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유엔 무대에서 한국 내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주장도 폈는데 한국은 이를 일축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유엔총회 제4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유엔군사령부’를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17일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제4위원회 회의에서 유엔사를 소개한 유엔 안내책자, 즉 유엔 핸드북을 문제삼았습니다.
[녹취: 김인철 서기관] “My delegation cannot but point out the fact that the UN handbook updated and published annually, distorts information about the United Nations Command in the Republic of Korea as if it were a subsidiary organ of the UN Security Council. As we clarified on several locations, the UN command in ROK set up illegally by the United States, is no more than a US led combined command over which the UN has no jurisdiction.”
김 서기관은 “북한 대표단은 매년 갱신돼 발간되는 유엔 핸드북이 한국에 있는 유엔군사령부를 마치 유엔 안보리 산하기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미국이 불법으로 설립한 한국의 유엔사는 유엔의 관할권이 없는 미국 주도의 연합사령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엔사 해체 결의가 채택됐고, 유엔 전직 고위관리 등이 유엔사 존속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은 매년 발행하는 핸드북의 안보리 소개 항목에 약 2페이지에 걸쳐 유엔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핸드북은 유엔사가 “한국전쟁 당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지원한, 미국의 지휘 아래 있는 국제 조직(structure)으로 1953년 7월 27일 맺어진 정전협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18개 회원국 명단, 연락처 등을 담고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회의에서 ‘유엔사’를 문제삼고 해체를 주장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9일 제1위원회 회의에서 유엔사 해체를 주장했으며, 같은 날 김인철 서기관은 추가 발언권을 요청한 자리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 서기관은 2018년 법률(Legal)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6 위원회에서 유엔사를 ‘괴물’에 비유하고, 이듬해인 2019년엔 ‘유령’으로 지칭한 바 있습니다.
김 서기관의 주장처럼 1975년 유엔총회는 유엔사 해체를 내용으로 한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북한 측 입장에 대응해 남북대화 촉구 등 한국의 입장을 담은 별도의 결의도 동시에 채택하면서 한쪽의 일방적 조치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유엔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과 달리 유엔사는 북한의 남침으로 촉발된 한국전쟁 직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된 공식 조직입니다.
실제로 이날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김 서기관의 발언에 반박권을 활용해 유엔사 창설을 공식화한 안보리 결의를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한국 대표]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84 officially recognized the UN Command in Korea to carry out its functions of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The information in UN handbook with regard to the UN Command in Korea is based on such facts. Therefore, the DPRK's allegation that the UN Command in Korea has nothing to do with the United Nation, and the UN handbook carries distorted information is false and baseless.”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유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엔사를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유엔 핸드북의 정보는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며 “따라서 한국의 유엔사가 유엔과 무관하며, 유엔 핸드북이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허위이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김인철 서기관도 이 같은 한국의 주장에 ‘반박권’을 사용해 대응했는데, 이번엔 한국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서기관은 “1950년 6월 25일 미국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적 침략을 시작하도록 선동했고, 같은 날 미국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결의 (84호)를 강제로 채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유엔의 공식 기록뿐 아니라 냉전 종식 후 기밀 해제된 옛 소련 정부의 여러 문서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한국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 최대 교과서 출판사인 쁘라스비쉐니 출판사는 2005년 간행한 ‘외국 국가들의 최신 역사’ 책에서 한국 전쟁이 “세밀한 준비 후에 1950년 6월 2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대가 38선을 넘어 남쪽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94년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에게 제공한 수백 쪽의 외교문서와 후르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자서전 등은 김일성 주석이 스탈린에게 무려 48번이나 남침 승인을 요청한 사실을 포함해 남침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