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미국인 기자가 '외국 대리인법' 위반 혐의로 구금됐습니다.
18일 미국의 자유유럽방송(RFE/RL)은 성명을 통해, 소속 러시아계 미국인 알수 쿠르마셰바 기자가 외국 대리인법 위반 혐의로 러시아의 임시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습니다.
RFE/RL은 VOA와 같이 미 국제방송처(USAGM) 산하 국제방송입니다.
러시아에서 시행 중인 외국 대리인법은 해외 자금을 받고 러시아의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단체를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엄격한 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쿠르마셰바 기자가 이 법에 따라 등록하지 않은 점을 러시아 당국이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FE/RL에 따르면 쿠르마셰바 기자는 지난 6월 2일 러시아 중부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카잔 공항에서 임시로 구금됐습니다.
체코 프라하에 거주하던 쿠르마셰바 기자는 가족의 긴급한 문제로 5월 20일 러시아에 들어갔으며, 미국 국적과 러시아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미국 여권을 러시아 당국에 등록하지 않아 벌금을 부과받고 미국과 러시아 여권을 모두 압수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언론 억압 증거...즉시 석방해야"
미국 뉴욕의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18일, 쿠르마셰바 기자 구금을 확인하고 석방 촉구 성명을 냈습니다.
CPJ 측은 성명에서 현지 매체 타타르 인폼을 인용하며 "이번 혐의를 알게 된 당시 쿠르마셰바는 압수됐던 여권을 반환받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굴노자 사이드 CPJ 유럽·중앙아시아 담당자는 "쿠르마셰바의 구금은 러시아가 독립적인 언론을 억압한다는 증거"라며 "러시아 당국은 즉시 석방하고 모든 혐의를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인권 뉴스 웹사이트 'OVD-인포(Info)'는 쿠르마셰바 기자가 곧 판결선고 전 구금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CPJ에 언급했습니다.
쿠르마셰바 기자의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타타르 인폼은 18일 "쿠르마셰바가 지난해 외국 소식통에게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러시아 군사 활동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수집했다"며 "러시아의 신임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국제 당국에 분석 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미국 언론인 구금 두 번째
RFE/RL은 이같은 이야기를 반박하면서, 구금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RFE/RL 측은 18일 성명에서 "쿠르마셰바는 러시아 내 타타르스탄과 바쉬코르토스탄 같은 소수민족들을 취재해왔다"고 밝히고 "특히 러시아 당국이 최근 몇 년간 타타르족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만다 베넷 USAGM 최고경영자(CEO)는 19일 성명을 통해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라며 러시아 현지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베넷 CEO는 이어서 "쿠르마셰바는 성공적인 언론인이고 커뮤니티의 사랑받는 구성원"이라면서, 이번 구금 조치는 "단연코 부당하고 즉시 풀려나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쿠르마셰바 기자는 러시아에서 구금된 두 번째 미국인 언론인입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간첩 혐의' 미국인 기자 석방 불허...젤렌스키-푸틴, 전투 현장 방문 '맞불'지난 3월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미국인 이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이 스파이 혐의로 러시아에 억류된 지 7개월 만에 이같은 사례가 또 확인된 것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