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북한은 유류 저장탱크를 계속 짓고 있습니다. 최근 남포에 3개가 추가됐는데요. 이곳에 유조선까지 드나들고 있어 밀반입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유류 탱크 밀집 지역인 남포에 유류 저장시설이 추가로 건설됐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2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유류 탱크 지대 북쪽 한 지점에 새 유류 탱크 3개가 들어선 모습이 찍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이 지점에 원형 부지 8개를 조성했으며, 이후 2개 부지에서 대형 유류 탱크를 운영해 왔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8월 북한이 남아 있는 부지 6개를 더 큰 원형 부지 3개로 바꿨다고 보도했는데, 2일 발견된 3개의 유류 탱크가 자리한 곳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신설된 유류 탱크의 지름은 약 25m로, 지름 15~20m 정도인 주변의 다른 탱크보다 부피가 큽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이 일대에서 유류 저장 시설을 꾸준히 확충해 왔습니다.
지난 8월에는 지름 약 20m의 원형 유류 탱크를 세웠고 지난해 11월, 올해 4월과 5월에 각각 1개씩의 유류 탱크를 만들었습니다. 또 2020년엔 유류 저장 시설이 밀집된 이곳에서 서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지점에 지름 30m의 유류 탱크 3개를 설치했습니다.
그 결과 2018년까지 약 20개였던 유류 탱크는 이번에 새로 발견된 것을 포함해 모두 34개로 늘었습니다.
현재 이 일대에는 유류 탱크가 들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부지가 더 있는데, 이들까지 더하면 이 일대의 유류 탱크 수는 조만간 40개에 육박할 전망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지난해 유조선 접안 시설 2개를 완공했는데, 이로써 남포 일대에는 더 많은 유조선이 드나들며 전보다 많은 양의 유류를 하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의 유류 탱크 확충 배경은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에 막혀 정상적인 유류 수입이 어렵게 되자 불법 환적 등으로 확보한 유류의 비축 역량을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습니다.
최근 VOA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토대로 중국이 북한에 정식으로 수출하는 유류가 대부분 비연료 제품인 윤활유와 아스팔트이며, 휘발유와 등유, 경유 등 연료용 유류는 전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최근 유류 공급을 재개하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유류 반입량을 ‘0’으로 보고해 왔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연료용 유류를 공급하는 나라가 공식적으로는 전혀 없었는데도 유류 탱크와 하역 부두가 계속 확충되는 ‘이상 현상’이 벌어져 온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이 반입할 수 있는 휘발유 등 정제유 양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밀반입된 유류에 대한 보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매년 2차례 발행하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 등에서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유류를 불법으로 공급받아 남포로 운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는 여전히 유조선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 자료를 확인한 결과 9월 한 달간 남포 유류 항구를 드나든 유조선 추정 선박은 모두 6척으로 집계됐습니다.
구름이 낀 날은 위성 판독이 어려워 실제로는 더 많은 유조선이 입출항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과 미국 정부 등은 위성사진에 포착된 유조선의 크기와 접안 횟수 등을 토대로 북한에 불법 반입된 유류량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조선 1척당 선적할 수 있는 유류량을 최소 7천에서 최대 3만 3천 배럴로 추산했는데, 이번에 발견된 6척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지난 한 달 동안 최소 4만 2천 배럴에서 최대 19만 8천 배럴의 유류가 북한에 밀반입됐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