아쿠아리움, 영화관, 고급 음식점 등이 입점해 있는,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데요. 그 때문에 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사상자들의 신원은 밝혀졌습니까?
기자) 네. 태국 경찰 당국은 사망자 1명은 중국인 여성이고, 다른 1명은 미얀마 국적 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부상자는 태국인 3명, 중국인 1명, 라오스인 1명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들 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당시 정황을 좀 들어볼까요?
기자) 네. 사건은 3일 오후 4시 30분경 발생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갑자기 총성이 들리면서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다급하게 출구로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다 도망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그 사이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용의자가 10대 소년이라고요?
기자) 네. 태국 경찰은 사건 발생 약 한 시간만에 현장 근처에서 용의자를 체포했는데요. 용의자는 쇼핑몰 근처 학교에 다니던 14세 소년으로 밝혀졌습니다. 해당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용의자가 그 학교 학생이며, 경찰에 협조하겠다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진행자) 범행 동기는 밝혀졌습니까?
기자)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소년이 병원에서 정신 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태국 경찰청은 용의자가 “누군가 다른 사람을 향해 총을 쏘라고 지시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경찰 당국은 밝혔는데요. 하지만 아직 10대인 용의자가 어떻게 총기를 구입했는지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태국은 비교적 총기 보유율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태국은 역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하면 총기 보유율은 월등히 높은 나라입니다. 스위스 소재 국제 무기 관련 조사 기구인 ‘스몰암스서베이(Small Arms Survey)’의 2017년도 자료에 따르면 약 1천만 명의 태국인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태국인 100명당 약 15정의 총기를 보유하는 셈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총기 사건은 드문 편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기 보유율에 비해, 총기 난사 사건은 드문 편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직 경찰관이 태국 북부의 한 보육원에서 총을 난사하고 칼을 휘둘러 어린이 22명을 포함해 37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2020년에도 한 군인이 총기를 난사해 29명을 살해하고 약 60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진행자) 사상자에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됐는데, 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칸차나 파타라쵸크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4일, 아직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 세부 사항은 아직 공유할 수 없다면서, 다만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태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태국인과 외국인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며, 앞으로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