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오는 8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하고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한국을 찾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방한 기간 중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접견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 할 예정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동을 통해 북러 군사협력과 향후 있을 수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 가능성을 점검하고 대응 조치들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오스틴 장관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과 제55차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합니다.
또 14일엔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첫 국방장관 회의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지면서 한반도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연쇄 방한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런 것들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많은 우려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동맹이 공고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라든지 이런 양국 관계가 든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미한 외교 국방 수장들은 특히 당초 북한이 ‘10월 3차 발사’를 공언했던 군사정찰위성을 조만간 감행할 듯한 정황들이 나오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앞서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준비가 막바지 단계라며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발사 기술자문을 해 지난 1~2차 발사와 달리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동안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지 않았지만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완성을 위해서라면 정치 외교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발사에 나서야 하는 절대 목표라며, 11월 위성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북한은 3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군사논평원의 글에서 미국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 ‘미니트맨-3’ 시험발사를 자신들의 자주권과 안전 이익에 대한 ‘적대적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핵에는 핵으로라는 군사적 대응 입장은 절대 불변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김인애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긴장 고조는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인애 부대변인] “북한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논평을 동원해서까지 향후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도발에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한 한미 간 확장억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블링컨 장관이 윤 대통령 등을 만나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군사 기술 이전 문제 등을 논의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도 다룰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1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지원했고 위성 발사를 위해 러시아 기술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으로선 러시아의 전략무기 개발 기술의 북한 이전이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러시아와 북한 간 거래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미국, 한국, 일본 기타 G7 국가들이 어떻게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앞서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문제는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한중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질 전망입니다.
김현욱 교수는 블링컨 장관이 한국 측과 왕이 부장과의 회동 결과를 협의하면서 APEC 양자회담에 앞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블링컨 장관은 한국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지원을 한국 측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미국의 입장에서 지금 두 개의 전쟁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고 또 미 의회에서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 소극적인 측면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부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2일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돕고, 규칙 기반 국제사회에 러시아의 침략이 가한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과 전례없는 지원에 대해 믿을 수 없이 만족한다”며 “당면한 글로벌 문제들이 블링컨 장관 방한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